김동연-이재용 회동, 구걸 논란에 투자·고용 이야기 쏙 빠졌다

현안 두고 진솔한 대화는 없이 보여주기 이벤트 그쳐 / 靑 '정부 개입 모양새 안좋다' 시선에 삼성 따로 투자발표

2019-08-06     송병형 기자
[매일일보 송병형 기자] 6일 평택에서 이뤄진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간 회동은 보여주기용 이벤트로 끝나고 말았다. 정부의 경제사령탑과 국내 최대 기업 총수와의 만남인 만큼 최대 현안인 투자절벽과 고용절벽에 대한 허심탄회한 대화가 기대됐지만 혁신성장과 재벌개혁에 대한 이야기만 나왔다. 청와대발 ‘구걸 논란’을 의식한 결과였다. 정작 고용과 투자와 관련해서는 비공개 물밑 조율을 거친 결과물만 나중에 삼성 측이 따로 발표할 예정이다. 이 역시 이번 만남이 보여주기 이벤트에 그쳤다는 방증이다.이날 김 부총리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하기 전부터 청와대에서는 ‘구걸 논란’이 다시 회자됐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언론보도에서는 청와대가 김 부총리에게 ‘(삼성전자에) 구걸하지 말라’고 했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사실무근”이라며 “(삼성전자의) 투자계획을 발표하는 시기와 방식에 대해 청와대와 경제부총리 간에 이견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의견을 조율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와대와 김 부총리 간 의견 조율에 대해 “어떤 방식이 더 효과적이고, 생산적인지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이라고 했다. 즉 김 부총리 방문 당일 삼성전자가 투자계획을 발표할 경우 기업의 투자에 정부가 개입하는 모양새가 되니 이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청와대에서 나왔을 뿐 ‘구걸’과 같은 원색적인 용어는 사용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하지만 청와대의 해명이 통한 분위기는 아니다. 재벌개혁에 있어 여당과 목소리를 같이 해온 정의당의 이정미 대표는 이날 “(김 부총리와 이 부회장 간 회동이) 국정농단 범죄의 주요 피의자인 이 부회장과 삼성 측에 잘못된 신호가 되어선 안 된다”며 “돈이 실력이 아니라 공정과 정의를 실천하고자 촛불을 들었던 개혁 열망이 또다시 좌절을 겪어선 안 된다”고 했다.이 같은 비판을 의식한 듯 이날 김 부총리가 이 부회장을 만나서 한 발언들은 이전 네 차례(작년 12월 LG그룹 구본준 부회장, 올해 1월 현대차그룹 정의선 부회장, 3월 최태원 SK그룹 회장, 6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등)에 걸친 재벌총수들과의 만남에서 나온 발언과는 사뭇 달랐다. 김 부총리는 이 부회장에게 “삼성은 우리 경제 대표주자로서 지배구조와 불공정거래 관행을 개선해 동반성장을 확산하는데 다른 기업을 앞서는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또 “우리 경제에서 대표주자 역할은 국민적 지지와 투자자의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한다”며 동반성장을 강조하기도 했다.한편 이어진 간담회에서 민간과 정부 간 협력을 통한 혁신성장 생태계 조성, 청년 일자리 창출, 미래 신성장 동력 발굴·육성, 상생협력 강화방안 등이 논의되기는 했지만 언론을 통해 이미 알려진 정부 방침 등과 별반 다른 것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삼성 측에서 바이오산업과 관련한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김 부총리는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