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 하는 사이 ‘차(茶)’ 전쟁서 밀렸나~
음료업계 대부 롯데칠성 아성 흔들리는 이유
2008-09-07 권민경 기자
[매일일보닷컴] 국내 음료 업계 부동의 1위를 고수해온 롯데칠성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웰빙 열풍과 맞물려 음료시장의 중심축이 탄산음료에서 차음료로 옮겨가면서, 콜라, 사이다 등 탄산음료를 주력으로 하는 롯데칠성의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
더욱이 음료회사뿐 아니라 제약사까지 앞다퉈 차음료 시장에 뛰어들며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 롯데칠성은 차시장에 대한 늦은 대응으로 경쟁사들에 선두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주력상품의 수익성 감소, 차음료 시장에서의 늦은 대응, 그리고 히트상품의 부재 등이 겹치면서 업계에서는 롯데칠성의 전망이 그리 밝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음료시장에서의 웰빙 열풍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광동제약에서 출시한 옥수수수염차는 시장에 내놓은 지 1년만에 1억병 돌파라는 신기록을 쓰면서 차음료 시장을 주도하고 있고 남양유업의 17茶 역시 선전하고 있다. 또 이마트 등의 대형마트에서는 사상처음으로 생수 매출액이 탄산음료 매출액을 추월하는 등 음료시장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상황. 반면 탄산음료 매출은 지난 2002년을 정점으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3조 4천억원으로 추산되는 전체 음료 시장에서, 탄산음료의 매출은 지난 2002년 1조2천억원에서 지난해엔 9천200억원까지 곤두박질쳤다. 이런 가운데 롯데칠성은 전체 매출의 30%이상을 탄산음료가 차지하고 있어, 시장의 변화 속에 고민만 커져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롯데칠성의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절반 가까이(49.8%) 줄어든 193억4400만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2.8% 줄어든 3025억원, 순이익 역시 43.2% 급감한 189억3700만원으로 각각 집계됐다.음료시장 중심축 변화, 롯데칠성 성장에 부정적 요인
업계에서는 롯데칠성이 탄산음료 매출의 감소 외에도,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웰빙음료(차, 생수 등) 시장에서의 대응 역시 경쟁사에 비해 한발 늦었다고 지적한다. 특히 내년 5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2010년에는 탄산음료 규모를 앞지를 것으로 예상되는 차음료 시장에서 롯데칠성은 선두자리를 모두 내주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차음료 시장을 쌍끌이 하고 있는 것은 광동제약의 ‘옥수수수염차’와 남양유업의 17茶(차).지난해 7월 처음 출시된 옥수수수염차는 이후 롯데칠성을 비롯한 대다수 음료회사에서 비슷한 상품을 내놓았지만 광동제약의 점유율이 무려 90%에 달해 좀처럼 간격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남양유업의 17茶 역시 2005년 4월 발매된 이래, 혼합차 음료시장을 선도하며 월평균 80~10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월평균 판매량만 1300만개를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양유업 외에도 웅진식품(하늘보리), 동원(보성녹차) 등에서 차음료 경쟁에 가세했고, 동아오츠카는 ‘옥수수’와 ‘녹차’가 주를 이루고 있는 시장에서 ‘검은콩’을 이용한 신제품 ‘블랙빈테라피’를 내놓으며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동아오츠카에 이어 콩으로 만든 건강차인 ‘차온 까만콩 차’를 선보이며 경쟁은 한층 치열해졌다. 이처럼 경쟁사들이 차음료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시장을 잠식해가는 동안 롯데칠성은 늦은 대응으로 인해 선두는 고사하고 2위 경쟁에서도 뒤쳐지고 말았다.증권가 “롯데칠성, 차음료 성장 딜레마 빠져”
한편 증권가에서도 롯데칠성에 대해 다소 부정적 전망들을 내놓고 있다. 굿모닝신한 증권은 롯데칠성음료에 대해 투자의견 ‘중립’과 적정주가 ‘157만원’을 제시했다. 유진 연구원은 “국내 음료시장 중심이 차음료로 재편되는 과정은 롯데칠성의 성장에 부정적 요인”이라며 “주력업종인 탄산음료가 제한적인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마케팅비용의 증가와 히트상품의 부재, 주력제품의 이익감소로 영업실적의 부진한 양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런가하면 현대증권은 롯데칠성의 현 상황이 부정적이라는 분석과 함께 하반기는 다소 나아질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고, 투자의견 ‘매수’와 적정주가 230만원을 유지했다. 정성훈 연구원은 “롯데칠성이 지난 7월 신임 대표이사 선임 이후 종전의 ‘구색 맞추기용 제품’에 대한 구조조정 의지를 피력함에 따라 향후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면서 “적자를 보이고 있는 일부 제품에 대한 정리만으로도 영업이익율 개선 효과가 있을 것이다”고 분석했다. 이어 “신유통채널 중심으로의 마케팅비용 관리 등을 감안하면 내년 8%이상의 영업이익률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