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협회 통합은 서로 다른 두 마리 토끼 합치는 것” 현실적으로 불가능
“부실시공 방지, 예산 절감, 공기단축 위해 ‘통합’ 안된다”
한국CM협회와 한국건설감리협회의 통합은 가능할까. CM협회와 건설감리협회의 ‘통합’ 문제가 또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양 협회의 통합문제가 본격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3월.한국건설감리협회에 따르면 “CM협회와의 통합조건을 특별히 내놓은 것은 없지만 지난해 3월 건설감리협회 정희용 회장(청석엔지니어링 회장)이 취임하면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한국CM협회와의 ‘상생’을 위해 통합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감리협회는 또 “CM협회와의 통합은 국내보다는 해외시장 개척에 주력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상생’이 필요하다”며 통합배경을 설명했다.이와함께 협회는 “CM협회와의 통합은 감리협회 회원들의 상당수가 CM협회 회원으로 등록돼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양 협회 회원들의 70%가 감리·CM협회에 가입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감리협회의 입장대로라면 “굳이 양 협회가 있어야 할 이유가 있느냐. ‘상생(통합)’하는 것이 낫지 않느냐” 입장이다.감리협회의 ‘상생’입장은 ‘매일일보’이 협회에 요청한 자료에서도 나타나 있다. 자료에 따르면 “책임감리제도와 건설사업관리제도는 아주 밀접하게 상호 연관성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감리협회와 CM협회의 ‘통합’을 우회해 시사한 것으로 풀이돼 주목된다.자료는 또 “감리제도와 건설사업관리제도의 업무적인 측면에서 볼 때 책임 감리업무가 건설사업관리를 수행하는데 연계되는 업무의 일부분”이라며 “각 제도가 가지고 있는 문제들을 하나씩 풀어 점차적으로 CM 등 선진관리기법을 합리적으로 접합시켜 나가 CM과 함께 성장,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들을 찾아야 한다. 이제는 세계화의 추세에 맞춰 우리나라 공사관리 체계의 선진화를 이루고 감리와 CM업계의 공동이익을 도모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통합? 글쎄… 가능할까요? 넘어야 할 산 너무 많아
“CM과 감리는 엄연히 다르다”
그러나 양 협회가 통합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과연 양 협회가 통합할 의사가 있는지, 있다면 어떤 논의를 해야 하는지, 관련법을 어떻게 정비할 것인지, 관련법이 정비될 경우 양 협회 회원들은 통합에 찬성할 것인지, 통합 후 ‘상생’전략은 어떻게 짤 것인지… 등등 해결할 문제가 의외로 많다.그러나 이같은 문제가 수월하게 풀릴 수 있을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현재 양 협회가 가지고 있는 통합에 대한 입장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CM과 감리는 다르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CM(Construction Management 건설사업관리)은 건설공사의 ‘기획, 타당성조사, 분석, 지도, 자문, 구매조달, 감리, 평가, 사후관리 등과 설계·시공에 관한 엔지니어링업무의 일부’를 포함한 관리업무 중 그 전부 또는 일부를 수행하는 것이다.감리는, 건설공사가 발주자의 컨셉이나 ‘설계기준 및 시공기준 등에 의해 품질 및 안전 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설계되고 시공되는지의 여부를 관리하고 확인하는 것이다.감리협 “CM 과정에 감리 있다는 사실 알고 있다”
문제는 감리가 CM의 일부라는 점. 정확히 표현하자면 CM 과정에 감리가 있다는 것이다. 는 감리업계에서도 인정하고 있는 부분이다. 감리협회측은 “건설사업 과정을 보면 감리는 CM 과정에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공사의 전 과정을 놓고 보면 CM은 큰 테두리에 있고 감리가 그 안에 있다는 것이다. 라서 CM협회와 감리협회의 기능도 다를 수밖에 없다.CM협회는 건설사업의 초기 기획단계에서부터 시공 이후까지의 모든 단계의 관리 업무를 보다 발전, 확대 보급해 공기단축, 예산절감, 고품질의 시설물 확보 등으로 회원들의 권익을 보호토록 규정하고 있다.감리협회는 설계와 시공이 제시된 기준대로 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업무를 보다 발전시킴으로써 고품질의 시설물 확보 등으로 회원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있다.단체의 설립근거도 달라
CM협-민법, 감리협-건기법에 따라 단체 구성
“두 단체 모두 법정단체” 건교부 “CM협회의 모체는 건산법”
CM협회와 감리협회의 또 다른 점은 단체 설립 성격이 다르다는 것. 비영리사단법인이란 점은 같지만 CM협회는 민법에 의해, 감리협회는 건기법에 의해 각각 설립토록 규정하고 있다. 모두 법정단체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법정단체는 법에 의해 설립된 만큼 민법에 의해 설립된 CM협회나 건기법에 따라 설립된 감리협회 모두 법정단체”라고 말했다. 건설교통부 건설관리팀 관계자도 “감리협회는 건기법에 의해 설립된 단체이고 CM협회의 경우, 엄밀히 따지면 건산법이 모체”라고 말했다.이에 따라 그동안 업계 일부에서 소문으로 돌고 있는 “OO협회는 임의단체다. 아니다. 법정단체는 OO협회뿐이다”라는 근거없는 말이 사실상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건교부 “양 협회 통합해서는 안 될 것, 현실적으로도 불가능”
“건기법 개정해서 굳이 통합원한다면 ‘감리’용어 ‘건설사업관리’로 바꿔야 할 것”
양 협회의 통합과 관련해 중요한 것은 정부의 입장이다. 건설교통부는 ‘서로 다른 두 마리 ’토끼’를 합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양 협회의 통합은 불가능하단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건교부 건설관리팀 관계자는 “공공공사의 경우 감시, 감독하는 눈초리가 필요하다”면서 “예를 들어 공사과정에 감리만 있거나 또는 건설사업관리(CM)만 있다면 공사가 제대로 되겠느냐. 공사를 ‘혼자(감리 또는 CM)’ 다하면 예산절감은 커녕 오히려 정부예산을 낭비할 수 있고 부실공사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이는 건설교통부가 감리협회와 CM협회의 통합을 사실상 ‘원치 않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돼 주목되고 있다.
현재로선 양 협회의 통합을 원치 않고 있을 뿐 아니라 통합을 해도 통합을 막겠다는 것이 건교부의 설명이다.
건교부가 양 협회의 통합을 막겠다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부실공사를 방지하겠다는 것. 부실공사 방지를 위해서라도 CM과 감리의 통합을 막겠다는 것이다. 통합시 ‘공무원 감리 감독제 부활’?
건교부 “현실적으로 어렵다” 국가존립 목적에 정면 배치
“공공공사 부도시 국가·국민이 부담, 국가가 이를 방치할 수 있나? 통합은 될 수 없다”
그러면 건교부가 양 협회의 통합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에 대해 건교부 관계자는 “양 협회 통합시 또 다른 제도를 만들어 시행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정부는 현재 건교부의 입장과는 달리 양 협회가 통합을 적극적으로 원한다면 지난 1996년 없어진 공무원 감리 감독제도를 부활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그러나 공무원 감리 감독제가 부활된다 해서 부실시공 방지, 예산절감 등의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건교부는 “공무원 감리 감독제가 부활된다 해도 업짜끼리 짜고(합쳐) 공사를 진행, 부조리가 발생할 경우 감리 자체가 유명무실해진다”며 “부실공사를 방지키 위해서는 CM 등 감시자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천명했다.공무원 감리 감독제가 다시 시행된다고 해도 부실시공 등을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건교부는 “부실시공을 막으면서 예산을 절감하고 공사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최적 대안으로 ‘공무원 감리 감독제’ 부활에 큰 무게를 두지 않고 있다”며 “공무원 감리 감독제 부활을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밝혔다.
건교부가 감리와 CM 통합을 반대하는 이유는 또 있다. 국가존립의 목적과 정면 배치된다는 점이다.
건교부 관계자는 “예를 들어 감리와 CM이 제대로 수행되지 않아 수천억원짜리 공사가 진행되다 부도가 발생할 경우 그 부담은 국가와 국민이 져야 하고 이를 알고 있는 정부가 감리와 CM의 통합을 불구경하듯이 할 수는 없다”면서 “건설사업관리가 진행되지 않으면 효율적 예산관리가 어려운데다 구조물이 견실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에 현재로선 감리와 CM의 통합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건기법상 ‘감리’용어 ‘건설사업관리’로 바꿔
통합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론 불가능“
건교부는 그러나 “업계에서 굳이 통합을 원한다면 건기법을 토대로 설립된 감리협회의 경우, 건기법령 내용에 들어있는 ‘감리’란 용어를 모두 ‘건설사업관리’로 바꿔야 할 것”이라며 “건기법령을 바꾸면서까지 통합을 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건교부는 또 “부실공사를 방지키 위한 ‘감리’와 부실공사를 없애면서 예산을 절감하고, 공기를 단축할 수 있는 ‘CM'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한편 그동안 업계를 중심으로 통합을 위한 공문서 형태의 서류가 건교부에 전달됐다는 사실은 취재결과 건교부측은 “그런 일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