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출마 선언 심대평의 진짜 선택은?

“한나라당과 연대? 그런 일 없을 것!”…정치권의 러브콜 거절할까 말까

2007-09-13     최봉석 기자

“이명박의 경제 회생 주장, 시대착오적 발상, 대선 완주할 수 없을 것”
정치권 “내년 총선 충청권 지분을 보장받는다면, 대선 협력 가능할 듯”

충남 공주 출신으로 충남지사를 4차례 지낸 심대평 국민중심당 대표가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해 주목된다. 정치권은 심 대표의 출마가 한나라당이 그동안 우세를 지켜온 충청권 표심의 향방에 변수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지역신문 설문조사에 따르면 ‘충청권을 대표하는 정치인’ 1위는 심대평 국민중심당 대표. 2위는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였으며,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염홍철 전 대전시장, 이해찬 전 총리, 이인제 민주당 의원, 이완구 충남지사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하지만 심 대표가 출마를 선언하자마자 정치권의 또 다른 세력과의 연대설부터 불거지고 있어 그의 ‘완주’ 가능성에 대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 실정이다.

심대평 국민중심당 대표는 지난 12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지지자 1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선 출마선언식을 갖고 “심대평의 국정운영 경험과 경륜, 행정실적은 다른 대선 후보들과 확실히 차별화된다”고 강조한 뒤 “막힘없이 발전하는 희망찬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며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심 대표의 대선출마 선언식에는 정진석 원내대표, 김낙성 정책위의장, 권선택 사무총장, 박원경ㆍ박승국 최고위원 등 주요 당직자와 지지자 700여명이 참석, 성황을 이루었다. 심 대표는 이날 선언식에서 “최장수 도지사로서 실적과 능력, 도덕성을 검증받았고 예술적 차원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정책 수립과 집행 능력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념의 경계를 넘나드는 국정 조정력과 도덕적 하자가 없는 국민통합 리더십의 달인이 바로 심대평이다”며 지지를 호소했다.대선 주요 공약으로 그는 △국민투표를 통한 행정수도 재추진 △교육ㆍ치안 등에서의 완벽한 지방자치 실현 △대학수학능력시험 폐지와 대학의 신입생 선발권 행사 등을 제시했다. 심 대표는 또 국민중심당의 창당 배경이기도 한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해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노무현 정부에서 무산됐던 ‘행정수도 카드’를 통해 충청권 표를 결집시키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통일정책과 관련해선 △통일비용의 최소화를 위한 경제적 이익의 통합 △민족 일체감을 조성하기 위한 상징의 통합 △남북한이 공유하는 가치의 통합 △헌법, 법률, 제도 등 규범의 통합으로 이어지는 ‘4단계 통합추진 통일구상’을 제안했다.

한나라당으로부터 ‘러브콜’

이런 가운데 정치권은 대전ㆍ충남지역을 텃밭으로 한 심 대표의 출마 선언으로 충청권 표심을 놓고 한나라당 및 범여권과의 경쟁 또는 연대 움직임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심 대표는 특히 한나라당으로부터 지속적으로 ‘러브콜’을 받고 있어 그가 향후 어떤 정치적 판단을 내릴지에 대해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실제 이날 선언식에는 대통합민주신당 오제세, 민주당 최인기 의원 등이 참석했고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 민주당 박상천 대표, 한나라당 정의화 의원 등도 화환을 보내 대선출마를 축하해 다른 정파 세력과의 ‘연대’ 가능성을 낳게 했다.이 같은 정치권의 시선을 의식한 듯 심 대표는 연대 가능성을 가장 많이 시사하고 있는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를 먼저 겨냥, “토목공사 말고는 글로벌 시대 선진국으로 나갈 어떤 청사진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심 대표는 출마 선언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연대설에 대해 불쾌감을 표명하며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이날 한 언론에선 ‘심 대표를 한나라당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한다’는 한나라당 당직자의 말이 인용 보도되기도 했다.  심 대표는 이 자리에서 기자들로부터 한나라당과의 연대설에 대한 질문을 받자 “그런 질문을 하는 것은 예의에 안 맞는다”며 “적절치 않은 질문”라고 일축했다. 심 대표는 출마 선언 뒤 언론과의 접촉을 통해서도 이명박 후보를 노골적으로 겨낭했다. 그는 “토목사업이 경제를 회생시킬 것이라는 생각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특히 대운하 공약에 대해선 “절대로 해선 안 될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한나라당이 제기한 연대설에 대해서도 “예의에 벗어난 오만한 태도”라며 “오히려 이 후보가 대선에 완주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한발 나아가 범여권과의 후보단일화에 대해서 역시 “그런 일은 없을 것 같다”고 일축했다. 그는 대통합민주신당에 대해 “노무현 정권 실정의 책임을 회피하고자 이합집산을 거듭하며 이른바 친노와 반노로 분열되어 다투면서 과거의 정치지도자의 영향력에 기대어 정권을 연장해보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친노주자 싸잡아 비난

결국 심 대표가 차별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무능해도 깨끗하면 된다는 시대착오적 발상으로 국가를 경영할 수 없다. 유능하다는 미명아래 부패와 유착하는 정치세력이 또다시 용납된다면 대한민국 병을 치유할 수 없다”고 언급한 것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와 범여권 대선주자들을 싸잡아 비난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류근찬 대변인은 이와 관련 “대선에 뛰어 들면서 어느 세력과 연대하겠다 말할 수 없고, 연대 대상도 연대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 일각에선 심 대표가 충청권 표를 결집하기 위해선 막판까지 후보로 뛰어야 하지만, 한나라당과 연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같은 시각,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는 충남 연기군에 위치한 행정복합도시건설청을 방문한 뒤 목원대에서 가진 지역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국민중심당과의 연대와 관련, “12월 19일 선거는 현 정권을 연장하느냐, 교체하느냐의 양대세력의 싸움이다. 국중당도 한나라당과 같은 입장일 것으로 생각한다”며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앞으로 이야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혀, 국중당과의 연대 모색을 적극 시사하기도 했다.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과 연합공천 등을 통해 충청권 지분을 보장받는다면, 대선 협력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