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기준금리 동결…연 3.25%'

2012-08-11     이황윤 기자
[매일일보] 불과 일주일새 분위기가 급변했다. 지난주 말 불청객처럼 슬며시 찾아와 전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든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이 발단이었다. 스탠다드앤푸어스는 미국경제의 '성장 둔화'라는 '망령'의 고삐를 풀어버렸다. 버냉키 미국연준위 의장의 금리 동결 카드의 약발은 하루 짜리에 불과했다.

"우리가 수량화 하기 힘든 많은 위험들이 있다. " 머빈 킹(Mervyn King) 영란은행 총재가 최근 털어놓은 고충이다. 영국, 미국, 프랑스 등 선진국 중앙 은행 총재들의 고민의 수위가 한층 깊어지고 있다. 미국이 2년간 금리를 묶어두기로 한 가운데 영국의 영란 은행도 금리 동결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는 것이 파이낸셜 타임즈의 전언이다.

취임후 강력한 정책 공조 의지를 피력해온 한국은행 김중수 호도 이러한 흐름을 비껴갈 수 없었을 법하다. 한국은행은 11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연 3.25%로 두달째 동결했다.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결정은 늘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지만, 이번 결정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타이밍을 늘 비판해온 시장 전문가들도 이번에는 한은이 기준 금리를 낮출 수도 있다는 관측마저 제시할 정도였다.

한은은 당초 6월 금리 인상의 효과를 저울질한뒤 금리 인상여부를 결정한다는 복안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현실은 금리정상화 의지를 비웃었다. 한은의 금리정상화 의지를 뒤흔든 일등공신인 유럽경제는 지친 기색이 뚜렷하다. 영란은행은 최근 발표된 '분기 인플레이션 리포트'에서 올해 성장전망을 1.9%에서 1.7%로 0.2%포인트 낮췄다.

유럽 재정위기는 그리스, 아일랜드, 이탈리아를 넘어서 프랑스를 정조준하고 있다. 프랑스는 신용 등급 강등의 다음 타깃이 될 지 모른다는 '관측'에 몸살을 앓고 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컨틴전시 플랜'을 지시했다. 유럽은 위기를 세계 각국에 실어 나르고 있다. 공포와 충격이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는 모양새이다.

한국은행의 고민도 더 깊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벌써부터 기준 금리를 좀 더 일찍 올렸으면, 정책 선택의 폭이 더 넓어졌을 것이라는 비판도 고개를 든다. 일찌감치 기준금리를 선제적으로 올린 호주가 이번에 금리를 인하한 것을 귀감으로 삼아야 한다고 한 시장 전문가는 지적했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은 소비자 물가이다. 최근 생산자 물가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가운데, 7월 소비자 물가도 올 들어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고공비행을 하는 등 물가상승세는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홍춘욱 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다드앤푸어스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금리인상을 예측했던 시장의 분위기가 일주일새 급변했다"며 "근원물가 상승세, 주식시장 여건 등을 감안할 때 이번 달이 금리 인상의 적기였는데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