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충원 선봉 나선 미래에셋, ‘철새 증권맨’ 양성소?
‘직원확보경쟁’ 미묘한 잡음 이는 내막은
2008-09-14 권민경 기자
업계 “경쟁사에서 대규모 인력 빼내오기 행태 지나쳐”
우리증권 직원 미래에셋으로 대거 ‘이동설’ 실체는…
[매일일보닷컴] ‘자본시장통합법(이하 자통법)’ 시행을 앞두고 증권사들의 인력확충이 한창인 가운데, 미래에셋 증권의 과다한 ‘인재 빼내기’가 업계의 도마 위에 오르내리고 있다. 대형투자은행으로의 변신을 위해 증권사마다 전문 인력 찾기에 혈안이 돼 있는 것이 사실인데, 유독 미래에셋증권이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래에셋의 경우 업계 상위 15개사 가운데 직원 수가 1천명대 중반으로 2천명을 훌쩍 뛰어넘는 증권사들에 비하면 많은 숫자는 아니다. 때문에 전문 인력 확보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 지난 1년 여간 본사와 영업 직원을 포함해 300여명 가량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증권사 가운데 가장 높은 인력 증가율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미래에셋의 무차별적인 경쟁사 인력 스카우트가 논란이 되고 있는 것. 실제로 한 경쟁 증권사에서는 100여명이 넘는 직원이 미래에셋 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져 자칫 동종업계 내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올라온 각 증권사의 1분기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 1년 동안 가장 많은 직원을 충원한 증권사는 미래에셋 증권이었다. 미래에셋은 지난해 6월말 직원이 918명이었지만, 1년만에 301명이 늘어 올해 6월 현재 1천219명의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미래에셋 외에 대우증권, 동양종합금융증권, 삼성증권, 현대증권 등도 경쟁적으로 직원을 늘리고 있는 상황. 특히 대우증권의 경우 1년 사이 292명의 직원을 충원해 6월말 현재 직원이 2천781명에 달한다. 삼성증권과 현대증권도 1년 동안 각각 141명과 97명의 직원을 확보했고, 동양종합금융증권도 공격적인 인력 확충 결과 지난 6월말 처음 직원 수 2천명을 넘어섰다.미래에셋 인력확보 어디까지…업계 ‘황소개구리’ 지적도
미래에셋은 내년까지도 신규 지점 신설과 함께 계속해서 인력을 충원해 나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 들어서만 6개 지점을 오픈해 77개로 늘린데 이어, 올 연말까지 100개로 확충할 예정이라고 밝혔고,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신규 지점 개설과 함께 필수적으로 인력 확충 또한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래에셋의 이 같은 공격적인 행보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래에셋 측에 직원의 상당 수를 빼앗긴(?)것으로 알려진 우리투자증권 외 일부 중,소형 증권사들은 답답한 상황이다. 특히 우리투자증권의 경우 증권사들의 직원 확보 경쟁이 한창인 것과 달리 1년간 직원 수가 3명 늘어난 것에 불과했는데, 업계에서는 우리증권의 직원 100여명 가량이 미래에셋 쪽으로 이탈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우리투자증권 측은 “자세한 사항은 파악할 수 없다”고 다소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한 관계자는 “퇴직직원들의 신상에 관해서는 밝힐 수 없다”면서도 “일각에서 말하는 것처럼 100명이 넘는 직원이 빠져나갔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부인했다. 이어 “직원들의 퇴직 사유가 제각각이기 때문에 그만둔 직원 중 얼마만큼의 인력이 미래에셋 쪽으로 옮겨갔는지는 모르지만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우리투자증권의 경우 자산관리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증시가 활황이라고 해서 인력을 크게 늘리거나 하진 않고 있다”면서 “현재 직원 수인 2천5백여명 수준을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미래에셋증권 측은 좀 더 여유로운 입장이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딱히 어느 회사에서 대규모의 이동이 있지는 않다. 특정 증권사를 타깃으로 해서 인력을 데려오거나 하는 일은 없다”면서도 “인력시장이라는 것이 어차피 ‘수요’와 ‘공급’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 쪽으로 이동해 왔다면 옮겨오는 쪽에서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 아니겠냐”라고 말했다.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황소개구리’라는 표현을 쓰며 미래에셋이 외부로부터의 인력 확충에 지나치게 몰두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직원 본인이 이직한다는 것을 회사가 어쩔 수 는 없지만, 일부 증권사의 경우 자체적으로 직원을 키우기 보다는 타사로부터 인력을 빼내오는 것에만 열을 올린다”며 “파격적인 대우와 조건에 이직해 온 직원들은 언제라도 더 좋은 조건이 나타나면 또 다른 곳으로 옮겨갈 수 있다. 결국 ‘철새 인력’을 양산하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미래에셋, 인력충원 1위, 근속 년수 현저히 짧아
한편 국내 주요 증권사 중 직원들의 근속 연수가 가장 짧은 것은 곳 역시 미래에셋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미래에셋의 근속 연수는 평균 2.7년에 불과해 여타 증권사들에 비해 현저히 짧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증권, 우리투자증권, 현대증권 등이 대부분 10년 가까운 근속 연수를 보인 것과 달리 미래에셋은 남자직원 3.5년, 여직원은 2.5년 근속에 그쳤다. 미래에셋 측은 “다른 증권사들에 비해 설립연도(1999년)가 늦었으니 당연한 것 아니냐”며 “더욱이 지난 1년 여간 직원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근속 연수가 짧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