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동현 칼럼] 유별난 한국인의 가족사랑은 국가발전의 원동력이다

2018-08-24     시인 고산정 배동현
[매일일보] 얼마 전, 오랜 거래처의 지인과 식사를 하던 중 우연히 가족에 대한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이 지인의 형은 제조업을 하는 조그만 중소기업체의 사장인데 요즘 경제가 나빠 회사가 거의 부도 날 지경에 처하게 됐고 부도나기 직전 형은 동생을 찾아와 회사가 부도가 날 것이란 사실을 동생에게 전했다 한다. 그리고 동생은 형이 집에 생활비도 가져가지 못할 형편이 되었다는 사실도 함께 알게 됐다. 동생은 자기 재산이라고는 15년간의 회사생활을 통해 모은 돈으로 산 아파트 한 채가 전부인데 그걸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려 쓰도록 그 집 문서를 형에게 주었다. 그리고 그 달부터 약 1년 남짓 자기가 받는 월급의 일정 부분을 형수에게 보내줬다. 가족의 생활비에 보태 쓰라는 취지였다. 부모나 자식 관계도 아니고 각자 다 결혼해서 자녀까지 두고 있는 있는 상태의 형제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설령 부모나 자식 사이라 할지라도 살고 있는 집이 전 재산인데 그걸 담보로 삼아 돈을 빌리도록 집문서를 내 줄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정말 놀라운 한국인의 가족사랑이다. 이런 조건 없는 사랑이 가능한나라가 한국이다. ‘아내와 상의는 했는가? 그 이후 형의 사업은 좋아졌는가? 당신이 살고 있는 집은 괜찮았는가? 그 동안 보태준 생활비는 돌려 받았는가? 등 궁금한 사항이 한 둘이 아니다. 만일 형이 망해 집이 없어지게 됐다면 당신은 어떻게 되었는가’ 등 궁금증이 많이 든다.그 직원의 아내도 형을 도와주는 일에 크게 반대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다행히 그 직원의 형은 그 때의 어려움을 잘 극복해 현재는 집문서를 되돌려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그 동안 보태준 생활비는 돌려 받지 않았다고 했다. 형이 망하면 어떡 할 뻔했느냐는 질문에 “할 수 없죠. 다시 시작 해야죠”라고 동생은 남의 야기기 하듯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유별난 한국인의 가족사랑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예이다. 그러면서 이 지인은 형제 사이는 돈보다 우애가 훨씬 중요하다고 얘기했다. 형제라면 서로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그 정도는 도와줘야 하는 것이 도리라는 설명이다. 그리고 만일 자기가 그런 어려움에 처했다면 자기 형도 형의 모든 것을 털어서라도 자신을 도와 줬을 것이란 얘기를 들려줬다. 얼마 있지 않아 추석이다. 해마다 추석 때가 되면 한국의 도로는 귀성객들로 주차장이나 다름없이 변하곤 한다. 서울에서 부산 혹은 광주까지 열 시간이 넘게 걸리는 것은 보통이고 심지어 열다섯 시간이 넘게 걸리는 경우도 있다는 보도를 이맘때면 늘 접하곤 한다. 왕복 시간을 따져 보면 길에서 보내는 시간이 무척 길어서 서울에서 미국의 웬만한 도시를 다녀오는 시간과 거의 비슷할 정도다. 명절 때의 서울은 오히려 한가하고 조용해 한국에 오랫동안 거주한 외국인들 중에는 이때가 서울에서 휴식하는 것이 최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설명을 보면 한국인의 가족사랑은 정말 유별나다해도 과언은 아니다.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한 외국인은 명절 때마다 왜 그렇게 오랜 시간 고생을 하면서 고향을 찾아 가는지 솔직히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명절 휴일이 길어야 4~5일인데, 오가는 시간을 빼고 나면 가족과 같이 보내는 시간은 무척 짧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장시간의 운전 역시 힘든 일인 것이다. 물론 외국인에게도 추석이나 설날처럼 사랑하는 가족을 만나는 뜻깊은 명절은 있다. 실제로 이 때를 가족과 같이 보내기 위해 많은 이동을 한다. 그렇지만 한국에서의 경우처럼 그 시간의 대부분을 길에서 보내고 가족을 만나자마자 곧바로 귀성을 해야 된다면 명절 때 고향을 찾을 외국인이 과연 몇이나 될지 의문스럽다는 것이다. 외국인이 한국에서 오래 살았다 하여 형제간의 애정을 위해 전 재산을 거침없이 도와줄 수 있다든가 아니면 아무리 고생스럽더라도 명절 때 고향의 어른들을 찾아뵙는 윗사람에 대한 공경심 등은 실로 지나치다 하겠다. 한국인의 아름다운 사랑에 대해서는 감동의 차원을 넘어 존경심마저 들곤 한다는 외국인들의 설명이다. 이런 가족 간의 사랑이야말로 국가와 사회를 밝게 하고 발전시키는 ‘한국인의 진정한 가치’가 아닐까 생각든다. 물질만능의 시대에 아무리 세상이 바뀌고 가족 간의 가치가 변한다 할지라도 한국인의 가족에 대한 아름다운 믿음의 사랑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아마도 한국인의 마음속에는 사랑의 기본인 가족간에 대한 사랑의 DNA가 유별난 것으로 입증되고 있다. 사랑의 가치는 가족사랑에서 시작하여 이웃사랑으로 발전한다. 한국인의 가족사랑은 사회발전 국가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아마도 한국의 DNA는 핍박받은 역사에서 유래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