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 개정안 입법예고]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 등 재벌대기업 규제강화
38년만에 전면개정으로 공정경제 토대 마련
2019-08-26 박숙현 기자
[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재벌총수 일가의 사익편취를 위한 일감몰아주기를 막고, 기업지배력 악용을 막기 위한 공익법인 의결권을 제한하는 등 경제민주화 기조에 따라 전면개편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입법절차에 돌입했다.26일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을 24일부터 입법예고해 40일간의 의견수렴을 거쳐 개정안을 정기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공정거래법 제정 38년 만에 이뤄진 전면개정으로 대기업과 재벌에 대한 규제가 이전보다 강화됐고, 피해자 구제 수단도 보완해 갑질 차단에 초점을 맞췄다.대기업에 대한 규제를 한층 강화하는 내용으로는 재벌 총수일가의 일감몰아주기 등 '사익편취' 규제가 우선 꼽힌다. 개정안에서는 총수일가의 계열사 지분이 상장·비상장 구분없이 20%(현행 상장30%·비상장20%)이상이거나 이들이 50% 넘게 보유한 자회사가 규제대상에 포함되며, 이에 따라 현행 231개사에서 376개사로 규제대상이 대폭 확대된다.또 재벌 총수일가의 기업 지배력 확대를 위해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았던 공익법인에 대한 의결권 행사 제한 규정이 새로 생긴다. 원칙적으로 권한 행사는 금지되지만 상장 계열사에 한해 특수관계인(재벌가) 합산 15% 한도 내에서 허용하기로 했다. 다만 기업의 부담을 고려해 2년간 유예를 두고 3년간 단계적으로 시행한다. 개정안이 올해 국회를 통과하면 2021년 권한 행사 한도를 30%부터 차츰 줄이게 된다. 현재 이 같은 새로운 규제 대상이 되는 기업은 총 12개사다.기업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지주회사제도가 기업의 지배력 확대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규제체계를 새롭게 개편했다. 자회사·손자회사의 지분율 요건을 20%(비상장 40%)에서 30%(비상장 50%)로 상향해 기업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향이다.이 외에도 경쟁법상 피해를 입은 을들을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했다. 피해자가 법원에 직접 불공정거래행위 중단을 청구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고, 손해배상 소송 때 피해입증을 위해 기업이 법원에 자료제출을 하도록 명령할 수 있게 된다. 담합과 시장지배력남용, 불공정거래행위 등에 대한 과징금 상한도 지금보다 2배 상향한다. 기업 등 피심인에 대한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 처분시효를 최장 12년에서 7년까지 축소하고, 심의 단계에서는 현장조사를 할 수 없도록 재량권 남용 방지 장치도 마련했다.위원회 인적 구성에도 변화를 준다. 현재 상임위원 3명, 비상임위원 4명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전원 상임위원체제로 바꿔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할 예정이다.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입법예고안이 발표되면 한편으로는 '너무 거칠다, 기업을 옥죈다'라는 비판과 '이렇게 해서 공정경제 경제민주화의 시대적 사명을 수행할 수 있겠느냐, 너무 약하다'라는 전혀 상반된 두 가지의 비판이 제기될 것"이라며 "한국경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 합리적인 공정거래법 개편 방향이 어디인지에 대한 고민을 담아서 전부개정안을 입법예고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