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 개정안 입법예고] 재벌개혁 강도 예상보다 낮아...논란 본격화

입법과정에서 시민사회단체 반발 일 듯

2019-08-26     박숙현 기자
[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재벌 저격수 김상조호’의 공정거래위원회가 야심차게 내놓은 전면개정안은 재벌개혁 수위가 기대보다 낮다는 평가다. 입법 과정에서 시민단체 등 진보진영의 반발이 예상된다.개정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은 ‘벤처지주회사 설립요건 대폭 완화’ 방안이다. 현재는 자산총액 5000억원 이상만 벤처지주회사를 설립할 수 있다. 이를 300억원으로 완화해 중견기업도 벤처지주회사를 설립할 기회를 준다. 자산총액 요건을 낮출 뿐만 아니라 벤처지주회사에 한해 ‘비계열사 주식 취득 제한 5%룰 적용’을 배제한다. 또 대기업의 벤처 자회사 편입유예 기간을 현재 7년에서 10년까지 확대해준다.이에 따라 일각에선 대기업에 인수된 벤처기업과 독립 벤처기업간의 공정경쟁이 가능할지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앞으로는 대기업 내 소규모 자본으로 설립된 벤처기업 발굴·투자·인수 회사가 설치되는 것이다. 당초 벤처지주사 활성화 자체가 김 위원장이 약속했던 ‘대기업 지주사의 CVC(기업형 벤처캐피탈, Corporate Venture Capital) 보유 허용’이 ‘금산분리 원칙’ 훼손이라는 진보진영의 반발로 무산되고 나온 대체안이다.공익법인 의결권 제한이나 지주회사 규제 강화도 특위안보다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 김 위원장은 “의미 있는 지분율의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공익법인이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니다”라며 “이에 대한 어떤 과도한 규제를 또 설정하는 것은 공익법인을 통한 기부문화의 확산에 일정한 지장이 있을 것을 염려했다”고 규제 완화 취지를 설명했다.물론 확정된 개정안에는 ‘사익편취 규제 적용 대상 확대’와 ‘계열사간 합병시 금융·보험사의 의결권 행사 금지’ 등 대기업이 긴장할 만한 내용도 담겼다. 그러나 기업의 해외계열사에도 사익편취 규제를 동일 적용하자는 내용이나, 금융·보험사 기준 의결권 한도를 5%까지 추가 제한한다는 특위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또 대기업의 지배력 확대를 억제하고자 마련된 의결권 제한 등 ‘순환출자 규제’를 기존 순환 출자 고리에는 제한하지 않는다. ‘상호출자기업집단’으로 새로 지정되는 기업집단에만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기존 대상 기업들이 대부분 자발적으로 순환출자를 해소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지주회사 규제를 위해 ‘지분율을 현행 20%(비상장 40%)에서 30%(비상장 50%)로 상향하는 것도 신규 설립·전환된 지주회사로 한정해 적용한다. 진보진영이 요구했던 '부채비율 요건 200%->100%로 강화'하는 안은 규제 효과가 미미하다고 판단돼 받아들여지지 않고 현행 유지하기로 했다.김 위원장은 "재벌개혁을 포함한 기업집단법제의 개선을 위해서는 모든 문제를 공정위가 공정거래법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기존의 인식에서부터 탈피할 필요가 있다"며 "다양한 부처의 다양한 법률적 수단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그 전체의 체계적 합리성을 제고하는 것이 재벌개혁의 지속가능한 성공을 위한 올바른 방향이 아닌가라고 판단했다"고 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입법 과정에서 진보진영의 반대 목소리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지주화사 규제가 지나치게 완화된 측면이 있다며 의무지분율 상향 뿐만 아니라 사업관련성 요건도 추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무위 소속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 21일 당정협의에서 "인적분할에 대해선 상법 개정으로 미뤄놓은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