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간첩 활동' 누명 쓴 50대, 24년 만에 무죄

2011-08-16     최소연 기자
[매일일보] 일본에서 간첩으로 활동했다는 의심을 받아 감옥살이를 한 남성이 24년 만에 누명을 벗었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안영진)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소속 공작원에게 포섭돼 간첩행위를 한 혐의(국가보안법상 간첩)로 처벌받은 구명우(54)씨에 대한 재심에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15일 밝혔다.

재판부는 "수사관이 구씨를 불법 체포한 뒤 영장 없이 40일 넘게 가두고 가혹행위를 통해 자백을 강요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나온 구씨 진술의 증거 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구씨를 포섭한 조총련계 인물로 지목된 K씨가 북한공작원이라는 점이 의심스럽고, 설사 K씨가 북한공작원이라 해도 구씨가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구씨는 1983년 일본으로 건너가 공사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다 지인의 소개로 재일교포 K씨와 만나 친하게 지냈다.

일을 마치고 귀국한 구씨는 1986년 3월 국군보안사령부 소속 수사관들에게 체포돼 43일간 수사를 받았다.

당시 수사관들은 3~4일간 잠을 재우지 않고 전기고문을 하는 등 구씨를 괴롭히며 자백을 강요했고 고문을 견디다 못한 구씨는 간첩행위를 했다고 거짓진술했다.

결국 구씨는 간첩 혐의로 기소됐고 대법원은 1987년 징역 7년에 자격정지 7년을 선고했다.

선고 후 23년이 흐른 지난해 10월 구씨는 "고문 등 가혹행위 때문에 범행을 허위진술했다"며 재심을 청구했고, 서울고법은 올해 2월 재심개시 결정을 내렸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