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불씨 꺼버린 못된 도둑

2008-09-20     이형주 기자
【매일일보제휴사=뉴시스】백혈병에 걸린 주부가 수년 동안 모은 수술비를 갖고 달아난 30대 남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19일 평소 알고 지내던 여성의 집에서 현금을 훔쳐 달아난 최모씨(30)를 절도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최씨는 지난달 31일 오후 6시30분께 광주 북구 오치동 이모씨(39, 여)의 원룸에서 현금 2000만원을 빼내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가 훔쳐 달아난 2000만원은 이씨가 2년 동안 모은 백혈병 수술비인 것으로 밝혀졌다. 평소 최씨는 이씨를 누나라고 부르며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고 이씨는 신용불량자인 탓에 수술비를 은행에 맡기지 못하고 집에 보관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이 최씨가 훔쳐간 수술비는 이씨가 3년 전 남편과 헤어진 뒤 자녀 2명을 사회복지시설에 맡기고 2년 동안 업소에 일하면서 모은 돈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에게 수술비를 도난당한 이씨는 최근 모 대학병원에서 받기로 했던 골수이식수술도 포기했고 입원비나 항암치료비 마련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씨는 경찰 조사에 "돈을 훔쳐간 적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최씨는 수술비를 훔쳐간 뒤 이씨의 휴대전화로 4차례나 '미안하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며 "최씨가 훔쳐간 돈을 일부라도 회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