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평양도착…김정일위원장 영접

남북정상 만남, '깜짝 영접'으로 시작됐다

2008-10-02     매일일보

【평양=공동취재단/뉴시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일 오전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2007 남북정상회담'을 갖기 위해 평양에 도착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아침 부인 권양숙(權良淑) 여사와 함께 대통령 전용차량편으로 청와대를 출발, 오전 9시께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통과한 후 평양∼개성 고속도로를 달려 오전 11시30분께 평양에 도착, 인민문화궁전 앞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영접을 받은 후 김 상임위원장과 오픈 카에 탑승, 연도에 나온 수십만명의 평양 시민들의 환영을 받으며 20분 동안 카 퍼레이드를 벌였다. 노 대통령은 낮 12시께 4˙25 문화회관 앞 광장에서 직접 영접을 나온 김정일 위원장의 환대를 받으며 도착한 후 김 위원장과 함께 공식환영식에 참석했다. 노 대통령은 환영식장에 5분 가량 앞서 도착해 미리 기다리고 있던 김 위원장과 악수를 나눈 뒤 붉은 색 카핏을 함께 걸으며 북한 육˙해˙공군으로 구성된 명예위병대를 사열하고, 환영식에 참석한 김영일 내각 총리를 비롯, 북한 당˙정˙군의 고위층 인사들과도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인사를 했다. 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4˙25 문화회관 앞 중앙단상에 나란히 올라 북한 인민군의 분열을 받았다. 이어 노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식장에 도열해 있던 남측 공식수행원들을 소개했고, 양 정상은 식장을 퇴장하면서 환호하는 군중들에게 손을 들어 답례했다. 이날 환영식은 낮 12시께부터 12분 가량 진행됐고, 양 정상은 환영식이 끝난 뒤 각각 자신의 차를 타고 식장을 떠났다. 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헤어진뒤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에 도착, 권 여사 및 공식수행원과 오찬을 함께 했다. 그리고 이날 오후 만수대 의사당에서 예정된 김영남 위원장과의 공식 면담을 준비했다.

남북정상 만남, '깜짝 영접'으로 시작됐다  

"반갑습니다"

2일 낮 12시2분. 손을 맞잡은 남북 정상의 인사말은 짧았다. 7년 만에 이뤄진 남북 정상간 만남은 지난 2000년 때와 마찬가지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깜짝 영접'으로 시작됐다. 김 위원장은 노 대통령과 만나기 5분 전인 오전 11시57분, 평양시 모란봉구역 4˙25 문화회관 광장에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수천명의 인파가 문화회관 주변에 운집한 가운데 4대의 벤츠 차량이 잇따라 들어왔고, 그 중 두번째 차량에서 황색 인민복 차림의 김 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광장은 삽시간에 함성의 도가니였다. 환영 행사에 나온 평양 시민들은 일제히 "만세"라는 함성과 함께 연분홍색, 보라색, 붉은색 꽃술을 흔들었다. 김 위원장은 손을 들어 화답했다. 2000년에 비해 다소 나이가 들어보이는 모습이었지만 몸짓은 당당했다. 김 위원장은 노 대통령을 기다리는 동안 뒷짐을 진 채 주변을 둘러보기도 했으며 손짓으로 측근들을 불러 뭔가를 지시하기도 했다. 5분 뒤 마침내 노 대통령과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함께 탄 오픈 카가 4˙25 문화회관 광장에 도착했다. 환영 인파들은 다시 "와", "만세"라는 함성과 함께 꽃술을 일제히 흔들었고 노 대통령은 손을 들어 환호에 화답했다. 차에서 내린 노 대통령이 김 위원장 쪽으로 걸어오는 동안 김 위원장은 제 자리에서 기다렸다. 그리고는 다가온 노 대통령과 가볍게 악수를 하며 인사말을 주고받은 뒤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와도 악수를 했다. 김 위원장은 노 대통령에게 손짓하며 준비된 붉은색 카펫으로 안내를 했고, 두 정상은 북한측 육˙해˙공군 의장대의 사열을 받았다. 혁명음악대의 연주가 장엄하게 울려 퍼졌다. 김 위원장의 안내를 받으며 사열을 마친 노 대통령은 ㄷ자 모양의 카펫을 따라 미리 도열해 기다리고 있던 김영일 내각 총리, 강석주 외무성 부상, 박순희 여성동맹위원장을 비롯한 당˙정˙군 고위인사 21명과 인사를 나눴다. 김 내각총리를 비롯, 북측 고위인사들은 이날 오전 11시25분께부터 행사장에 나타나 노 대통령의 도착을 기다렸다. 북측 인사들과 인사를 마친 노 대통령 내외에게 여성 2명이 환영의 꽃다발을 증정했다. 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광장 가운데에 마련된 연단에 올라 나란히 서서 북한 군의 분열 행사를 지켜봤다. 뒤이어 연단을 내려온 김 위원장은 도열해 있던 남측 공식 수행원들과 차례로 인사를 나눴다. 김 위원장은 악수를 하던 중 대북 특사로 방북했던 김만복 국정원장과 몇 마디 말을 주고받는 등 친근감을 보이기도 했다. 양측 수행원들과 각각 인사를 마친 두 정상은 4˙25 문화회관 정면 계단에 운집한 환영 인파 앞을 지나며 잠시 환호에 답했다. 환영 인파 중 일부 여성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꽃술을 흔들었다. 김 위원장은 환영 인파 앞을 지나는 동안 시종 노 대통령의 두세발짝 뒤에서 걸어오며 양 손바닥을 수평으로 마주치는, 특유의 박수를 치기도 했다. 환영 인파의 행렬 끝에 도착한 두 정상은 다시 가볍게 악수를 나눈 뒤 각각의 전용차에 올라탔다. 노 대통령은 권 여사와 함께 남측에서 타고온 전용 차량에 올라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으로 이동했고, 김 위원장이 탄 차는 노 대통령이 퇴장한 반대 방향으로 사라졌다. 공식 환영식이 끝난 시간은 낮 12시14분이었다. 2007년 남북 정상회담 첫날 두 정상의 첫 만남은 12분여 만에 끝났다. 공식 환영식이 진행되는 동안 두 정상은 처음 악수를 나눌 때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말을 주고받지 않았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이 김 위원장의 평양 순안공항 깜짝 영접으로 시작된데 반해 2007년 남북 정상회담은 4˙25 문화회관 광장의 깜짝 환영식으로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