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봉착한 이명박, ‘불안한 대세론’

‘남북경협’에 ‘경제’ 이슈 깨지고 국정감사에 대세론 꺾이나

2008-10-03     민철 기자

[매일일보제휴사=폴리뉴스(이윈컴)] 추석 이후에도 지지율 50%대를 유지하며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가 독주를 계속하고 있지만 남북 정상회담, 국정감사, 당 화합 문제 등 대선판을 흔들 만한 대형 변수가 도사리고 있어 ‘10월 이명박 위기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온 나라의 이목이 평양에서 개최되는 남북정상회담에 쏠려 있지만 이 대선후보는 ‘민생행보’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일단 범여권은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대선국면에서의 국면전환용으로써 적극 활용하기 위한 분주한 모습이다. ‘북풍(北風)’을 연말대선까지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이 후보는 정상회담 이슈에 끌려가는 것보다는 민생을 챙김으로써 서민을 위한 ‘경제 대통령’ 이미지를 고취시키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이러한 일환으로 남북정상회담이 시작된 2일에도 이 후보는 경기도 한 노인복지회관에서 ‘노후가 살맛나는 대한민국·행복한 노년을 위한 인생 삼모작 플랜’을 주제로 6번째 타운미팅을 갖고, ‘건강검진·일자리보장·주거 및 생활환경 정책으로 구성된 이른바 ’삼고(三苦:질병, 가난, 고독)제로 플랜‘을 제안하는 등 ’민생 챙기기‘에 나섰다. 이어 3일에는 당사에서 차량용 스티커 부착운동 등 태극기 달기 행사를 가질 계획이며, 4일에는 부산 국제영화제, 마산 자유무역지역을 방문한다. 이튿날인 5일에는 부산지역 내 학교를 찾아 ‘교육’을 주제로 한 타운미팅을 준비하고 있다정상회담 기간에 남북 이슈를 놓고 경쟁하기 보다는 ‘민생행보’로 차별화 하겠다는 것. 여기에는 이번 정상회담에 대선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여유가 깔려있다. 이 후보측은 기자와의 만남에서 “남북정상회담에서 과연 어떠한 보따리를 풀지는 장담할 수는 없지만 지지율 50%가 넘는 데다 국민들도 이미 학습이 된 만큼 대선에서 영향을 크게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대선 정상회담 이후를 더욱 주목하고 있다. 정상회담 이후의 확산될 ‘북풍’ 차단과 주도권 확보를 위해서다. 8일 당 공식 선대위 출범, 10일 비전선포대회(공약 발표), 14~17일 미국 방문 등 굵직한 이슈들이 줄줄이 예고돼 있다.
하지만 남북정상회담에서의 선불보따리가 무엇일지, 또 범여권이 이 후보에 제기된각종 의혹 등을 국정감사를 통해 검증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데다 한나라당 내부 갈등도 남아있는 실정. 게다가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이 파국으로 치달으면서 대선구도 자체가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돼 10월 정국은 국내 정치의 최대 분수령이 되 전망이다.

이 후보가 대세론을 형성하며 줄곧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정국의 돌발 변수에 따라 대권 지형이 요동칠 수 있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대체적인 의견이다.‘평화·경제협력’, 노무현 ‘한반도 경제론’ vs 이명박 ‘남한 경제론’ 대결구도 마련우선 남북정상회담 자체만으로는 이 후보의 대세론을 꺾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미 ‘북풍’이란 학습효과가 국민인식 저편에 깔려 있는 만큼 큰 대선에서 큰 변수로 작용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에서 가져올 선불 보따리가 무엇이냐에 따라 이 후보의 지지율을 휘청거리게 할 수 있다. 예상 외로 묵직한 보따리가 생길 경우 대선구도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는 시각이 만만치 않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선 한반도 평화, 공동번영, 화해·통일 등 분야별 현안을 포괄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노 대통령은 2일 방북에 앞서 “무엇보다 평화 정착과 경제발전을 함께 가져갈 수 있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진전을 이루는 데 주력하고자 한다”며 “경제협력에 있어서 대규모 협력이외에도 남북한 간의 인식의 차이를 극복하는데 노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정상회담 최우선 의제로 ‘평화’와 ‘경제협력’을 꼽고 있는 것으로 남북한 평화체제를 경제협력과 연결시켜 한반도 평화체제를 이룩하겠다는 청사진이다. 이는 이 후보의 ‘경제’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는 의제다. 노 대통령은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정전체제가 평화체제 전환되고 남북이 함께 공조하는 한반도 경제시대가 열리면 한반도는 명실공히 동북아시아의 경제 중심이 될 것”이라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결국 경제의 주체가 남쪽만이 아닌 남북한 모두를 포함한 새로운 경제 체제를 의미한다. 즉 한반도 경제체제 구축. 이는 이 후보의 남한 내 ‘경제 발전 체제’와는 뚜렷하게 대비된다. 이 후보의 경제 발전의 토대는 남한내로 국한하고 있다. 북한 운하가 포함되어 있지만 ‘경인 운하’를 통해 ‘747(7년내에 국민소득 4천불 7대 강국)공약’을 실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남북 경협으로 해주, 남포, 신의주 등을 제2개성공단으로 조성, 또 과학기술, 농업 분야의 남북 협력 강화와 지하자원 공동개발, 한강하구 공동개발 등이 가능하다. 또. 철도ㆍ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 보건, 의료 분야에서의 협력 등 새로운 ‘한반도 경제 체제’가 마련되는 등 ‘한반도 경제체제’가 구축된다. 나아가 중국과 러시아와의 경제 협력, 시베리아횡단철도(TSR)-한반도종단철도(TKR)’연결 등도 가능한 ‘대륙 경제 체제’로 발전할 수 있다. 현재 이 후보가 ‘경제’이슈를 섭렵함에 따라 사실상 경제 대항마로 나설 범여권 주자들은 전무한 상태. 그러나 정상회담을 통해 결국 노무현 ‘한반도 경제’ 대 이명박 ‘남한 경제’ 일대일 구도를 마련할 수 있는 발판이 된다. 이와함께 반한나라당 지지층의 결집효과가 극대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로인해 이 후보의 ‘경제 대통령’이미지가 한순간에 ‘한반도 경제’에 묻힐 수도 있다.정상회담 의제 중 이 후보가 견제할 의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정상회담을 통해 지지층 이탈 사태도 발생할 수 있다. 이산가족문제와 국군포로·남북자 문제, 남북정상회담 정례화 등 국민들의 감수성을 자극할 수 있는 이러한 문제들이 정상회담에서 합의될 경우 그 파급력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측이 ‘이산가족 상봉’ 과 '납북자·국군포로'의 생사확인과 가족 상봉을 주선, 또 상징성이 강한 일부에게는 고향 방문을 허용하는 '선물'을 내놓는다면 이슈는 자연스레 노무현 대통령으로 모아지게 된다. 대선국면에서 이러한 감수성을 자극할 수 있는 이슈들이 봇물 터지 듯 터질 경우 지지층 이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이 후보의 맞불 전략도 만만치 않다. 오는 14일로 예정된 조지 W 부시 대통령과의 면담 성사가 ‘정상회담’ 맞불카드로 작용할 것이란 예측 때문이다. 이미 대세론을 가능케 한 ‘경제’이미지를 선점한 이 후보가 ‘외교’이미지까지 획득할 경우 대세론은 더욱 굳어질 수 밖에 없어 보인다. 10월 국감에 이명박 무릎 꿇을까이 후보에게는 이번 10월 국정감사도 가장 큰 걱정거리 중에 하나다. 검찰의 도곡동 땅 수사 발표가 남아있고, 특히 신당은 10월 국회에서 ‘이명박 검증’을 벼르고 있는 상황. 대운하 정책은 물론 도곡동땅 의혹, BBK 논란 등 이 후보에 대한 도덕적 결함을 모조리 도마에 올려놓겠다는 것이다.이미 범여권은 이 후보에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TF'를 구성, 국정감사에서 파상공세를 펼칠 태세다. 대통합민주신당 김효석 원내대표는 "도곡동 땅, BBK 주가조작, AIG 특혜, 상암동 DMC(디지털미디어시티) 관련 의혹 등이 고구마 뿌리처럼 얽혀있고, 그 뿌리에는 이명박이 자리잡고 있다"며 “‘이 후보는 전대미문의 의혹덩어리 후보’로 한나라당 내에서도 낙마 가능성을 우려한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라고 강도 높은 공세를 예고하고 있다. 게다가 BBK 주가조작 핵심인물인 김경준 씨의 귀국도 주목된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후보의 ‘김경준 귀국차단설’이 회자되고 있는 실정. 김씨가 귀국하면, 이 사건은 다시 재수사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이 사건은 김씨가 국내에 없어 수사가 미뤄진 상황. 이 후보 측을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김씨가 언론을 통해 이 후보를 이 회사의 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만약 김씨 귀국 후 검찰이 BBK 경영에 이 후보가 직접 참여했다는 사실을 밝혀낼 경우, 지금까지 자신을 피해자라고 주장했던 이 후보의 해명은 모두 거짓말이 돼버린다. 검찰이 “제3자의 소유로 보인다”고 밝힌 ‘도곡동 땅’문제도 휴화산과 같다. 범여권이 집요한 공세를 벌여 새로운 사실이 드러날 경우 이 문제가 본선에서 재점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후보의 도덕성보다는 능력을 우선시한다는 민심 기류를 감안하면 현재로선 검증 국회가 얼마나 큰 위력을 보일지는 불투명하다. 하지만 한나라당 내부 경선 때와 달리 이 후보에 대한 흠집이 총망라되고 새로운 의혹마저 터진다면 ‘스펀지에 물 스며들듯’ 이 후보에 큰 압박이 될 것이란 게 중론이다.한 경선, 절반의 승리 거둔 李- 전반의 승리 거둔 朴의 선택은?이 후보의 순항에 당내 갈등도 걸림돌이다. 박근혜 전 대표가 어떤 행보를 취할 지에 따라서도 이 후보의 대선판도가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경선과정에서 40~50% 지지율을 기록한 이 후보는 경선 경쟁주자였던 박 전 대표에 비해 20~30%P격차로 선두를 유지했고, 당내 조직면에서도 우세했다. 그러나 실제 경선에선 박 전 대표가 조직표에서도 앞섰고, 여론조사에서도 불과 1.5%P 차이에 그쳤다. 경선을 통해 이 후보에 대한 여론조사의 허수가 드러났을 뿐 아니라 이 후보의 ‘세 확보’도 허구임이 그대로 드러난 것으로 ‘절반의 승리’를 거뒀을 뿐이다.

따라서 1.5% P라는 근소한 차의 패배와 깨끗한 승복을 통해 힘을 유지하고 있는 박 전 대표가 이 후보에게 어느 정도 힘을 실어주느냐에 따라 이 후보의 입지는 달라질 수 있다.
그가 일각에서 거론되듯 선대위원장 등 직위를 맡아 적극적으로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나서느냐, 당위적 차원에서 정권교체를 위한 소극적 역할에 머무느냐에 따라 한나라당의 대선전력도 크게 차이가 날 전망이다.

하지만 이 후보의 ‘당 화합’ 언급과는 당 조직개편, 시도당위원장 경선, 선대위 구성 등에 박 전 대표측 인사들이 대거 배제되는 등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 데다 이 후보 경선캠프에서 좌작역할을 했던 이재오 최고위원이 기름을 부었다. 최근 “이 후보 중심의 당은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여기에 ‘2명의 선출직 최고위원직’에 대해서도 “안배할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등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박 전 대표측 일부 인사들은 최근 희망포럼 이라는 단체를 발족시키는 등 독자 세력화를 꾀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 후보에 대한 불만의 표현이자, 위기감의 표출이다. 이는 이 후보의 당화합이 실패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경선에서 절반의 승리를 거둔 이 후보의 현 50%의 지지율도 허수 있을 있을뿐더러 당도 이명박·박근혜계로 갈라진 상황에서 이 후보가 대선 국면에서 큰 힘을 얻기 위해서는 박 전 대표의 협조는 절실하다. 따라서 경선 이후 한달간 조용한 행보를 보였던 박 전 대표가 본격적인 대외활동에 나설 것으로 관측돼 박 전 대표가 어떠한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