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위적 주주정책 강화…주가 부양효과는 얼마나?
“주주 정책, 상황 따라 호재일 수 있으나 무엇보다 ‘기업 실적’이 우선”
[매일일보 이화섭 기자] 올 하반기 유가증권(코스피)·코스닥 상장사들은 주가 부양을 위해 자사주 취득 및 처분 등 주주 정책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취득된 자사주 가운데 일부만 소각되고 있어 주가 부양에 있어서 일시적 효과에 그치기 때문에 자사주 취득보다는 소각에 따른 주가 상승 효과가 더 크다는 판단이다.
더불어 지난 7월 말 도입된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른 주가 상승 기대감 역시 커지고 있다. 상장 기업들의 주주환원정책이 강화되면서 국내 증시 가치가 재평가될 것이란 분석이 크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하반기 시작일인 지난 7월 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상장법인이 자기주식을 취득 결정을 공시한 건수는 17건, 처분 결정을 공시한 건수는 27건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시장별 자사주 취득은 코스피 상장사가 9곳 9건, 코스닥 상장사가 7곳 8건, 자사주 처분은 코스피가 11곳 12건, 코스닥이 12곳 15건으로 나타났다.
자사주 취득은 자기 회사의 주식을 매입하는 것으로 회사 주식가격이 낮게 평가됐을 때 주가 안정과 부양을 위해 자기회사 주식을 사들인다. 주가를 상승시켜 주주에게 자본이득을 올릴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에 배당의 효과를 갖고 있다.
이어 자사주 처분은 통상 증시가 활황일 때 늘어나는 데 주가가 상승세를 타면 자사주 처분을 통해 차익을 노리고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
일각에선 소각된 자사주는 재매도가 불가능해 자사주 취득보다는 소각에 따른 주가 상승효과가 더 크다는 분석이다. 특히 취득된 자사주 중 극히 일부만이 소각되고 있어 주가 부양을 활성화에 있어서 일시적 효과에 그친다는 분석이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상장사의 자사주 취득이 호재인 점은 분명하지만 지속적으로 주가 부양을 이끌 수는 없다”며 “국내 기업들이 추진하고 있는 주주 정책들은 긍정적 요소를 지니고 있으나 근본적으로 주가 상승을 견인할 수 있는 것은 기업 실적이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기업의 자사주 취득의 배당효과나 운영 정책을 바라볼 때 해당 기업의 특성을 살펴봐야 한다”며 “불규칙적인 자금유·출입이 진행되고 있거나 예상되는 기업의 경우 처분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 부담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따른 주가 상승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상장 기업들의 주주환원정책이 강화돼 국내 증시 가치 재평가 원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란 설명이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배당수익률이 1.17%에서 2.0%로 상향된다면 즉각적인 배당이익과 주식 재평가가 가능하며 연기금 입장에서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국내 연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 경험이 없다는 점에서 국내와 유사한 투자환경의 일본을 벤치마킹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윤 연구원은 “국민연금이 일본 공적연금펀드(GPIF)처럼 위탁운용사를 선정 시 인센티브를 도입해 자발적 참여로 배당 강화 기조를 유도할 것”이라며 “위탁운용사 포트폴리오의 배당수익률을 평가하는 방식을 선정 기준에 반영한다면 기업의 주주환원과 위탁운용사의 자발적인 주주활동을 이끌어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