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러시아 ‘스타 고양이’ 9월 9일 고양이의 날에 만난다

야옹서가, 9월 7~15일 한국고양이의 날 10주년 전시회 서울 서교동 엘리펀트스페이스에서 개최

2019-09-05     김종혁 기자

[매일일보 김종혁 기자] 고양이 출판사 야옹서가가 9월 7일 부터 15일 까지 ‘한국고양이의 날 10주년 기념전 고양이, 내 삶의 마법 전시회’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고양이 전문작가 고경원이 2009년 9월 9일 창안한 한국고양이의 날 10주년을 맞아 기획했다.

전시회 초대작가 이신아와 크리스티나 마키바는 고양이가 인간에게 선사하는 위로와 웃음을 유쾌한 사진으로 전한다. ‘우주대스타 고양이’ 히끄와 커틀렛의 일상 사진을 비롯해 160cm 거대 히끄와 함께하는 성묘입양 캠페인 ‘고양이는 클수록 좋다’, ‘히끄네 집’ 아카이브 전시, 영상 설치 등 총 30여점을 전시한다. 1회~9회 역대 한국고양이의 날 대표사진전도 함께 열린다.

제주에서 민박을 운영하며 에세이스트로 활동하는 이신아, 러시아의 유명 사진가 크리스티나 마키바, 언뜻 보기엔 서로 연계점이 없어 보이는 두 작가에겐 ‘고양이로 인해 삶의 외연이 넓어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살아온 두 작가가 한국의 전시장에서 작품으로 교류하게 된 것도 고양이 덕분이다.

두 작가의 사진을 보노라면 사랑하는 대상을 매일 사진으로 기록하는 행위가 얼마나 큰 힘을 지니는지 깨닫게 된다. 고양이를 향한 무한한 사랑으로 가득한 사진들은 동물에게 관심 없던 사람조차 지긋이 미소 짓게 만든다. 꼭 멀리 있는 특별한 피사체를 찍어야만 다큐멘터리 사진이 되는 것은 아니다. 나와 가까운 대상을 애정 어린 눈으로 매일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작업이 될 수 있음을 이들은 보여준다.

두 작가의 사진에 담긴 파급력은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로도 짐작할 수 있다. 14만 팔로워를 보유한 이신아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사진은 우주대스타 히끄의 일상이 전부지만, 새 사진이 올라올 때마다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동글동글 통통한 몸매에 서글서글한 성격의 히끄는 한때 마르고 아픈 모습으로 제주 시골길을 헤매던 길고양이였다. 작가는 그런 히끄를 고민 끝에 입양하고, 둘이 함께하는 희로애락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시작했다.

집이 없던 고양이 히끄와, 도피하듯 내려간 제주에서 꿈 없이 살던 작가가 길에서 만나 서로에게 따뜻한 가족이 되는 모습은 잔잔한 감동을 준다. 이들의 이야기는 사진에세이 ‘히끄네 집’으로 출간되어 인터넷 교보문고 국내 도서 종합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히끄의 사진, 영상 및 아카이브 전시, 160cm 대형 히끄가 기다리는 포토존 등 다양한 전시물을 통해, 제주도 히끄네 집에 놀러간 듯한 체험을 할 수 있게 구성했다.

또 다른 초대작가 크리스티나 마키바는 세계 각국의 아름다운 풍경과 건축물을 배경으로 촬영한 ‘드레스를 입은 소녀’ 시리즈로 유명하다. 서울미술관 기획전 ‘디어 마이 웨딩드레스’의 환상적인 핑크빛 메인 포스터 역시 그의 작품이다. 인스타그램 60만 팔로워를 보유한 그의 계정은 인물 중심의 작품사진이 대부분이지만 세계 애묘인들은 그가 찍은 반려묘 커틀렛의 사진에도 열광했다.

사진가의 눈으로 위트 있게 포착한 커틀렛의 일상은, 반려묘 사진을 특별하게 남겨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준다. 특히 이번 전시는 반려묘 커틀렛을 모델로 한 ‘Simple Magic Cat’ 시리즈를 세계 최초로 선보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11월에는 전시작품을 포함한 미공개 사진 100장으로 구성한 크리스티나 마키바 사진집도 출간될 예정이다.

2002년부터 고양이 전문작가로 활동해온 기획자 고경원은 2009년 9월 9일 한국고양이의 날을 창안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한국고양이의 날을 9월 9일로 정한 데는 이유가 있다. 즉 ‘고양이 목숨은 아홉 개’라는 민간속담처럼 강한 생명력을 상징하는 ‘아홉 구’(九), 세상 모든 고양이가 주어진 수명만큼은 오랫동안 누리길 기원하는 ‘오랠 구’(久)를 딴 것이다.

1년에 단 하루만이라도 고양이의 생명을 생각하는 날이 되길 바라며 2009년부터 매년 9월 9일을 전후로 기획전과 강연 등 문화행사를 열고 있다. 2월 2일 ‘일본고양이의 날’, 8월 8일 ‘세계고양이의 날’에 이어 한국에서도 ‘한국고양이의 날’이 시작됐다. 한국고양이의 날 10주년을 기념하는 올해 전시에서는 두 초대작가의 대표작 외에 기획자 고경원이 엄선한 역대 고양이의 날 대표 사진을 돌아보는 뜻깊은 자리를 마련했다.

고경원은 16년차 고양이 전문작가이다. 2007년 ‘나는 길고양이에 탐닉한다’를 출간하며 한국 작가로는 최초로 길고양이 사진에세이를 국내 출판계에 선보였다. 쓴 책으로 ‘고양이, 만나러 갑니다’, ‘작업실의 고양이’, ‘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 ‘둘이면서 하나인’이 있다. 2009년 9월 9일 한국고양이의 날을 창안했고 2017년 고양이 전문출판사 야옹서가를 창립했다.

이신아는 에세이스트이다. 대학에서는 법학을 전공했지만 여행자로 살 때 더 행복했다. 여행 차 왔던 제주도에 정착한 지 2년째 되던 해 길에서 히끄를 만났다. 현재 오조리에서 조그마한 민박을 운영하면서 히끄와 행복하게 살고 있다. 5년 전 배낭 하나만 메고 제주로 왔듯, 언젠가 다시 배낭을 메고 떠날 날을 꿈꾼다. 쓴 책으로 ‘히끄네 집’, ‘당신도 제주(공저)’가 있다.

크리스티나 마키바는  러시아 모스크바에 거주 중인 사진가 이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판타지에 매료됐고 16살 때 첫 카메라를 가지면서 상상을 현실로 옮기기 시작했다. 그의 테마는 ‘Simple Magic Things’라는 표현으로 압축되며 대표작으로 ‘드레스를 입은 소녀’ 시리즈가 있다. 그에게 무엇보다 큰 마법은 반려묘 커틀렛(Cutlet)이다. 커틀렛은 그에게 삶의 기쁨이자 영감의 원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