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해진 盧, 누가 득 볼까?
정상회담 성공으로 레임덕 벗어던진 노 대통령…이번엔 어떤 정치적 의사 표현할까?
2007-10-05 최봉석 기자
정치권 일각 ‘노심, 이해찬으로 흐르고 있다’
이해찬 지지율 바닥, 남은 1주일 盧의 선택은?
[매일일보닷컴] 한나라당마저 이번 정상회담을 대체적으로 긍정 평가하고 있다. ‘대선 이벤트용’이라며 정상회담 전 호들갑을 떨었던 과거와는 사뭇 달랐다. 이명박 후보 측 김형주 대변인은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율이 오를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실제로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노 대통령의 지지율은 치솟고 있다. 일부 여론조사에선 30%를 돌파했다. 2005년 10%, 2006년 20%대와는 확연히 다른 결과다. 때문에 역대 대통령 가운데 유일하게 ‘레임덕을 비껴가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레임덕을 피한다는 것은 대통령의 ‘힘’이 강해진다는 뜻이다. 특히나 선거판에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대통령이라고 한다면, 대선을 70여일 앞둔 상황에서 노무현 대통령처럼 정치적 의사 표현이 확실한 사람이라면 이번 대선구도에서 노 대통령은 그야말로 ‘변수’ 가운데 최고의 ‘변수’다.
사실 누가 뭐래도 노무현 대통령은 대선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 선거중립의무 위반으로 선거법 위반 결정을 받은 지 하루도 되지 않아 “위헌”이라며 선관위 결정에 대해 정면으로 도전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이 대선 주자들에 대해 우회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점잖게 비판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정치생명에 위기를 줄만큼 ‘위험한’ 발언도 서슴치 않고 있다. 노 대통령의 ‘직격탄’을 맞고 정치권 밖으로 떨어져 나간 대선 주자들도 상당수에 이를 정도다. 물론 특정 대선 주자에 대해선 직ㆍ간접적으로 지지의사를 내비치기도 한다.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 대해선 공개석상에서 반감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 노 대통령의 지지율이 형편없고 참여정부의 인기가 형편없을 때는 범여권 후보들에게 지지를 보냈다. 그러나 통합신당 창당 이후 정동영, 손학규 두 대선 예비후보에 대해선 ‘반감’과 ‘섭섭함’을 거침없이 드러내고 있다.이 같은 그림으로 해석해볼 때, 노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적은 없지만 ‘노심’(노무현의 속뜻)이나 ‘청심’(청와대의 속뜻)이 이해찬 쪽으로 흐르고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정설이다. 지난 5월부터 이미 정가에선 한나라당 후보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나올 경우 이해찬 카드가 유력하게 나돌기도 했다. 이치범 전 환경부장관은 “노심이 이 전 총리에게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노심, 이해찬 총리에게 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입장에서 볼 때 현재의 선거 판세는 자신의 의도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변양균, 정윤재 등 노 대통령 측근 비리 의혹으로 ‘친노 주자’에 대한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정동영의 가치는 급증하고 있고, 이해찬의 지지율은 하락 추세다.통합신당의 경선방식이 ‘순회경선’에서 ‘원샷경선’으로 바뀜에 따라 정동영 후보의 1위 독주체제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크긴 하지만, 그의 지지율은 여전히 상승하면서 여론조사에 강세를 보이고 있다.그렇다면 노무현 대통령의 선택은 무엇일까. 정치권에선 일단 노 대통령이 이명박 후보를 더 이상 공격하진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으로 현재의 선거 판세가 노 대통령의 의중(?)대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한 정치전문가는 “여태껏 경제 이슈로 지지율 1위를 고수한 이명박 후보가 주도권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바꿔 말하면 범여권 후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남북정상회담을 틈타) 대북 화해정책을 내세우고 있는 까닭에 노 대통령으로서는 향후 대선 정국을 컨트롤 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한 셈이다.이럴 경우 노 대통령은 자신이 지지하는 대선 후보가 ‘잘 되게’ 할 수는 없어도,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후보가 ‘안 되게’ 할 수는 있는 정도의 ‘영향력’은 어느 정도 갖추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견해다. 이게 바로 현재의 노무현 대통령이 갖고 있는 ‘변수’다.정치권 한 인사는 “지지율 40% 이상을 유지하고 있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아웃시키는 것은 사실상 어려워진 상태”라며 “그러나 노 대통령에 반기를 들고 있는 손학규와 정동영 후보에 대해선 노 대통령의 입김이 어느 정도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이미 움직이기 시작한 盧의 ‘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