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미리 보는 연말 인사

'보위 오르거나' 혹은 '내쳐지거나...'오너 일가 ‘승진 잔치’ 기대

2008-10-08     권민경 기자

현대 정지이 전무 부사장 승진여부 관심 쏠려
삼성 윤종용, 황창규 등 간판 CEO 거취 주목

[매일일보닷컴] 연말 인사시즌이 다가오면서 벌써부터 재계 안팎에서는 올해 인사를 통해 ‘뜨는 별, 지는 별’이 될 인물들을 점치느라 분주하다.

 대부분의 그룹들이 12월 초에서 말까지 정기인사를 실시하기 때문에 누가 승진의 기쁨을 누리고, 짐을 싸서 나가야 할 사람은 누구일지에 관심이 쏠려있는 것. 특히 후계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오너 2.3세들의 승진 여부가 초미의 관심거리다.

20·30대 젊은 오너일가의 승진이 유난히 눈에 띄었던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초고속 승진’ 명단에 몇몇 사람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

특히 현대, 한진, 두산 등 경영승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그룹 오너일가의 승진 여부가 재계 관계자들의 입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이와 함께 대기업 임원들의 인사에도 관심이 쏠려 있다. 그러나 올해는 환율하락과 고유가등으로 대다수 수출 기업들의 실적이 부진한 상황이어서 이에 따른 문책성 인사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아 ‘인사태풍’을 맞게 될 임원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 LG, 현대·기아차 그룹에서는 뚜렷하게 승진이 거론되는 오너 일가는 없다. 다만 삼성 이재용 전무와 기아차 정의선 사장의 경우 그룹 내 역할 확대에 대한 얘기가 나도는 정도. 올해 초 정기인사에서 3년 만에 승진한 이 전무는, 삼성그룹의 창립 70주년과 이건희 회장 취임 20주년 등 상징적 시기와 맞물려 그룹 내 그의 입지에도 변화가 있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많다. 또 내년 본격적으로 ‘강남 신사옥’시대를 열 예정인 삼성은 경영구도에 큰 변화가 생길 것이란 관측이 높은데, 이에 따라 이 전무의 역할폭이 넓어지면서 그룹 장악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해 LG전자 재경부분 금융팀 대리로 입사한 구본무 회장의 양자 광모씨는 올해 스탠퍼드 대학 MBA 과정에 입학한 터라, 이번 인사에서 별다른 승진 얘기가 나오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2004년 이후 꾸준히 그룹 지주회사인 (주)LG의 지분을 늘려가며 ‘경영권 승계’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와 그의 거취에 이목이 쏠려있는 것은 사실.현대차그룹 정의선 사장의 거취문제에도 관심을 보내는 눈길이 많다. 2005년 36살의 나이에 기아차 사장으로 일찌감치 경영 전면에 나선 정 사장은 이후 현대차 그룹의 비자금 문제로 아버지 정몽구 사장이 구속되고, 이와 함께 비상장계열사를 통한 그의 경영권 승계가 도마 위에 오르내리는 등 편치 않은 상황이 계속됐다. 여기에 기아차의 잇따른 실적부진까지 겹치면서, 올 초 그룹 임원 인사를 앞두고는 ‘전보설’까지 나돌기도 했다. 보직 변경 없이 인사는 마무리됐지만, 기아차 사장 자리가 그의 경영 능력을 가늠하기에 적당한 자리가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된 만큼 이번 연말 인사에서 정 사장의 그룹 내 위상과 역할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 재계 관계자들은 주목하고 있다.

재벌2·3세 ‘광속 승진’ 열풍 또 다시 재현되나
- 현대, GS 등 오너 일가 승진 초미의 관심사

반면 현대그룹, 한진(대한항공), 두산 등의 오너 일가는 승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의 장녀 정지이 현대유엔아이 전무는 재계에서 승진 여부가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는 인물. 지난 2004년 입사 이후 초고속 승진을 거듭해, 지난해 말 전무자리에 오른 그는 이번 연말 인사 때 부사장에 오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현대그룹의 상황이 늘 경영권 분쟁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 만큼 현 회장 입장에서는 후계구도를 조기에 안착시키고자 정 전무의 후계를 서두를 것이란 관측이 높기 때문이다.  만약 정 전무가 이번 인사에서 승진하게 될 경우, 평사원 입사 3년 여 만에 부사장 승진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우게 되는 셈. 정 전무는 부친 고 정몽헌 회장 사후 2004년 현대상선 평사원으로 입사해 그해 말 대리로 승진, 이듬해 7월에는 과장으로 승진했다. 2006년 3월에는 그룹 IT 계열사인 현대유엔아이 기획실장으로 한 단계 올라섰고 9개월 뒤 다시 전무로 승진하며 후계 승계에 바짝 다가섰다. 물론 현대그룹 측에서는 정 전무가 아직까지 경영수업을 받는 과정일 뿐이라며 승계와 직접적으로 연관 짓는 것에는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그러나 정 전무가 빠른 속도로 그룹 내에서 자리를 잡아감에 따라 재계에서는 머지않아 ‘모녀승계’가 가시화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한편 GS그룹 허창수 회장의 장남인 윤홍씨는 지난 2005년 GS칼텍스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눈길을 끌었고, 지난해 GS건설 대리로 자리를 옮긴 바 있다. 여타 재벌그룹 오너일가에 비하면 승진속도가 느린 편이라 이번 인사에서 한 단계 올라설 것인지 주목받고 있다. 대한전선 고 설원량 회장의 장남으로 대한전선 경영전략팀 차장으로 재직 중인 윤석씨 역시 승진 가능성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는 상황. 다만 고 설 회장 사후 그룹 경영을 뒷받침하고 있는 모친 양귀애 고문이 “아들들은 경륜과 경험을 좀 더 쌓은 후 차차 경영일선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만큼 승계를 서두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오너 일가 4세들이 본격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선 두산그룹 역시 이들의 승진과 역할 변동이 예상된다. 박정원 두산건설 부회장, 박지원 두산중공업 부사장, 박진원 두산인프라코어 상무 등 4세 경영인 8명이 그룹 요직에 골고루 포진해 있기 때문에 지주회사 전환 계획과 맞물려 승진 및 역할 확대 가능성이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실적악화 임원들, ‘인사태풍’ 맞고 수재민 될까
- 삼성 문책성 인사 여부, 한화 조직정비 주목

그룹 임원들의 경우, 승진 인사보다는 실적 악화에 따른 문책성 인사가 많은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오너 일가가 ‘실적’ 여부와는 크게 상관없이 후계구도에 따른 승진이 많은 것과 달리, 전문 경영인들은 철저하게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원칙에 따라 인사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환율하락과 고유가 등 대내외적인 악재로 인해 올 한해 수출기업들의 실적 부진이 이어져 예년보다 승진 인사 폭은 좁아지고, ‘물갈이 인사’가 많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높아 관련 임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임원 인사와 관련해 특히 주목받는 곳은 삼성그룹.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올해 반도체 부문을 중심으로 실적부진이 이어져 주가 역시 하락세를 면치 못했고 여기에 기흥공장 정전사고까지 겹치는 등 악재가 계속됐다. 이 때문에 윤종용 부회장과 황창규 반도체 총괄 사장 등 간판 CEO 들의 거취에 업계의 이목이 쏠려있다. 최근에는 이건희 회장이 황창규 사장에게 반도체 수율(정품 생산비율)이 경쟁업체인 하이닉스에 뒤진 것을 놓고 크게 질책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이들의 교체 가능성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여기에 삼성이 다른 재벌그룹들에 비해 사장단 재임기간이 길다는 조사가 나와 그룹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라도 큰 폭의 임원인사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높다. 실제로 윤종용 부회장의 경우 지난 1999년부터 부회장 자리를 지켜왔고, 삼성테크윈 이중구 사장은 9년간 사장 명함을 달았다. 반도체 총괄 황창규 사장, LCD 총괄 이상완 사장 등도 7년간 사장직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수의 사생활(?) 문제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한화그룹 역시 인사 요인이 있다는 분석이다.  2년 전 계열사 경영진의 인사가 한 차례 이루어져 주요 CEO들의 교체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김승연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 초기에 일부 부서의 대처 방안에 논란이 컸기 때문에 이에 대한 문책성 인사도 거론되고 있고 일본에서 요양 중인 김 회장이 귀국 후 조직 정비에 나설 것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   현대·기아차그룹도 중국과 미국 등 해외 판매 실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일정 부분 임원 인사가 단행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올해를 글로벌 리더그룹으로의 원년으로 삼아 정몽구 회장이 판매 역량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만큼, 이에 따른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인사 폭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 다만 너무 잦은 임원 교체가 부작용을 가져 올 수 있다는 지적이 있기 때문에 ‘변화’보다는 ‘조직 안정’에 무게를 둘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