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만 한 아우 없다’는 옛 말

잘 나가는 ‘신세계’, ‘삼성’ 부럽지 않아~

2007-10-08     권민경 기자

[매일일보닷컴] ‘형 만 한 아우 없다’는 말은 재계에선 더 이상 통하지 않을 듯하다. 현대, 롯데, SK 등 국내 주요기업 오너 일가들이 형제간, 남매간 박빙의 승부를 벌이는 가운데 형보다 잘 나가는 아우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과 그의 여동생 이명희 회장이 이끌고 있는 신세계그룹의 경쟁을 눈여겨볼만 하다. 그룹 규모면에서야 삼성이 절대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지만, 신세계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최근 신세계 할인점 ‘이마트’가 삼성전자 ‘애니콜’의 아성을 넘어 브랜드 파워 1위를 차지했는가 하면, 신세계 주가가 국내 주식시장을 대표하는 삼성전자를 뛰어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더욱이 삼성이 이건희 회장에서 아들 이재용 전무로 이어지는 후계 승계를 둘러싸고 여전히 ‘편법’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과 달리 신세계는 거액의 증여세를 떳떳하게 납부하고 이명희 회장 아들 정용진 부회장으로의 승계를 일찌감치 굳혀가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브랜드가치 평가 전문회사인 ‘브랜드스톡’이 발표한 ‘2007년 3분기 대한민국 100대 브랜드’에서 신세계의 할인점 ‘이마트’가 전체 1위에 올랐다. ‘이마트’는 브랜드가치 평가지수인 BSTI(BrandStock Top Index) 929점을 획득, 삼성전자의 ‘애니콜’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BSTI는 브랜드스톡이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 1000여개를 대상으로 브랜드스톡 증권거래소의 모의주식 거래를 통해 형성된 브랜드주가지수(70%)와 정기 소비자 조사 지수(30%)를 결합한 브랜드 가치평가 모델이다.만점은 1000점. 브랜드스톡은 “이마트는 지난 15년간 국내 유통혁명을 주도하면서 브랜드 가치가 지속적으로 상승해 왔다”며 “지난해 연간 매출이 10조원에 육박하는 등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로 손색이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분기별 순위라고는 하지만 브랜드스톡이 100대 브랜드 순위를 발표한 2003년 1분기 이래 삼성전자의 ‘애니콜’이 1위 자리를 내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에, 재계에서는 ‘삼성’보다 더 ‘삼성’스러운 조직 문화를 갖췄다는 신세계가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세계 ‘이마트’, 삼성전자 ‘애니콜’ 아성 넘어

신세계의 약진은 올 상반기 내내 주식시장에서도 두드러졌다. 지난 3월 정용진 부회장은 신세계 본점 본관 오픈을 기념해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신세계 주가는 앞으로도 올라갈 여력이 있다. 100만원까지 갈 것이다”라고 자신한 바 있다. 이 말을 입증하듯 신세계 주가는 상반기 내내 최고치를 갱신하며 지난 4월에는 60만원을 돌파, 국내 대표 우량주인 삼성전자를 추월했다. 두 기업의 주가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지만, 글로벌 기업인 삼성과 규모면에서 월등히 밀리는 신세계가 삼성전자의 주가를 넘어선만큼 증권가에서는 ‘신세계의 저력’에 대한 다양한 분석 리포트들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신세계는 ‘할인점’이라는 말 자체가 낯설었던 1990년대 초반에 이미 한국형 할인점 ‘이마트’를 통해 유통시장에서 차별화를 꾀했고, 이를 바탕으로 10년간 전국 주요 상권을 장악하며 고속 성장을 거듭해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충족시켰다. 한편 신세계 주가의 약진은 하반기 들어서도 계속돼, 삼성전자와 엎치락뒤치락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 최근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분의 실적 악화가 이어지면서 주가 역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반면 신세계는 소비심리 개선, 자회사 신세계마트 효과 등으로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10월 4일 현재 신세계 주가는 65만2천원, 삼성전자는 55만2천원을 기록하고 있다.

경영권 승계서도 신세계의 ‘정공법’이 삼성 앞서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서도 신세계는 삼성보다 한 발 앞서 나가는 모양새다. 이명희 회장의 아들이자 그룹 후계자인 정용진 부회장은 지난 4월 3천5백억원대의 주식을 증여세로 납부해 재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줬다. 부친인 정재은 명예회장에게서 증여받은 신세계 주식 84만주(4.46%)에 대해 떳떳하게 세금을 내고 경영권을 승계하겠다는 ‘정공법’을 택한 것이다. 이와 달리 삼성은 여전히 ‘편법 경영권 승계’와 ‘지배구조’ 문제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이건희 회장 일가가 1%도 채 안 되는 지분율로 그룹 전체를 장악하고 있는 지배구조나 1996년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헐값으로 발행, 이를 이 전무에게 매각해 경영권 승계의 기초를 다진 점 등은 법적 판결 외에도 사회적 정당성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물론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전무로의 경영권 승계가 ‘시기’의 문제일 뿐 기정사실이긴 하지만 국내 최대 재벌 기업 오너 일가가 ‘편법 승계’를 통해 부를 대물림한다는 비난 여론이 워낙 높은 터라 ‘정공법’을 택한 신세계의 승계 방식과 더욱 대조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