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리는 금융당국 투톱 행보…최종구 ‘로킥’, 윤석헌 ‘하이킥’

최 금융위원장, 낮은 자세로 금융입법 현실화에 주력
윤 금감원장, 광폭행보로 개별 금융사CEO 릴레이 접촉

2019-09-09     송정훈 기자
[매일일보 송정훈 기자] 금융당국 투톱의 대외 행보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기업구조조정촉진법, 금융혁신법 등의 국회 처리 불발로 ‘책임론’이 불거지는 가운데 조용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반면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3년만에 부활한 종합검사를 무기로 금융사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며 광폭행보를 이어가고 있다.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 위원장은 인터넷전문은행의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제한) 완화에 대해 대외적으로 말을 아끼고 있다. 8월 임시국회에서 인터넷은행 특례법이 불발된 이후 논란거리를 만들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실제 최 위원장은 지난 3일 서울 영등포구 KDB산업은행 본사에서 열린 혁신성장 금융생태계 추진현황 점검회의에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들은 이날 혁신성장을 위해 금융이 중추적 역할 수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지만 은산분리 완화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했다.최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민 위원장과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대한 얘기는 나누지 않았다”고 밝혔다.이어 대주주 자격 문제에 대해 기존 입장을 고수하냐는 질문에는 “국회에서 잘 논의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그동안 최 위원장은 일정 규모 이상 대규모 기업집단(자산 10조원)에 대해서는 은산분리 완화 대상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모습과는 달라진 신중한 언행을 보이는 것이다.한 여권 관계자는 “금융입법이 9월 정기국회에서 잘 될 수 있도록 최 위원장이 부단히 여야 의원들과 소통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찬반이 있는 만큼 좀더 낮은자세로 입법 협조를 구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반면 윤 금감원장은 최근 금융지주 회장을 만난데 이어 34개 보험사 CEO(최고경영자)와 회동하는 등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윤 원장은 취임 후 100일 가까이 CEO와의 상견례조차 하지 않았던 윤 원장이 내부 결속을 마치고 본격적인 대외 행보에 나섰다는 분석이다.윤 원장은 지난달 중순부터 윤종규 KB금융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김광수 NH농협금융 회장,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 등과 배석자 없이 일대일로 만났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과는 조만간 만남을 가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실제 이번 면담 과정에서 윤 원장은 “소비자 보호 등에 적극 나서달라”고 주문했고 금융지주 회장들도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정책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지배구조 문제와 채용비리 건으로 대립했던 금감원과 금융지주사들의 앙금이 풀린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지난 7일에는 윤 원장이 보험업계 CEO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그는 “보험 약관을 이해하기 어렵고 심지어는 약관 내용 자체가 불명확한 경우도 있어 민원과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보험업계 관행의 대대적 혁신을 예고했다.이에 따라 금감원은 보험업계의 제도와 관행을 혁신하기 위한 TF를 꾸리고 이번주부터 활동을 시작한다. 상품 개발과 약관 심사에서부터 모집, 가입, 보험금 지급심사, 분쟁 등 모든 과정에 걸친 문제점을 ‘소비자의 시각’에서 재검토하는 취지라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여기에는 금감원이 삼성생명·한화생명 등 생명보험사들과 갈등을 빚는 즉시연금 과소지급 문제도 포함된다.윤 원장은 앞으로도 개별사 CEO들과 만남을 이어나갈 계획이다.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장이 취임하면 금융지주 회장뿐 아니라 금융사 CEO들이 예방하는 관행이 있다”며 “앞으로도 지주 회장 뿐 아니라 면담신청을 한 은행장, 증권사 사장 등과 대부분 1대1로 인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