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폭염과 스마트시티

2019-09-11     이동욱 기자
[매일일보 이동욱 기자] 올해 여름은 기록적인 폭염으로 인해 온열질환 사망자는 물론 응급실 환자까지 최대치를 기록했다. 또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 7월 화재가 3392건으로 이전년도까지 평균인 2800건의 21%를 넘기도 했다. 이는 습도가 높은 계절임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증가로 보인다. 특히 화재의 주요 원인은 폭염에 따른 자연발화와 냉방을 위한 전기설비 과부하로 판단됐다.이러다보니 전력예비율이 가장 큰 문제였다. 여름에 역대 최대전력수요를 계속 갱신하면서 지난 7월 24일에는 9273KW를 기록해 예비력 약 690만KW, 예비율은 7.4%까지 낮아졌다. 일반적인 적정 예비율이 15%, 예비력이 500KW에 달하면 대정전 준경보를 발령하게 돼 그 당시 심각한 수준이었음을 알 수 있다.이런 폭염 피해와 부작용은 주로 도시에서 발생하고 있는데 인구와 기간설비가 도시에 집중화돼 나타나는 필연적인 결과로 볼 수 있다. 유엔경제사회국(DESA)에 따르면 한국은 현재 전체인구의 81.5%가 도시에 거주하고 있고 2050년 이면 86.2%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이와 같은 상황에서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는 스마트시티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부는 올해 초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 사업과 스마트시티 통합플랫폼 사업에 대한 추진 계획을 밝힌바 있다. 먼저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 사업은 대통령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가 주관하며 세종시와 부산 등 두 곳을 선정해 4차 산업혁명 관련 신기술의 융복합과 지능형인프라, 신산업 서비스를 통해 도시문제를 해결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세계적 수준의 스마트 시티 플랫폼을 구현해보겠다는 프로젝트다.또 스마트시티 통합플랫폼 사업은 국토교통부가 주관하며 서울, 제주 등 12개 지방자치단체에 본 사업자를 선정했고 방법·방재·교통과 환경서비스를 제공해 도시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국토부는 이후 2022년까지 전국 80개 스마트시티 통합 플랫폼을 확대 보급해 국가 기반 안전망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이 두 가지 스마트시티 사업의 공통적인 핵심사안은 빅데이터와 ICT(정보통신기술)과 사물인터넷(IoT)의 기술적 융합과 서비스 창출을 통해 편리하고 안전한 주거환경 확보와 미래향 서비스 모델 개발을 통한 가치창출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스마트시티의 보편적 지향점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지구온난화에 기인한 폭염과 같은 기상이변과 예측불허의 자연재해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스마트시티의 요건도 이런 부분을 최대한 대처할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고려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도시의 근간을 이루는 전력에너지 인프라의 피해로 인한 파급효과는 인명 뿐 아니라 도시의 기능 자체를 상실하게 할 정도로 치명적이므로 보다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설계와 안전 확보 방안이 필요하다.이런 피해를 예방·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부하의 실시간 감시가 가능한 AMI와 부하 제어 시스템, 계통의 상태에 따라 연계운전 또는 독립운전이 가능한 마이크로리드·계통의 고장을 감지하고 보호하는 시스템 적용이 필수다.대정전 사태를 막는 안정적인 전력예비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부하 대비 발전원의 공급여력을 확보해야 하므로 AMI(지능형계량인프라)를 통해 실시간 부하량을 확인하면서 발전량에 따른 부하의 제어가 가능해야 한다. 수용가의 부하제어는 대용량 부하제어를 위한 로드 콘트롤 시스템과 원격으로 정밀한 부하제어가 가능한 RCU(Remote Control Unit)와 MOT(Motor Operator)를 통해 구현할 수 있다.또 고장 또는 정전을 실시간 감시하고 이로부터 분리·제거하거나 정상상태로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아크 감지, 고장전류(단략과 지락전류) 제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크는 전기적인 고장이 발생하기 전에 가장 흔히 나타나는 전조현상 중 하나로 고장 진행 중에도 발생하는 데 폭발과 화재로 이어질 수 있어 매우 위험하며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아크감지 보호장치를 설치해야 한다.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스마트시티가 모두에게 만족감을 주고 미래상을 보여주는 모범적인 사례가 되기 위해서는 이전의 AMI나 U-city 같은 사업의 문제점들을 세밀하게 분석해보고 편리성과 선도적 서비스에만 집착하기 보다는 이상기온과 온난화에 기인한 재난과 재해에 대비하고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전력에너지 인프라를 갖춘 진정한 스마트시티가 탄생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