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11월 ‘빅뱅’ 시나리오

‘빅뱅’ 초읽기, 與 대통합 조짐 관측…이명박 대세론 체제 지속여부 핵심 변수되나

2008-10-12     최봉석 기자

“이대로는 정권 재창출 불가능”, 1대1 구도로 범여후보 ‘단일화’ 될듯
“11월 한나라당 내홍 휩싸일 듯”, 이명박 물러나고 박근혜 등장한다?

[매일일보닷컴] 이명박 대세론의 틀을 완전히 바꿔 새로운 판을 짜게 될 ‘정치권 빅뱅’의 서막이 서서히 올라가고 있나. 대통령선거를 불과 두 달 여 남겨둔 정치권에서 각 정파의 최대 목표인 ‘대선 승리’라는 결과를 쟁취하기 위한 범여권을 중심으로 한 ‘새틀짜기’ 움직임이 큰 흐름으로 자리잡아갈 전망이다.

이번 대선은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통과의례’ 가운데 하나인 정치권의 ‘이합집산’ 등 요동칠 변수를 공식 확인하고, 선거판의 흐름 역시 이에 따라 좌지우지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나라당이 막강한 지지율을 얻고 있고, 범여권 후보에게 호남이 90%의 몰표를 던진다고 해도 현재로선 한나라당의 집권 가능성이 여전히 높아 정계개편의 진원지는 범여권이 될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는 듯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대통합민주신당, 민주당, 민주노동당, 문국환 등 범여권의 대선주자들의 극적으로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선을 불과 며칠 앞두고 실시되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의 집권 가능성이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까닭에, 이번 대선에서 지금처럼 범여권이 모두 뿔뿔히 흩어져 분열구도로 가게 될 경우 ‘정권 재창출은 불가능하다’는 대선 비관론이 고조되면서 범여권발(發) 정계개편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물론 작금의 정치권 상황을 보면 이 같은 전망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변화의 조짐도 확실하고 방향도 보이지만, 각 정파의 이해와 요구에 따라 대통합의 ‘폭과 수위’가 결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장외주’ 문국현 후보의 경우를 보면 ‘문국현 신드롬’ 속에서 대선행보에 그야말로 날개를 달고 있는 상황이라 대통합민주신당이 제시한 범여권 후보 단일화에 대해서 분명한 거부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또 민주당도 민주당 중심의 대통합을 강조하는 등 각 진영의 상황이 어떤 방향으로 정리되느냐, 다시 말해 향후 ‘좌표’를 자신들의 덧셈과 뺄셈 속에서 어떻게 재설정해 정립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 범여권 ‘단일화’ 가능성 있나 없나 = 일단 ‘원삿경선’을 끝마친 대통합민주신당은 우여곡절 끝에 대선후보가 확정됨에 따라 ‘反이명박’의 기류를 중심으로 한 평화개혁세력의 외연확대쪽으로 가닥이 잡히는 분위기다.

범여권의 선거 프레임이 ‘한나라당 대 반한나라당’ ‘민주 대 반민주’인만큼 민주당, 국민중심당, 문국현 후보 등과 회동해 ‘단일화’를 꾀하겠다는 논리다. 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주장하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의 1대1일 구도로 확실히 정립하겠다는 뜻으로 읽혀진다.민주신당의 경우 민주당이 이달 중 대선후보를 확정하는대로 문국현 후보와 범여권 후보단일화 논의에 착수할 것이라는 전망도 이미 나오고 있다.그러나 ‘변수’는 있다. 민주신당 친노후보였던 이해찬 후보의 거취가 바로 그 것. 이는 민주신당 내에서 불거지고 있는 ‘경선 불복 시나리오’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해찬 후보를 비롯한 친노 그룹이 문국현 중심의 신당에 합류하는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수 있어날 것이라는 얘기다. 일부 친노 인사들은 이미 문 후보 측과 물밑 접촉을 갖고 있다는 주장도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도 ‘반박’은 존재한다. 정치권에 폭넓게 확산되고 있는 ‘문국현 회의론’이 이와 맞물려 있다. 문 후보는 현재 “내게로 후보 단일화가 됐다” “범여권 의원 50~60여 명이 내게 합류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 대선구도에서 얼마나 파괴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 단언하기 힘들고 ‘신드롬’에도 불구, 현재의 지지율 역시 3~5%대에 머물고 있어 ‘문국현 카드’로는 ‘이명박 카드’를 절대로 이길 수 없다는 논리다. 한 정치권 인사는 “(문 후보의 주장과 달리) 기존 정당에 몸담고 있는 의원들이 문국현 신당으로 옮기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해진 시나리오’대로 움직이는 것이 가장 나은 해법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대선 판도가 확 뒤바뀔 기틀이 마련된 터라, 지지율 50%대를 넘나드는 이명박 대선후보의 대항마를 만들기 위해 범여권의 ‘분열’보다는 ‘통합’이 최상의 선택이라는 것이다.실제 몇 가지 시나리오가 있지만 정치권에 나오는 예측 가능한 시나리오에 따르면 대선을 한 달 여 앞둔 오는 11월 남북총리회담과 국방장관 회담이 서울과 평양에서 열려 한반도에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고, 범여권의 대통합에 따른 여권의 전당대회까지 열려 이명박 후보에 대한 검증공세가 본격화될 경우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은 추락하고 신당 후보의 지지율은 상승해 지금의 분위기를 뒤집을 수 있다는 것이다.한나라당은 이 같은 시나리오에 경계하는 눈치다. 이 같은 시나리오의 배후엔 노무현 대통령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명박 ‘추락’ 가능하나 불가능하나 = 이명박 후보의 끝없는 ‘추락’이 정치권의 ‘빅뱅’을 촉발시킬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치 전문가들 사이에선 10월말~11월초쯤 이명박 후보와 관련된 ‘대형 악재’가 터져 작금의 ‘신정아 게이트’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메가톤급 후폭풍이 밀려오면서 한나라당이 걷잡을 수 없는 내홍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명박 후보 추락의 뇌관은 일단 BBK 김경준 전 대표의 조기귀국에서 터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경준씨는 금융투자사기사건을 일으키고 미국으로 도피했고, 이명박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 BBK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받아 왔는데, 김 전 대표의 귀국으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될 경우 범여권과 한나라당간의 ‘진실게임’이 본격화될 것이란 얘기다.

이와 관련 대통합민주신당 김효석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가 BBK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한 사람도 증인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한나라당 위원들을 진두지휘했다. 원내대표가 소속 위원들의 협상을 무시하고 나선 것이 누구의 지시인지 모르겠다”고 이 후보를 겨냥하기도 했다.설상가상으로 검찰이 이명박 후보의 서울시장 재직시절 추진됐던 각종 사업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 정치권 인사는 “검찰이 내놓게 될 이명박과 관련된 메가톤급 악재가 꽤 있을 것”이라며 “서울시장 재직시절 추진되었던 각종사업에 있어서 이명박 본인 또는 가족과 측근들의 계좌로 비자금이 흘러들어갔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이어 “현대건설 회장 시절이나 국회의원 시절의 의혹과 비리에 대해서는 국민이 비교적 관대할 수 있지만 서울시장 시절의 비리에 대해서만큼은 국민은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명박 후보가 김경준 귀국 등 악재로 인해 11월을 무사히 넘길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지난 11일 영남일보 창간 62주년 인터뷰에서 “BBK사건은 이미 다 조사가 끝난 사건”이라며 “김경준씨는 빨리 한국에 들어와서 재판을 받아야 할 것”이라며 김씨의 조기 귀국을 요구한 것도 이런 ‘원치않는’ 흐름의 전조 속에서 한나라당이 먼저 기선을 제압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만일 검찰의 수사가 여권의 ‘신정아, 김경준’에 이어 거대 야당 한나라당의 ‘이명박’쪽으로 집중되고, 이명박 후보 측 입장에서 봤을 때 자신들의 바라지 않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흘러갈 경우 한나라당은 다시 전당대회를 개최해야 할지 모른다는 시나리오도 정치권 일각에서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이와 관련 대선 출마를 선언한 장성민 전 의원은 지난 8일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사회 불평등과 사회정책’이란 과목의 초청강연에서 “10월 말, 한국정치 빅뱅을 맞을 것”이라며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대통령 후보로 등록을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장 전 의원은 “BBK의 장본인 김경준씨가 한국으로 곧 귀국한다. 이 문제를 포함해 이명박 후보가 만일 검찰에 기소를 당하게 된다면 이 후보는 대통령 후보로서의 자격을 박탈당하게 될 것”이라며 “군 병역 미필, 조세포탈의혹, 위장전입, 땅 투기 의혹, 외환관리법 위반문제여부 등 국민의 4대 의무 가운데 3대 의무이행에 문제적 의혹을 갖고 있는 사람이 과연 치열한 대통령 후보로서의 자격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되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만일 이명박 후보의 추락이 현실화될 경우 박근혜 후보가 다시 대통령 후보로 지목받을 가능성과,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를 중심으로 신당이 창당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정치권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최근 행보가 예사롭지 않은데 그는 지난 10일 “대통령이 될 사람이 거짓말을 하면 되겠느냐”고 이명박 대선후보를 강력 비판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아울러 이 전 총재는 이명박 후보의 ‘선대위 상임고문직’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를 둘러싼 갖가지 추측이 정치권에 난무하고 있다. 물론 이회창 전 총재의 대선 ‘삼수’ 도전설이 추측의 선두에 있다. 실제 이 전 총재의 팬클럽인 ‘창사랑’은 11일 이 전 총재의 남대문 사무실을 방문해 대선 출마를 종용하면서 이 전 총재의 정치권 복귀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상태다.그러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로서는 한나라당의 대선 레이스 과정을 지켜보며 정치적 입지를 극대화하려는 움직일 뿐, 차기 대권에 적극적으로 도전할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차라리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박 전 대표는 당분간 선대위 고문직만 유지할 뿐 특별한 활동은 하지 않을 전망이다), 경선 참모들이 이명박 후보 선대위에 대거 합류한 것을 놓고 정치권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만약 이명박 후보가 ‘팽’ 당할 경우 박근혜 전 대표가 대권에 도전하는 데 한층 용이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한나라당 또한 연말 정계개편의 흐름에서 완전히 자유롭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정가가 내놓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