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한때 ‘그레잇’과 ‘스튜핏’이라는 단어가 유행한 적이 있다. 근검절약에 뜻을 함께한 사람이 SNS 오픈채팅방에 모여 참여자가 영수증 사진에 ‘사고 싶은 것’과 ‘예상 금액’을 적어서 채팅방에 올리면 채팅방에 있는 많은 사람이 ‘스튜핏’과 ‘그뤠잇’ 중 하나를 고르고 그 밑에 선택 이유에 대해 써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불필요한 소비는 ‘스튜핏’으로, 합리적인 소비는 ‘그뤠잇’으로 명명하며 이들의 지출 패턴에 냉정한 평가를 했다. 즉, 모두가 심판자가 돼 사람들의 지출 패턴에 직접 평가를 내려주는 것이다.저성장 시대에 수입이 시장 물가를 따라가지 못하고 경제 성장은 정체돼 미래가 불투명해지자 2030세대가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많은 청년층은 ‘노머니족’을 표방하며, 저축∙절약 중심의 ‘짠테크’를 생활 방식에 고수하고 있다. ‘한 달에 얼마씩 저축하면 몇 년 후에는 이 정도 모을 수 있다’는 한 유명인의 주장에 동의하고 자신의 삶을 투영해 동질감까지 느끼는 이들도 많다.같은 세대인 필자 역시 이러한 짠테크의 가치에 크게 공감한다. 화장품 하나를 사더라도 산 후에 통장 잔액이 얼마가 될지, 화장품의 발색이 어떻게 되는지 심사숙고 끝에야 돈을 지불하게 된다. 지출 내용에 여러 가지 구매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들며 ‘스튜핏’을 외치는 사람들과 같은 심정일 것이다.그러나 이들이 모든 지출 항목에 스튜핏을 외치는 것은 아니다. ‘전 남친 결혼식 가기 전 메이크업 샵 비용(전 남친 현 부인이 꼬셔서 바람피우고 헤어짐)’으로 10만원 쓰겠다는 사람에겐 대부분 사람들이 ‘그뤠잇’을 외치고 오히려 더 큰 금액을 지불할 것을 추천한다.여기서 한때 2030의 소비트렌드였던 ‘욜로(YOLO)’가 떠오른다. 노후를 위한 준비보다는 한 번 사는 인생이니 현재에 집중하며 즐기자는 뜻으로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청년층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탕진잼’이라는 단어를 덧붙여 저축보다는 수중의 돈을 탕진해버린다는 것이 기존의 ‘욜로족’이 가진 이미지다.너 나 할 것 없이 불안한 가운데 미래를 바라보는 시각이 두 가지로 나뉘면서 짠테크족이 되기도 하고, 욜로족이 되기도 한다. 안정을 추구하는 사람은 짠테크족이 되는 것이고, 오늘을 즐기려는 사람은 욜로족이 되는 것이다.하지만 원래 욜로는 ‘당장 즐기자’, ‘당장 탕진하자’는 뜻이 아니라 ‘오늘을 담보 잡히며 사는 삶을 반성하자’는 의미에서 시작된 용어였다.최근에는 짠테크와 욜로가 결합한 소비 패턴을 보여주는 이들도 적지 않다. 20대는 한창 젊은 나이에 해보고 싶은 것은 많은데 돈이 충분치 않은 나이로 평소에는 안 먹고 안 입음으로써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아끼고 그렇게 모은 돈을 새로운 경험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한다.평소에는 편의점 도시락으로 배를 채우다가도 양껏 먹고 싶을 때는 뷔페에 가서 다양한 음식을 먹는다. 물건을 싸게 사기 위해 중고 거래를 하다가도 반드시 사고 싶은 물건은 해외 직구를 해서라도 구매하고, 옷은 저렴하게 SPA 브랜드를 사 입으면서 특급 호텔에서 호캉스를 즐기기도 한다.오늘 꼭 돈을 써야 할 상황에선 주저하지 않고 소비를 해도 된다는 이 가치관이 진정한 ‘욜로’가 아닐까? 지출 금액이 아니라 지출하는 대상에 대한 가치가 가장 중요한 요소로 여겨지는 것이다.‘스튜핏’으로 판단된 지출 내역은 현재에든 미래에든 꼭 필요한 소비가 아니기 때문이고, ‘그뤠잇’으로 판단된 지출 내역은 미래에도 두고두고 후회하지 않을 소비이기 때문이다. 즉, 제품을 구매할 때 그 ‘가치’가 어느 정도 되는지 심사숙고 끝에 지갑을 열 것이다. 단순히 있는 돈을 탕진해버리거나 무조건 안 쓰고 모으는 것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욜로’와 ‘짠테크가’ 적절히 결합한 ‘가치소비’가 진정한 20대 청년층의 소비 트렌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