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한 케이블 TV’ 모험 성공할까

MBC에브리원 “‘19세 이상 관람가’ 프로그램은 없다”

2007-10-12     류세나 기자

에브리원, 건강한 웃음으로 승부…“선정성, 폭력성 배제한 ‘클린채널’ 만들겠다”
일각 “케이블 특성 죽인 케이블TV 시청자 이목 못 끈다”…“곧 퇴색될 것”

지난 15일 영화 전문채널 MBC무비스가 버라이어티?드라마 전문채널 MBC에브리원(이하 에브리원)으로 새롭게 탈바꿈했다. 외화 수입가격이 높아지고 자체제작 없이 외화에 의존하는 유통 채널로서는 경쟁력을 키울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에브리원측은 ‘모든 사람이 즐길 수 있는 넘버원 채널’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며, 케이블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선정성을 배제한 ‘클린채널’을 만들겠다는 야심 찬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다소 충격적이지만 파격적인 소재를 통해 지상파에서 맛볼 수 없었던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는 케이블 방송의 특징을 배제한 에브리원이 케이블 방송계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표하고 있다.

MBC 드라마넷 장근복 대표는 지난 8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가진 에브리원 개국 기자간담회에서 “에브리원은 건전한 채널을 목표로, 선정성을 앞세운 기존 케이블 채널들과 다른 차별성을 보여줄 것”이라며 “혼탁한 케이블 채널들이 난무하는 가운데서 온 가족이 즐겨볼 수 있는 ‘클린채널’이 되고자 한다”고 밝혔다.

에브리원에서 방송되는 모든 프로그램을 선정성 시비에 휘말릴 염려가 없는 선에서 제작하겠다는 것. 그러나 타 케이블 채널들이 선정성과 폭력성을 띤 프로그램들로 화제가 되면서 시청률 면에서도 큰 성공을 거둔 바 있어 선정성을 완전히 배제하겠다는 에브리원의 비전은 다소 무모해보이기도 한다.
이에 대해 장 대표는 “채널 전환을 추진하면서 가장 많은 고민을 했던 부분이 ‘선정성 배제’였다. 그러나 다른 방송들과 차별성이 없다면 성공할 수 없다”며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기엔 시간이 걸리겠지만 온 가족이 마음 놓고 볼 수 있는 채널로 성공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상업방송인 케이블 채널의 특성상 지상파와 같이 정형화된 방송으로는 케이블 방송사간의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건전방송을 표방하지만 시청률 잡기에 급급해 곧 상업방송으로 변하고 말 것”이라는 등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에브리원측은 심야시간대에도 온 가족이 시청할 수 있는 등급의 건전한 방송만을 송출하겠다고 했지만 그 시간대에 청소년들이 에브리원 채널을 시청할 경우, 타 채널 19세 등급 방송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하게 된다는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자체제작프로그램도 ‘지상파 따라잡기’ 일색

선정성 배제 외에 에브리원의 또 다른 전략은 다양한 자체 제작물 편성으로 시청률 경쟁에 승부수를 걸겠다는 것. 에브리원은 개국 초기 자체제작 콘텐츠를 45%이상 편성함으로써 ‘케이블은 지상파의 재방송을 전달하는 채널’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겠다는 심산이다.

이에 대해 장 대표는 “자체제작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것만이 다른 채널들과 차별화될 수 있는 방법”이라며 “매년 7~8%씩 늘려 향후 70%까지 높일 계획”이라고 전했다.MBC 드라마넷 이은우 총괄국장 역시 이와 뜻을 같이 했다. 이 국장은 “FTA로 인한 방송시장 개방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유통채널에서 제작채널로의 변신해야한다”며 “트랜드를 주도하는 ‘잘 만든 작품’을 제작해 개국 1년 내 케이블 전체시청률 10위권 내로 진출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그러나 에브리원측이 자체 제작했다며 야심 차게 공개한 프로그램들은 지상파 방송 등에서 자주 접해온 비슷한 소재들을 다루고 있다. 제작 초기부터 화제를 불러 모은 <무한걸스>는 제목 그대로 MBC <무한도전>을 닮아있고, 부부간의 문제를 다룬 토크쇼 <장미의 전쟁>은 KBS <사랑과 전쟁>과 닮아있다. 이에 대해 미디어 전문가들은 “새로운 제목의 새로운 프로그램일지는 몰라도 참신한 시도가 가능한 케이블 방송만의 장점을 살린 프로그램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에 관련 장 대표는 “독창성을 지향해야하지만 모방은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기도 한다. 앞으로 지상파와 구별되는 차별화된 코너를 점차적으로 증대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버라이어티쇼 70%, 온 가족이 함께 즐겨라(?)

에브리원이 채널 전환을 선언하면서 또 한 가지 공표한 것은 채널명 그대로 모든 연령층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시청자 중심의 버라이어티?드라마 채널이 되겠다는 것. 케이블방송 초창기 때에는 장르별 특화된 채널이 주를 이뤘다. 영화나 음악전문 채널을 비롯해 스포츠, 게임, 드라마, 여성, 어린이, 다큐 등 특정 시청층을 겨냥한 매니아층 포섭에 중점을 뒀다. 그러나 이 같은 케이블 시장에 자체제작 중심의 버라이어티 채널 tvN이 등장하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이에 케이블방송의 2차 진화를 꾀하고 있는 에브리원은 20~40대를 주시청타겟으로 잡고 10~50대에 이르는 모든 연령층을 아우를 수 있는 버라이어티 채널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내놨다.그러나 이러한 계획과 달리 에브리원 채널편성을 보면 젊은 연령층 위주의 프로그램으로 짜여져 있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장미의 전쟁> <김호진의 쿡&톡> 등 자체 제작하는 몇몇 프로그램들을 제외하면 MBC 본사 컨텐츠, 해외구매 컨텐츠의 대부분이 10~20대 취향의 버라이어티쇼가 대부분이다. 당초 에브리원측이 버라이어티 부문이 전체 프로그램의 65~70%에 육박한다고 밝혔지만 ‘모든 연령층이 즐길 수 있는 채널’을 표방하기엔 쇼프로그램 위주의 편성은 고연령층의 큰 호응을 얻지 못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러나 케이블 채널의 후발주자인 에브리원이 선정성과 폭력성을 배제한 ‘건전한’ 가족 오락 채널이라는 콘셉트로 성공한다면 케이블의 선정성을 순화시키는 견인역할을 할 것은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