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연예인 등 93명 역외탈세 덜미...국세청 세무조사 착수

탈세 방식 정교하게 진화 / 작년 12월 이후 5408억 추징 성과도

2019-09-12     김나현 기자
[매일일보 김나현 기자] 국세청이 구체적인 역외탈세 혐의가 있는 대기업·중견기업 사주 일가와 고소득 전문직을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기존에는 대기업·대재산가가 조사 대상이었지만 역외탈세 수법의 고도화로 범위가 확대됐다는 것이 국세청의 설명이다.국세청은 12일 “조세회피처를 이용하거나 해외 현지법인과 정상거래 위장 등으로 역외탈세 혐의가 있는 법인 65개와 개인 28명 등 93명에 대한 동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에는 고소득 전문직에 속하는 의사, 교수, 연예인, 펀드매니저 등도 포함됐다.이번 조사 대상은 탈세 제보, 외환·무역·자본거래, 국가 간 금융정보 교환 자료, 해외 현지 정보 등을 종합 분석해 선정됐다. 국세청은 국내범죄와 연관된 역외탈세 건은 검찰 산하 ‘해외불법재산환수 합동조사단’과 공조해 조사할 계획이다.국세청은 국가 간 금융정보 교환 확대 등으로 역외탈세 수법이 더욱 지능화됐다고 지적했다. 먼저, 조세회피처를 이용한 전통적인 탈세는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단순 소득·재산 은닉에서 지주회사 제도 등을 악용해 탈세한 자금을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복잡해졌다. 그 예로 A씨는 자신이 설립한 페이퍼컴퍼니에 은닉한 거액의 불법자금을 여러단계에 걸친 자금세탁을 통해 해외에 체류하던 배우자에게 변칙 증여했다.친인척 등 해외 미사용 계좌를 이용해 국외재산을 도피하던 방식은 해외신탁 은닉 혹은 차명보유 해외법인 투자금으로 전환하는 형태로 진화했다. 또 세율이 낮은 현지법인에 이익을 몰아주던 탈세행위는 사주일가 소유법인을 거래 중간에 끼워 넣는(통행세 수취) 등으로 은밀해졌다.이에 그치지 않고, 해외에 은닉한 자금을 자금세탁을 거쳐 국내로 재반입하고 자녀에게 상속·증여하는 시도도 이어졌다. 그 사례로 내국법인 사주 B씨는 자녀가 유학중인 지역에 허위해외현지법인을 설립하고, 해외시장 조사 용역을 제공받는 것처럼 허위계약을 체결해 송금한 용역비를 자녀의 유학비용으로 사용했다.매년 국세청에 적발되는 역외탈세 규모도 줄지 않고 있다. 지난해 국세청이 적발한 역외탈세는 총 233건으로 추징액은 1조 3192억원에 달했다. 국세청은 작년 12월 이후에도 두차례에 걸쳐 역외탈세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이 중 58건을 종결해 5408억원을 추징하는 성과를 냈다.국세청 관계자는 “해외에 은닉된 자금 원천에 대한 탈루 여부뿐만 아니라 해외 유출자금의 탈법적 유용 등 사용처와 관련된 정보수집도 강화할 예정”이라면서 “우리 사회 전반에 ‘역외탈세는 반드시 적발된다’는 인식이 확고히 정착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