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쌍수 한전 사장 “마지막에 이렇게 쪽빡을 차니...” 억울함 호소
[매일일보] 김쌍수 한국전력공사 사장은 지난 25일 천문학적인 액수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한 피소자로서의 억울한 심정을 토로했다.
김 사장은 이날 서울 삼성동 한전 본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일부 소액주주들이 원가에 못 미치는 것을 이유로 한전 사상 처음으로 2조8000억원 규모의 주주 대표소송을 해서 제가 피소됐다"며 "제 개인적으로 머리가 너무 복잡해서 뭘 할지 모르겠다. 패닉상태다"라고 말했다.
또한 김 사장은 "난 봉사하러 한전에 왔다. 3년간 좋아하는 골프도 한번도 안쳤는데 마지막에 이렇게 쪽빡을 차니…논란이 돼 국정감사에서 들썩들썩하고 그래야 서로가 산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지난 2일 한전 소액주주 14명은 원가에 못미치는 전기요금 때문에 한전이 2조8000억원의 손해를 입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바 있다.
그는 "42년 사회생활하면서 경찰서 문턱도 안 가봤는데 열심히 봉사하고 일한 결과가 개인 피소까지 되는 구나. 많은 고민을 했다"며 "원래는 임기가 27일 끝날 예정이지만 피소된 마당에 저는 식물사장이 된거나 마찬가지인데 개인적으로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다"며 사의를 결심한 배경을 설명했다.
결국 김 사장은 지난 18일 최중경 지경부 장관을 만나 사의를 표명한 뒤 오는 29일 퇴임할 뜻을 전했다.
그는 간간이 억울한 심정도 내비쳤다. 2008년 8월 당시 한전 사장으로 부임하자마자 재정상태를 보고받고는 임원들에게 2~3년 가면 분명히 주주들이 대표이사와 임원들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그러나 당시 임원들은 "걱정할 필요없다"는 대답뿐 경영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했다.
몇 개월 뒤 적자문제를 전기위원회에서 다시 꺼냈지만 돌아온 건 면박뿐이었다. "몇몇 위원들이 공기업 사장이 저런 소리한다고 질책해서 더 이야기하지 않았다"는게 김 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한전은 상장된 회사라 48% 이상은 외부에 주주가 있다"며 "주식회사로 상장한 회사는 주주가치를 생각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정부가 상응하는 시책이 나와야 한다. '정부가 주도하는 공기업은 적자나도 된다' 그런 것은 아니라는 것을 전 국민이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빠른 시일내로 회사가 정상화되고 이런 소송이 저 하나로 끝나야지 제3의 피해는 없어야 한다고 간절히 호소한다"며 "빠른 시일내에 연료비 연동제로 가고 적자가 나지 않도록 요금 현실화가 되달라고 간곡히 부탁한다. 우리는 한전이 다시 한번 휘말려서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재차 당부했다.
김 사장은 "개인적으로 명예가 훼손되고 굉장히 불쾌하지만 제2, 제3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임기가 많이 남았는데도 이렇게 피소되면 저는 그만뒀을 것이다.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고 했다.
김 사장은 소송을 제기한 소액주주들과는 아직 접촉하지 않았다. "대립관계에 있는데 왜 만나냐. 내가 구걸해서 소취하고 싶지도 않다. 법원에는 법 논리만 있는 게 아니다. 법리 문제만 아니라 사회윤리나 도덕성 국민정 감안해서 법원이 판단한다."
다음달 초 법원에 출두하라는 통보를 받은 그는 조만간 변호사 선임을 마칠 계획이다. 김 사장 개인을 상대로 한 소송이기에 변호사 선임 비용도 회사가 부담하지 않고 김 사장이 자비로 해결해야 한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