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家 배다른 네 남매 후계경쟁,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신격호 회장 숨겨진 딸 은둔 벗고 ‘미스 롯데’ 되나
일각 “막내딸 유미씨 후계구도서 변수로 등장할수도”
롯데 “신 회장 개인적 의중일 뿐, 자세한 이유 알 수 없어”
[매일일보닷컴] 롯데그룹 오너 일가에 새 얼굴이 등장하면서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그동안 롯데 안팎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었지만 공식적으로는 외부에 존재가 알려지지 않았던 신격호 회장의 20대 딸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와 함께 신 회장의 큰 딸인 신영자 롯데쇼핑 부사장 역시 롯데후레쉬델리카의 주식 25만주를 추가로 취득해 기존에 갖고 있던 10만주를 합쳐 지분이 9.31%가 돼 유미씨와 함께 개인 최대주주가 됐다.
재계 안팎에서는 유미씨와 신 부사장의 이번 지분 취득이 재산 분배 차원의 주식 이동이라는 시각과, 한 발 더 나아가 후계구도와 연관 지어 분석하기도 한다. 그동안 한국롯데는 신 회장의 둘째 아들인 신동빈 부회장이 후계승계를 기정사실화하고, 지분 정리를 마무리하는 수순을 밟고 있었지만 유미씨의 등장과 신 부사장 지분 배분으로 인해 향후 롯데의 승계 구도에 일정 부분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이다.
“회장님의 개인적인 의중이 있는 것이라 짐작할 뿐 회사 차원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
신유미씨의 그룹 계열사 주식 취득에 대한 롯데 홍보실 관계자의 말이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일본 미쓰이 물산이 보유하던 두 회사의 지분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유미씨와 신 부사장이 이를 취득한 것에 불과하다”며 배경에 대한 더 이상의 언급은 자제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지분 취득이 재산 분배의 일환이라거나, 또는 유미씨의 경영참여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처럼 롯데 측에서는 여전히 오너 일가의 사생활이라며 자세한 설명을 꺼리고 있지만 재계 안팎에서는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신 회장의 막내딸 유미씨의 등장과 관련해 이런 저런 말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미씨의 등장이 향후 롯데그룹의 후계구도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까지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는 상황.신 회장 사랑받은 서씨 모녀, 재산분배 소외됐던 이유
서씨 모녀 소유 유원실업, 롯데그룹 지원 사격 받아왔나
줄곧 잠잠하던 서씨 모녀 일가가 세인의 관심 속에 재등장한 것은 ‘유원실업’이라는 회사를 통해서다. 2002년 7월 설립된 유원실업은 롯데계열사인 롯데시네마 사업부의 서울, 경기수도권 지역 극장 내 매점사업에 대한 독점권을 획득해 운영하고 있는 알짜배기 회사. 이 회사의 실질적 소유주가 바로 서씨 모녀로 지분의 60%를 서씨가 소유하고 있고, 유미씨가 나머지 지분인 40%를 보유하고 있다. 방배동에 있는 유원실업의 사옥 또한 서씨 개인 소유로, 대지 152평의 이 건물은 그가 지난 2003년 12월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씨 모녀의 알짜배기 회사는 유원실업 외에 또 있다. 유원실업의 방배동 사옥과 나란히 붙은 건물에 유기개발이라는 회사가 바로 그것. 지난 81년 설립된 이 회사는 전국 롯데백화점 매장에 11개의 음식점을 내고 있다. 자본금 3억 5000만 원에 종업원 400명으로 한식(유경) 패스트푸드(롯데리아) 향리(우동전문점) 커피숍(마가레트, 다줄) 등을 운영해 한해 200억 원의 매출(2003년 기준)을 올리고 있다. 이 역시 롯데와 독점적인 계약이다. 서씨는 이 회사에 이사로 재직하고 있고, 그와 딸 유미씨가 지분의 대부분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시민단체인 경제개혁연대는 롯데쇼핑이 롯데시네마 내부의 매점사업을 유원실업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물량 몰아주기 등 부당지원 행위를 했는지 가려달라며 지난 4월 공정위에 조사요청을 한 바 있다. 또 유원실업이 공정거래법상 롯데그룹의 계열사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기도 해 이 문제가 아직까지 논란이 되고 있는 상태다.롯데 측에서는 “유원실업과 유기개발은 롯데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재계에서는 두 회사가 서씨 모녀에 대한 신 회장의 재산 분배 일환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신영자 부사장, 여전히 후계구도 가시권에 머물러
이런 상황에서 유미씨가 최근 롯데 계열사의 지분을 취득하자 신 회장의 두 아들과 큰 딸 외에도 서씨 모녀에게 계열사의 지분을 분배해 재산의 일부를 넘겨주는 게 아니냐는 분석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것. 뿐만 아니라 유미씨의 경우, 법적으로도 신 회장의 자식인만큼 재산 분배를 넘어 그룹 경영권 승계구도에서 일정 부분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신동주 부사장과 신동빈 부회장이 각각 일본과 한국 롯데를 맡는다는 큰 틀은 유지되겠지만, 이번 주식 취득을 계기로 향후 그룹 계열사들의 지분 배분과정에서 유미씨에게도 다른 형제들과 동등한 원칙이 적용될 것이고 이것이 후계구도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고 재계는 보고 있다. 과연 신 회장이 서씨와 막내딸에 대한 ‘배려’, ‘보상’ 으로 계열사 지분 일부를 나눠준 것에서 그칠지, 더 나아가 유미씨가 그룹 후계구도에서 새로운 역할을 하게 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