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동인의 백수탈출] 취업준비 시작은 직무분석
2019-09-16 송병형 기자
필자는 예전 취업준비생들을 만나면 가장 먼저 “어느 기업에 가고 싶나요”라고 물었는데 지금은 다르다. 어느 기업이 아닌 어떤 직무를 하고 싶은지 묻는다. 답변을 못하는 취준생들이 많고, 일부는 전공과 관련된 업무를 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하고 막연히 사무직이나 영업직 등의 업무를 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럴 때 그들에게 다시 묻는다. “지원하는 직무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냐”라거나 “직무수행에 필요한 역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그 역량을 가지고 있느냐”라는 질문이다. 그런데 취준생 거의 전부가 이런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한다.직무는 신입사원 조기퇴사와 직결된 문제다. 잡코리아 조사에 따르면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는 직무’를 퇴사 이유로 꼽는 사람이 22.5%로 가장 많았다. 사람인 조사에서는 1년 이내에 퇴사하는 신입사원이 10명 중 3명, 국내 687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79.6%가 “입사 1년을 채우지 않고 퇴사한 신입사원이 있다”고 답했다. 피고용자와 고용주 모두 직무 동기가 불분명한 탓에 신입사원의 퇴사율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퇴직한 신입사원들은 다시 취업준비를 위해 고군분투해야 하고 기업은 새로운 직원을 뽑아 교육시키는데 돈을 낭비해야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취업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입사 후 이직을 고려하지 않고 업무에 집중하기 위해, 자신의 경력 개발을 위한 로드맵 설정이 필요하다.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알고 보면 어렵지 않다. 포털 사이트에 ‘NCS’라고 검색하면 ‘국가직무능력표준’이라는 사이트가 나온다. 산업현장의 직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지식, 기술, 태도)을 국가적 차원에서 표준화한 것이다. 회원가입만 하면 모든 자료는 무료로 볼 수 있다. 메뉴 중 ‘NCS·학습모듈 검색’에서 ‘키워드검색’으로 원하는 직무를 바로 검색하거나, ‘분야별 검색’으로 산업부분의 대분류부터 중분류, 소분류, 세분류(직무)까지 클릭하여 관심 있는 직무의 자료를 다운받으면 된다.수행직무의 내용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 기술, 태도까지 아주 자세하게 볼 수 있다. 자료를 받아 보면 방대한 양에 놀라게 된다. 그러나 자료에 기술되어 있는 모든 능력을 갖추라는 것이 아니다. 그럴 필요도 없다. 관심 직무의 수행 내용은 무엇인지, 필요한 능력 중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역량은 무엇인지, 더 노력해 키워야 하는 역량은 무엇인지, 어떤 경험(인턴 등)을 하는 것이 지원 직무와 연관성이 있는지 전체적으로 그림을 그려보자. 대단하지 않아도 완벽하지 않아도 좋다. 그 역량을 발휘했던 경험을 돌아보자는 것이다.2016년부터 공기업은 NCS 기반의 정성적인 지표를 활용해 모집공고를 냄으로써 효율적인 인력관리를 시행하고 있다. 중소·중견 기업도 한국산업인력공단의 지원을 받아 NCS 기반의 채용을 시해하고 있다. 지원자들은 지원직무를 명확히 파악하고 자기가 왜 그 일을 하려는 지 스스로 발견하면 취업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평생직장이라는 말이 과거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아니 사라졌다. 이제 ‘직장’이 아닌 ‘일’이 중요해졌다. 대기업, 공기업, 공무원 취업준비를 하기 전에 내가 하고자 하는 ‘직무’에 관심을 기울여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