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공 많은 로스쿨 호, 어디로 가나

법조계 vs. 교육계 로스쿨 정원논란 대립에 ‘샌드위치’ 된 교육부

2008-10-19     류세나 기자

로스쿨비대위 “정원확대 안되면 로스쿨 전면 거부”…“총정원안은 ‘사이비안’” 비난
법조계∙청와대 “교육부 판단 존중한다”…“1500, 부작용 최소화하기 위한 숫자”

교육부가 2009년 개원하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첫해 총 입학정원을 1천5백명으로 확정한 데 대해 교육계, 시민단체, 대학, 국회 등의 반발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로스쿨비대위와 대학은 교육부가 당초 정원대로 강행할 경우 로스쿨 제도 자체를 거부하겠다며 반발 수위를 높였다. 국립대, 사립대 가릴 것 없이 공동전선을 형성하며 3천명 증원을 요구하고 나섰고, 국회도 대학의 요구에 동조하고 있다. 1천5백명 발표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던 법조계도 대학의 반대가 거세지자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대학과 법조계 사이에 끼인 교육부는 국회 재보고를 앞두고 방향을 결정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교육계∙시민단체 “로스쿨 정원 기 막힌다”

한국사립대총장협의회(협의회)는 지난 18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로스쿨 총 정원안에 대해 긴급 회장단 회의를 열고 대학들이 정원 확대를 위해 공동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협의회는 “교육부총리는 지금이라도 로스쿨 총정원 3천2백명 확대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며 “국회는 로스쿨제도 도입의 근본취지가 달성되도록 적극 앞장서 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손병두 서강대 총장은 “1천5백명은 법률시장 개방과 법률서비스 향상을 준비하기에 미흡하고 사법개혁 대의에 크게 어긋난다”며 “이번 결정을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서울대 법대 호문혁 학장은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올 지경”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호 학장은 “변호사 수를 늘려 국민에게 다양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로스쿨 취지를 전혀 살리지 못했다”며 “세계 10위권 경제 규모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가 변호사 정원을 제한하는 것은 어른의 몸에 어린아이의 옷을 입힌 것처럼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동안 로스쿨 정원을 두고 학계와 시민단체는 3천명선을 주장해 왔고, 공급이 많을 경우 밥그릇 싸움이 심해질 것을 우려해 법조계는 줄곧 1천2백명에서 1천5백명선을 얘기해왔다. 전국 법대 학장과 법대교수 시민단체 ‘새사회연대’ 등으로 구성된 ‘올바른 로스쿨을 위한 시민인권노동법학계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지난 19일 정부중앙청사 정문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가 로스쿨 총정원안을 수정하지 않으면 로스쿨 신청 자체를 전면 거부하겠다”고 로스쿨 보이콧 의사를 밝혔다. 비대위는 “교육부의 총정원안은 로스쿨의 도입취지와 목표를 스스로 부정하고 있을 뿐 아니라 사법개혁에 역행하는 ‘사이비안’이자 ‘반(反)사법개혁안’”이라며 “총체적 난국 사태의 책임을 지고 교육부장관과 로스쿨 총정원을 조정한 청와대 관계자는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법조계 “각계의견 반영한 최고의 선택”

이 같은 주장들과 반대로 정성진 법무부 장관은 지난 17일 서울대에서 열린 ‘법대 명사초청 특강’에서 “로스쿨 정원을 늘림으로써 발생하는 폐단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총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대학과 시민사회의 입장도 옳기는 하지만 진실을 그대로 반영하지는 않는다”며 “과연 어느 쪽이 우리 사회를 장기적으로 풍족하게 하느냐가 판단의 기준”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대한변호사협회 최태형 대변인은 “교육부 방침은 변호사의 수를 늘려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원활히 공급한다는 취지와 새로운 제도의 시행 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결정으로 보인다”며 “장관 협의와 각계 의견을 반영해 도출한 만큼 이번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로스쿨 정원 논란에 대해 청와대는 “교육부와 교육부장관이 절차를 통해 결정한 사안으로 교육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교육부 방침에 힘을 실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8일 정례브리핑에서 “로스쿨 총정원만을 보는 경우가 있는데 사법시험도 당분간 유지된다”며 “두 가지를 통합해 전체적인 법조인력에 대한 증원계획을 포괄적으로 고려해보면 오해가 풀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천 대변인은 이어 “최근 2002년 이후로 급격하게 법조인 공급 숫자가 늘었다는 것을 기억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로스쿨 한 곳당 개별정원 평균 80명

로스쿨 총정원수 논란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로스쿨 인가대학에 선정방안 논의로 분주한 모습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로스쿨 개별 정원은 상한선인 150명에서 적게는 50명 정도로 평균 80명 가량 배정될 전망”이라며 “로스쿨 인가를 준비중인 대학은 43곳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절반가량 선정하면 적정한 수준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육부 관계자는 “로스쿨 총정원에 대해 나름대로 고민할 부분이 있겠지만 오는 26일 국회 교육위원회에 다시 보고할 때 교육부총리가 최종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 총정원 확대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교육부는 26일 국회 교육위원회 재보고가 이뤄지면 더 이상 총정원에 대한 논의나 보고를 마무리한 뒤 로스쿨 심사 기준 확정, 로스쿨 신청 공고 등 절차를 그대로 진행할 방침이다.
<매일일보=사회팀. 사진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