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제약 잔혹사’…‘父子’ 간 꼬리표 뗀 지 오래~

강신호 회장VS 강문석 이사 “더 이상 화해 가능성 없다”

2008-10-19     권민경 기자

법정 공방 오가며 진흙탕 싸움, 31일 주총서 결론 날 듯
동아제약 측 “가족 간 불화 아닌 경영권 사수 노력으로 봐야”

[매일일보닷컴] ‘꺼진 불도 다시 봐야 한다’더니, 갈등의 불씨가 잔존해있던 동아제약의 경영권 분쟁이 결국 대형화재로 번지고 있다.

지난 3월 정기주총에서 강신호 회장과 아들 강문석 이사(수석무역 대표) 는 2004년 이후 계속돼 온 ‘갈등’을 접고 ‘화해’의 제스처를 취했다. 그러나 불과 몇 개월 만에 동아제약 경영권을 둘러싸고 또 다시 극한대립을 벌이고 있다. 급기야 지난 8일 동아제약 현 경영진은 강 이사를 배임과 횡령혐의로 고소했고, 18일에는 강 이사가 동아제약 대표이사 시절 지위를 이용해 비리를 저질렀다며 그 증거자료를 공개해 또 한 차례 파문이 일었다.

그러자 강 이사 측도 직원들에게 메일을 보내 “외부 기업이나 세력과 결탁, 회사를 분해시키려는 의도는 결단코 없다”며 회사를 발전시키려는 목표를 가진 자신을 지지해 달라고 호소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동아제약의 현 상황이 부자 간 불화에서 비롯된 것인지, 한쪽의(강 이사) 일방적인 경영권 찬탈 움직임으로 인한 것인지 여러 얘기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현재의 진흙탕 싸움으로 인해 국내 제약 업계를 대표하는 동아제약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오는 31일 임시주총에서 어떤 쪽이 됐던 경영권 분쟁의 최종 결정이 날 것으로 예상돼 그 결과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가족 간, 부자 간 화해는 개인적인 일이니 알 수 없지만, 경영에 있어서만큼은 화해의 여지가 전혀 없습니다.” 동아제약 한 관계자의 말이다.

이 관계자는 “강 이사 측은 처음부터 동아제약 경영권을 뺏기 위해 외부 세력을 끌어들이는 등 불순한 행위를 계속해왔다”면서 이 문제가 가족 간의 갈등이 아닌 경영권을 노리는 강 이사에 대항해 이를 지키려는 동아제약 전 직원들의 노력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재계 안팎에서는 동아제약의 분쟁이 강 회장과 강 이사의 부자 간 갈등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발단이 된 것은 2004년 말 강 회장이 강 이사를(당시 동아제약 사장) 명목 상 부회장으로 승진시킨 뒤 실제로는 경영 일선에서 퇴진시키면서부터. 표면적으로는 동아제약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묻는 조치라고 알려졌지만, 일각에서는 강 이사가 물갈이 인사를 통해 ‘측근 심기’를 하면서 강 회장 눈 밖에 난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았다.더욱이 동아제약을 이끌 후계자 1순위였던 강 이사가 밀려난 것과 때를 같이해 그의 이복동생이자 강 회장의 4남인 강정석 전무(현 동아제약 대표이사)가 입지를 굳히면서 ‘부자 간’의 갈등을 넘어 ‘형제의 난’으로까지 비화됐다는 분석이 높았다. 여기에 2006년 강 회장이 강 이사의 친어머니인 박정재 여사와 황혼이혼을 하자 부자 간의 갈등은 더욱 고조됐고, 강 회장과 강 이사의 지분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갈등설은 기정사실화됐다. 올 들어 강 이사는 유충식 전 동아제약 부회장과 함께 손잡고 본격적으로 경영 복귀를 시도했다. 이어 한국알콜산업과 보유지분 10.93%로 의결권 공동행사 계약을 맺고 동아제약 현 경영진을 상대로 한 공격에 박차를 가했다. 강신호 회장 측도 강정석 부사장, 김원배 사장, 박인선 감사를 비롯한 임직원들과 함께 강 이사 측에 구성해 맞섰다.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양 측은 각기 다른 이사 후보를 제안해, 표대결 직전까지 갔다가 강 이사가 동아제약 이사로 복귀, 경영참여를 전제로 극적인 화해를 하며 분쟁을 일단락했다. 강 이사 측도 동아제약이 제안한 사외이사를 인정하며 가까스로 최악의 상황을 막은 것이다. 또 당시 제약업계 원로들이 “아버지와 아들의 표대결 만큼은 막아야 한다”며 적극 중재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그러나 ‘화해 모드’가 채 가라앉기도 전에 갈등은 재점화됐다. 지난 7월 2일 동아제약 이사회가 재무구조 개선을 이유로 자사주(7.5%)를 해외 공모방식의 교환사채(EB) 발행으로 매각하기로 결의한 것에 대해 강 이사가 ‘이사회 결의 효력정지 및 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며 분쟁이 촉발된 것이다. 강 이사 입장에서는 매각된 자사주가 반대 측으로 들어가 지분 싸움에서 자신이 불리해진다는 판단을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강 이사 측은 7월 16일 “현재의 동아제약 경영진을 신임하기 어려운 만큼 새로운 이사들을 추가 선임하고자 하니 임시주총을 소집할 것”을 요구했고, 이에 9월 6일 동아제약은 10월 31일 임시주총개최를 결정했다. 

주총 앞두고 일촉즉발 상황…동아제약 ‘강 이사 해임 검토’

이제 경영권 분쟁은 이달 말 임시주총을 앞두고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특히 이번 주총의 안건은 강 이사와 한국알콜산업 측이 제기한 신임 이사 선임에 관한 것으로, 결국 초점은 신임 이사 후보에 대한 표 대결에 맞춰져 있다. 강 회장과 강 이사 측의 보유지분율이 비슷한 상황이기 때문에 누가 우호지분을 더 확보하느냐가 경영권의 향방을 결정하게 된다. 동아제약 측은 자사주 매입과 소액주주들의 위임장 확보에 전력을 쏟고 있고,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강 이사를 ‘배임’과 ‘횡령’ 혐의로 형사고발하는 등 강 회장의 도덕적 비리를 부각시키고 있다. 또 지난 18일 동아제약은 강 이사가 대표이사로 재직하던 시절 채권인과 주고 받은 약정서를 공개하며 치명타를 가했다. 이에 따르면 강 이사는 경영에서 물러난 직후인 2004년 납품업체 사장 K모씨에게 20억원을 무이자로 빌리면서, 그 대가로 ‘동아제약 등기이사로 선임해 줄 것과 당 회사 제품을 우선적으로 납품하도록 하겠다’는 약속(공증)을 했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강 이사가 빌린 이 20억원이 지분 매입에 사용됐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 거래가 오간 5개월 뒤부터 강 이사 측의 동아제약 지분이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이 이를 방증하는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동아제약은 강 이사에 대해 형사고발은 물론 회사 이사직 해임까지도 진행할 뜻이 있다고 내비쳤다. 현재 이를 두고 법적인 절차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강 이사 측에서는 자신의 ‘경영권 욕심’이 문제가 아니라, 화합하려는 형(강 이사)과 이를 거부하고 혼자 모든 것을 독차지 하려는 동생(강정석 대표)의 대립이 이번 경영권 분쟁의 핵심이라고 직원들에게 강조하고 있다. 특히 조직원들에게 해외 특수목적회사(SPC)를 통한 교환사채 발행은 우호지분을 늘리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것이라고 지적하며, 이로 인해 회사에 수십억원의 피해를 입히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데 전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