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銀 강정원 행장, 통합3기 ‘터 닦기’ 나섰다

지주사 전환 노리는 국민銀, “지주사 설립기획단장엔 역시 ‘강정원 라인’이 제 격~”

2008-10-26     류세나 기자

지주사 전환 노리는 국민銀, “지주사 설립기획단장엔 역시 ‘강정원 라인’이 제 격~”
내쳐진(?) 줄 알았던 김기홍 전 수석부행장, 지주사 설립기획단장으로…
“강 행장 직속 조직인 ‘지주사 설립기획단’, 국민銀 본사 노릇 할 것”
강 행장 “내부 일, 밖에 알리지 마”…“차기 경영진 구도, 강 행장 머릿속에 있다”

지난 9월말 국민은행의 수장인 강정원 행장의 연임 확정과 동시에 국민은행 내부에는 ‘대규모 물갈이 인사’의 전운이 감돌았다. 연임 확정 이후 강 행장이 보인 첫 번째 행보가 수석부행장제도를 사실상 폐지한 ‘인사조치’였기 때문에 국민은행 내부는 폭풍전야 분위기다. 또 수석부행장에서 지주사 설립기획단장으로 발령이 난 김기홍 전 수석부행장은 강 행장이 직접 영입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그 여파는 더욱 컸다. 관련업계에서는 김 단장의 거취를 두고 ‘친정체계 구축이다’ ‘행장선임과정에서 라이벌 관계였기 때문에 좌천시켰다’ 등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미운 털 박힌(?) 김기홍 전 수석부행장

오는 11월 1일부터 시작될 강정원 행장의 통합3기 출범을 앞두고 국민은행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지난 15일 조직서열 2위로 대내외적으로 행장을 대변해왔던 김기홍 전 수석부행장을 지주사 설립기획단장으로 임명한 것이 바로 그것. 국민은행이 방대한 조직의 효율적 경영을 위해 만들었던 ‘수석부행장제’의 폐지까지 고려한 것은 3년을 새로 시작하는 강정원 행장의 경영전략과 연관된 것으로 분석된다. 김기홍 지주사 설립기획단장은 국민은행 사외이사를 역임하다 강 행장 재임기간인 지난 2005년 외환은행 인수를 위해 영입됐다. 그렇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김 단장의 이번 발령을 두고 차기행장 인선과정에서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심각한 내분이 있었을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실제로 김 단장은 통합 3기 행장 선임과정에서 김 단장이 행장추천위원회 인터뷰에도 참석하는 등 강 행장과 경합을 벌이기도 했으며 지난해에는 외환은행, 증권사 M&A, 통합 본점 빌딩 선정 등의 중요 업무를 성사시키지 못해 김 단장의 경영전략에 문제가 있다는 금융권 안팎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호사가들은 이러한 정황들로 미루어 “두 사람 사이가 급격히 냉각됐고 김 단장은 사실상 좌천된 것”이라고 입방아를 찧어댔다.

국민銀, “좌천? 말도 안돼요~”

그러나 지주사 설립기획단이 강정원 행장의 직속 조직 인만큼 지주사 전환 시 본사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게 국민은행 측의 설명이다. 결국 김 단장의 지주사 설립기획단 발령은 좌천이 아닌 통합3기를 준비하는 ‘노림수’ 중 하나라는 것.

이는 연임이 결정된 후 처음 내린 지시가 은행 내 서열 2위이자 자신이 영입한 김 단장의 인사발령이라는 점, 또 지주사 전환에 욕심을 내고 있는 국민은행이 지주사 설립기획단 단장이라는 요직에 자신의 사람을 심었다는 대목에서 강 행장의 친정체제 구축이 본격화됐음을 암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실제로 설립기획단은 시작부터 산하에 약 3개 조직을 두고 국민은행의 또 다른 핵심전략라인인 이동철 전 경영전략부장을 설립사무국장으로 발령하는 등 설립기획단에 각별히 신경 쓰는 모습이다. 국민은행 한 관계자는 “본래 과묵한 성격의 강 행장은 인사문제에 대해 잘 언급하지 않는다”며 “차기 경영진의 구도는 그의 머릿속에 있을 뿐 누구도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국민은행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부행장제도 폐지 등과 같이 예민한 문제들이 잇따라 공개되면서 이달 말 있을 주주총회와 통합3기 출범을 앞둔 강정원 행장이 조직 장악을 위한 ‘터 닦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주회사로의 전환을 기획하고 있는 강정원 행장은 지난 12일 경영협의회에서 지주사 기획설립단 신설을 알리며 “밖으로 정제되지 않은 은행의 정보가 떠돌고 있다”며 “임원들에게 입조심을 당부하고 올해 말까지는 중요한 인사가 없으니 업무에 집중하라”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떨어진 조직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이달 말 예정된 주총을 전후로 강 행장의 이 같은 ‘개혁바람’은 계속될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