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의 시대, 가끔은 ‘혼밥’에서 행복을 찾아보자

2019-09-30     안주환 아웃컴 AE
요즘 들어 주위에서 ‘맛집’, ‘먹방’, ‘먹스타그램’ 등 음식에 관련된 다양한 키워드는 너무나도 익숙하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음식들을 보고, 듣고, 직접 맛보고 있다. 생활 수준이 높아지고, 이제 대한민국에서 음식은 단순히 생존을 위한 수단을 뛰어넘어, 인생의 즐거움을 만드는 하나의 문화이자 놀이로 자리매김했다.‘미식(食物)’의 사전적인 의미는 ‘질이 좋은 음식. 또는 그런 음식을 먹음’이다. 하여 미식의 뜻은 무척 주관적이다. 어떤 이는 식욕을 자극하는 향기를, 또 어떤 이는 조화로운 구성으로 몸을 좋게 하는 것을, 그것도 아니면 먹었을 때 향수를 자극해 좋았던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음식을 미식으로 꼽는다. 이렇듯 미식의 기준은 참으로 주관적이며,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혼자서 밥을 먹는 것, 이른바 ‘혼밥’은 최근 몇 년 전부터 온라인상에서 꾸준히 볼 수 있는 단어다. 집에서나 밖에서나 아직 우리는 혼자서 밥 먹는 것을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꽤 오랜 시간 혼밥은 혼자 생활하며 밥을 먹어야 하는 자취생의 전유물이었고, 집에서나 회사에서나 혼자서 밥을 먹는 것은 사회적응력이 부족한, 혹은 소속감이 떨어지는 부적응자로 취급되곤 했다. 그러다 보니 혼밥을 ‘즐긴다’고 표현하는 것을 일종의 허세로 느끼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하지만 둘 이상 식사할 때는 상대를 신경 써고, 대화도 해야 한다. 여럿이 식사하게 되면 나의 취향은 오롯이 존중 받을 수 없으며, 그저 한 끼를 때운다는 생각을 가지고 ‘의무적인’ 식사를 할 수도 있다. 혼밥은 자유롭다. 어디에서 무엇을 먹을지, 문득 제대로 된 밥이 먹고 싶어지고, 지친 하루 끝에 내 몸이 원하는 음식은 무엇인지 등 여러가지 생각들을 온전한 나 자신을 느낄 수 있다. 일본 게이오기주쿠 대학 환경정보학부 교수이자 미식가인 후쿠다 가즈야는 자신의 저서 ‘나홀로 미식수업’에서 ‘먹는 일을 인식하는 것’에 대해 내가 무엇을 먹는지, 매일 어떤 음식을 고르고 대하는지 제대로 된 미학과 스타일을 가질 것을 권한다. 이와 함께 그는 식사라는 행위에 ‘의식’을 담을 것을 주문한다. 혼자서 밥을 먹을 때 좀 더 고민하고 생각해 더욱 맛있고 행복한 식사를 만들 수 있도록 생각하라는 것이다.식당에, 식탁에 혼자 앉아 기다리고 먹는 일은 때론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맛도 음미하고, 주린 위장에 넘어가는 음식물의 충만감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 마치 미식평론가라도 된 양, 파스타에 발린 올리브 오일이나 고기에 뿌려진 허브를 추측해볼 수도 있다. 물론 단순히 바빠서, 혹은 사람과의 관계가 불편해서 하는 혼밥은 그리 권하지 않는다. 현실에서 만나 감정을 교류하는 일이 버거워 사람들 사이의 뒤엉킴을 피하는 것은 도피일 뿐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는 행위는 아니다.다만 혼자 먹는 밥에 대해 좀 더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면, 이제는 ‘함께 먹는 즐거움’과 ‘혼밥이 갖는 자유의 의미’가 공존할 수 있는 사회가 점차 진행되고 있다고 할까. 맘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고기 구우며 정담을 나눠도 좋을 것이고,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나 자신’과 함께 혼밥을 즐길 수도 있을 것이다.비단 이 정도로 숭고한 힐링은 아니더라도, 가끔 온전히 나만을 위한 혼밥에 혼(魂)을 담아 혼(魂)밥으로 즐길 수 있다면 혼자 먹는 밥상도 그리 서글프진 않으리라. 넉넉한 우리의 맛 즐길 수 있는 단골 밥집으로 향하며, 여러분도 오늘 저녁은 한 번 좋아하는 식당에 혼자 들러보시는 것이 어떨지, 감히 권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