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아람회사건 피해자 및 가족 국가가 배상해야"
2011-09-05 최소연 기자
서울중앙지법 민사29부(부장판사 손지호)는 아람회 사건 피해자 본인들과 가족 등 17명이 "극심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
재판부는 "정부는 아람회 사건에 관한 허위사실을 발표해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석방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감시와 탄압을 했다"며 "게다가 가족들은 피해자가 고문을 당하고 장기간 투옥되는 것을 지켜보고 전과자 가족으로 낙인찍히기까지 했으므로 국가는 이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다만 "가혹행위가 종료된 후 피해자들과 결혼한 이들이나 결혼 후 태어난 자녀들은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정부는 원고들 중 황보원찬씨와 함경애씨에게 각 3억원을, 황보철·황보남·황보욱에게 각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앞서 금산고 동창인 박해전(용문중 교사), 김창근(천안경찰서 경찰관), 김현칠(대전지검 천안지청 직원), 이재권(금산새마을금고 직원)씨와 이들의 고교 은사 황보윤식(대전공고 교사, 이상 당시 직업)씨는 1980년 말 '전두환 광주살육작전' '광주사태에 대한 진상' 등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관한 유인물을 제작·배포했다.
이들은 1981년 7월께 국가보안법 위반과 반공법 위반 등 혐의로 대전경찰청 소속 수사관들에 의해 연행됐고 이후 구타를 당하고 각종 고문에 시달린 끝에 거짓자백을 했다.
당시 경찰은 ▲잠시라도 졸면 핀으로 몸 찌르기 ▲거꾸로 매달아놓은 뒤 얼굴에 수건을 덮고 코에 물을 붓기 ▲강제로 유서를 쓰도록 강요하고 동료들의 비명소리 들려주기 등 고문을 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거짓자백을 받아낸 경찰은 '아람회'라는 반국가단체 조직을 적발했다고 대대적으로 공표했고, 황보씨 등 5명은 1982~1983년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0년 4월 이 사건에 대한 재심을 청구한 데 이어 2007년 진실규명결정을 내렸고, 서울고법은 올해 1월 황보씨 등 5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무죄 선고를 받은 피해자들과 가족들은 4월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