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시철도, 무인운전 실험 논란

사전 준비나 홍보없이 비밀리에 추진…실험 중 ‘아찔한’ 위험 순간

2007-10-31     최봉석 기자

[매일일보닷컴]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지난 26일~27일 시민들이 타고 있는 열차를 상대로 비밀리에 ‘무인운전실험’을 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지하철 5~8호선을 운영하고 있다.

무인운전실험에 참가한 기관사들의 진술에 따르면, 이번 실험은 사전 준비나 홍보조차 없이 비밀리에 추진된 가운데 실제 실험운행 도중에 열차가 정지하거나 출입문이 제멋대로 닫히는 등 ‘아찔한’ 위험 순간이 다수 있었으며 이로 인해 결국 ‘수동모드’로 전환해서 운전했다고 증언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소속 이영순 민주노동당 의원은 지난 달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폭로했으며, 앞서 29일 배포한 자료를 통해서도 공사 측의 무인운전실험 사실을 폭로한 바 있다.이영순 의원에 따르면,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지난 10월26일(6호선)과 27일(5,7.8호선) 새벽부터 오전 10시까지 시민들이 타고 있는 열차를 상대로 비밀리에 무인운전실험을 실시했다.공사 측의 무인운전실험은 이전에도 진행돼 왔으나, 기존의 실험은 시민을 태우지 않고 실시했으며, 또한 그 명분도 무인모드 전환용 부품 교체였다는 것이 도시철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하지만 이번 실험은 시민이 직접 탑승한 열차를 상대로 실시한 것으로, 승객이 탑승하지 않은 이전의 무인시험과는 명백히 다르다는 게 이 의원의 설명이다. 이번 무인실험 결과에 따르면, 전체 호선에서 출입문에 승객이 끼고(무인 운전시에는 출입문이 단 30초만 열리고 닫혀, 승객이 충분한 승하차 시간을 확보하기 어렵다) 무인운전이 불가능한 상태가 되었다고 이 의원은 설명했다.또한 승강장을 충분히 확인할 시간도 없이 차량이 출발해 만약 승객 중에서 출입문에 가방이나 손등이 끼었을 경우 아찔한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특히 일부 구간에서는 열차가 운행 중 급작스럽게 깜깜한 터널 내에 정차하기도 했고(7호선), 열차가 지연되었으며(5,7호선 5분에서 7분 지연돼 승객이 더욱 많아짐), 도착 후 출입문이 열리지 않거나, 출입문이 15초만 열리는(5,7호선) 사고가 발생했으며 심지어 승객이 많은 혼잡한 역에서는 기관사의 판단 등으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아예 무인모드를 설정하지 않거나 무인을 취소하고 운행했다고 이 의원은 전했다.이번 무인운전실험은 기관사가 졸도했을 경우를 대비, ‘안전성’을 검증하겠다는 취지로 진행됐으나 이번처럼 출근길 시민을 상대로 무인운전실험을 실시하고도 이를 시민에 알리지 않은 것은 시민의 생명을 경시하는 행위로 지탄받아 마땅하다는 게 이 의원의 설명이다.서울도시철도공사의 ‘몰래’ 무인운전실험은 이영순 의원이 ‘홀로 전동차에 오르는 기관사의 근무환경 개선 및 위기 관리대책’에 대한 자료제출을 요구하자, 공사 측이 무인운전실험 사실을 통보하면서 드러났다. 실제 이번 무인운전실험을 실시한 이틀에 걸쳐, 열차가 정지하거나 출입문이 제멋대로 닫히는 등 위험한 순간이 자주 연출돼 시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서울도시철도공사 측은 이에 대해 “이영순 의원실에서 1인 승무시 기관사가 졸도할 경우 대책을 요구해 이에 대한 대책으로 무인운전을 제시하기 위해 실험을 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그러나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일반인보다 스트레스나 공황장애 정도가 심각한 기관사의 노동환경을 개선하려 하지 않고, ‘1인 승무’를 고집하기 위해 시민을 상대로 무인운전이라는 극단적인 실험을 벌인 것”이라고 지적했다.특히 이번 국정감사에서 이를 문제삼은 이영순 의원의 질의에 대해 도시철도공사는 거짓진술로 일관했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은 확산될 전망이다.이영순 의원에 따르면 음성직 서울도시철도공사 사장은 무인운전 실험에 대해 “자동모드운전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이 의원은 이와 관련 “기관사 등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으로서는 자동모드와 무인모드가 동일한 것으로 오해하기 쉽다”며 “하지만 자동모드는 선로상황에 맞도록 자동으로 속도를 맞추는 것으로 ‘일상적’ 운전상황에 해당한다. 이마저도 출퇴근 시간대에는 승객이 많고 열차간 간격이 좁아 수동모드로 운전한다”고 지적했다.음성직 서울도시철도공사 사장은 또 “무인실험결과에 대한 보고서가 없다”고 증언했으나, 이 역시 ‘거짓증언’이라는 게 이 의원의 설명이다.이 의원은 “(본인이) 입수한 보고서 일부를 제시하자, 그때 가서야 지방사무가 아닌 국가사무에 해당하는지 검토 후 제출하겠다고 발뺌했다”며 “도시철도공사 사장은 국감장에서 거짓 증언을 일삼으면서 그 자리에 있는 건교위소속 국회의원은 물론이고, 이번 질의를 관심 깊게 지켜보는 시민 모두를 속였다”고 꼬집었다.이 의원은 “국회의원이 국정감사장에서 피감기관의 국민을 상대로 한 잘못된 행동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자료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라며 “국정감사장에서의 거짓증언은 국회법 제129조3항과 국회에서의 증언ㆍ감정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에 의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지는 중죄”라고 지적했다.한편 서울도시철도공사 측은 이 의원의 무인운전실험 폭로 이후 아직 이에 대한 입장을 직접 표명하지 않고 있다. 이 의원은 “도시철도공사 사장은 거짓 증언에 대한 진실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