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돌아온 국감 시즌…총수 국감 출석 꼭 필요한가
2019-10-04 황병준 기자
[매일일보 황병준 기자] 바야흐로 ‘국정감사’의 시즌이 돌아왔다. 국회가 국정 전반에 관한 조사를 통해 정부를 감시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참고인을 불러 증언을 들을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리가 바로 국감이다. 또한 각 상임위 별로 관련 기업인들을 증인으로 불러들이며 사실관계 등을 파악할 수 있다. 국회에서 국감은 1년 농사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자리인 것이다.하지만 이러한 의미 있는 자리가 일부 의원들의 호통과 막말 등으로 본질을 퇴색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알고 있다.그동안 일부 국회의원들은 기업인들을 증인으로 채택할 수 있는 권리를 통해 국감 증인으로 불러들이며 재계 총수들에 대한 보이지 않는 횡포를 부린 것이 사실이다. 이를 통해 자신들의 입지를 높이고, 이름을 알릴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호통, 면박, 고성 등 심심치 않게 벌어졌다.또한 내용과 관련 없는 질문을 등 전문성을 떨어뜨리는가 하면, 사안과 관련 없는 대답을 요구하며 호통을 치는 등 재계 총수들에게 으름장을 놓았다.올해 역시 각 상임위 별로 재계 총수들을 국감장에 불러들이려고 했지만 상당부분 불발됐다.농해수위의 경우 소속 야당 의원들은 지난달 평양에서 열린 정상회담에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재계 총수들을 대거 불러들여 남북경협 문제에 대한 답변을 듣겠다고 요구하고 나섰다.하지만 여당의 반대와 관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총수가 아닌 사장 급으로 증인 출석이 변경되는 과정을 겪었다.기자 역시 재계 총수들의 국감장 출석에 대해 전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필요성에 대해서는 따져 봐야 한다는 것이다.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오너 총수가 국감에서 해명을 내 놓던가 책임을 통감해야하는 부분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오너 총수의 역할과 전문경영인의 역할은 다를 수 있다. 사안에 따라 전문적인 부분에 대해 CEO나 임원이 더 자세한 답변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해마다 재계 총수 출석을 놓고 물밑줄다리기는 끊이질 않고 있다. 각 기업의 대관 담당자들은 자신들의 총수가 국회 출석을 요구받거나 그러한 분위기가 감지되면 이를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한 대관 담당자는 국감시즌을 앞두고 “지금은 전쟁터”라는 말로 현재 분위기를 설명했다. 총수를 증인으로 부르느냐 마느냐의 ‘총성없는 전쟁’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각 기업에서도 국회 대관 담당자의 능력은 총수를 국감에서 뺄 수 있느냐 없느냐로 판가름하고 있기도 하다. 이에 따라 대관 담당은 의원실 문이 닳도록 찾아가 읍소하는 광경이 연출되기도 한다.올해부터 여야 합의를 통해 국정감사 증인을 출석시키면서 총수급 출석이 다소 줄 것으로 전망되지만 문제는 이러한 관행을 줄이기 위해서도 국정감사에는 국정감사의 현안의 가장 가려운 곳을 긁어줄 확실한 답변을 해 줄 수 있는 인사를 국감에 출석시켜야 하지 않겠는가.면박을 주거나 호통을 치는 국정감사가 아니라 정부의 정책을 재대로 감시하고 꼭 필요한 증인을 출석시켜 고성이 아니라 칼날 같은 질문을 통해 스스로 입지를 올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