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조그룹, 무차별 몸집 불리기에 기업윤리는 뒷전?

‘화인코리아’ 돕겠다며 접근해 ‘덥썩’…오양수산 재판 되나?

2011-09-09     변주리 기자

[매일일보=변주리 기자] 사조그룹의 ‘몸집 불리기’에 대한 업계의 시선이 곱지 않다.

‘수산전문’에서 ‘종합식품’ 기업으로 탈바꿈한 사조그룹이 ‘윤리경영’을 뒤로 한 채 무차별적인 영역 확장을 하고 있다는 주장들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최근 사조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전남지역 중견 축산업체 ‘화인코리아’ 인수를 둘러싼 해당 임직원들의 반발 및 의혹 제기가 지속되자 정치권의 화두인 ‘대∙중소기업 동반성장’과 엇박자를 보이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사조그룹은 2000년대 들어 해표식용유와 대림수산, 오양수산, 옹가네 등 식품업계 중견기업들을 닥치는 대로 인수해 왔으며, 이 과정에서 수차례 잡음을 일으킨 데다 지난 6월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을 앞두고 두부 사업에도 진출한 바 있어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기엔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해표식용유·대림수산·오양수산 등 닥치는대로 ‘독식’
M&A통해 구조조정․대량해고…거침없이 영역 확대

지난 6일, 민주당 전남도당위원장 이낙연 의원은 광주고등법원 민사부에 화인코리아의 회생절차를 개시해 달라는 탄원서를 보냈다. 이 의원은 “화인코리아는 파산절차가 진행 중이지만 현금보유액이 늘어 140억원에 이르고, 작년 말 1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데 이어 금년말에도 1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런 기업은 파산시키지 않고 회생시키는 것이 회생법의 입법취지에도 맞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특히 “중소기업인 화인코리아를 빼앗기 위해 담보채권을 사들이고 회생절차를 방해하는 대기업 사조그룹의 의도대로 법원이 회생절차를 기각한다면, 이명박 정부의 동반성장정책에 어긋나고 정의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계속된 의혹제기에 ‘입막음용’ 고발?

같은 날, 화인코리아도 청와대에 공개서한을 보내 관심을 끌었다. 화인코리아는 공개서한을 통해 “수산전문 대기업인 사조그룹이 축산분야 진출의 발판을 위해 회생을 악의적으로 방해, 회사를 헐값에 빼앗으려 하고 있다”며 “이를 즉각 중단시켜 달라”고 호소했다.

화인코리아의 이 같은 주장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화인코리아는 지난 4월 사조그룹이 파산위기에 빠진 화인코리아의 기업회생에 도움을 주겠다고 접근, 이중적 수법을 동원해 회생절차를 계획적이고 고의적으로 방해했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이어 지난달 24일과 26일, 31일에는 주요 일간지 광고를 통해 “사조그룹 고위 임원이 지난 7월 해당기업 경영진에게 회사를 넘기는 조건으로 뒷거래를 제안했다”는 주장과 함께 사조그룹의 인권유린 실태 사례를 들며 사조그룹의 편법과 부도덕한 경영을 고발했다.

화인코리아의 의혹 제기와 비판이 지속되자, 화인코리아의 회생 지원 요청에도 불구하고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다”며 인수를 추진하던 사조그룹은 결국 화인코리아에 대해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으로 고발 절차에 들어갔다.

사조그룹 관계자는 8일 “화인코리아가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악의적인 비난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언론에 이슈화되길 바라는 것 같은데 일일이 대응하기보다 법원의 판결을 받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며 고발 절차에 들어간 사실을 밝혔다. 고발을 통해 화인코리아에 대한 입막음을 시도한 것이다.

이어 사조그룹 관계자는 “회생계획안이 부결된 것은 우리 측이 반대해서만이 아니라 일부 금융권들도 반대를 했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이미 지난해 12월 법원에서 파산 선고를 내렸기 때문에 (회생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해)회생계획안에 반대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같은 사조그룹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화인코리아는 지난해 3월 광주지방법원으로부터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받았으나 같은 해 12월 사조그룹 계열사를 비롯한 채권자들로부터 회생계획안이 동의를 얻지 못하면서 부결되어 파산 선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화인코리아가 회생 절차를 다시 신청하자 사조그룹은 지난 3월 사조바이오피드 등 계열사를 통해 법원에 은밀히 파산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화인코리아에 회생 지원을 약속해 놓고 파산 신청을 한 것은 잘못이 아니냐’는 질문에 사조그룹 관계자는 “회생 지원을 약속한 사실은 없다”면서도 파산 신청을 한 것에 대해서는 “(명예훼손으로 사조그룹이 고발에 들어간 상태에서) 법원 판결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사실 여부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답했다. 사실상 판결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이어 그는 “화인코리아는 법원의 허가만 있으면 채무를 즉각 변제할 능력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장담할 수 있겠느냐”며 “회생 절차를 진행하다 결국 파산돼서 공중분해 되는 것보다 우리가 인수하는 것이 종업원과 사육 농가를 지키는 일”이라고 말했다.

오양수산 ‘덥썩’…이번엔 화인코리아

하지만 지난 6일 화인코리아의 회생절차를 개시해 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광주고등법원에 보낸 민주당 이낙연 의원실 관계자는 “화인코리아는 현금보유량과 영업이익 등을 근거로 법원에 회생 절차를 다시 신청했다”며 “조사하면 밝혀질 일을 설마 법원에 거짓말을 했겠느냐”고 말했다.

오히려 헐값매각과 장물거래 의혹이 있었던 오양수산 인수 사례를 보면, 사조그룹의 화인코리아 인수가 종업원과 사육 농가를 지킬 수 있다는 사조그룹의 주장은 화인코리아와 지역 주민들을 안심시키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지난 2007년 사조그룹이 오양수산을 인수한 후 전 오양수산 노조는 “(사조그룹이 오양수산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시가의 40분의 1도 안 되는 가격으로 장물거래가 이루어졌고, 그로 인해 수백 명의 무고한 직원들이 해고되어 하루아침에 거리로 내 앉았다”고 주장했다.

노조 측은 사조그룹이 당시 자산규모 5100억원인 오양수산의 김성수 전 회장 소유 주식 35%를 126억원에 매입했으며, 이후 95% 이상의 임직원을 퇴출시켰다고 주장했다. 사실 확인 결과 오양수산은 당시 자산규모 약 941억원이었으며, 사조그룹은 김성수 전 회장과 그의 부인 최옥진씨의 지분 35.2%(101만 2000주)를 127억원에 매입했다.

이와 관련 사조그룹 관계자는 “어느 기업을 보더라도 M&A 이후 임원들이 자리를 지키기는 힘들다”면서도 “임직원들도 95%이상이 퇴출됐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수 과정 당시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은 것과 달리, 사조그룹은 김성수 전 회장의 아들인 김명환 오양수산 전 부회장을 지지했던 임직원들에 대해 정리해고 등을 단행하는 등 구조조정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 6월 사조그룹은 정부의 중소기업적합품종 선정을 앞두고 두부산업에 진출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으나, 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OEM)을 통해 중소제조 업체의 판로를 개척해 주는 것이기 때문에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위한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과의 상생이라는 취지에서 화인코리아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회생을 지원해 줄 의향은 없느냐는 질문에 사조그룹 관계자는 “파산될 가능성이 큰 중소기업까지 다 살릴 순 없다”고 잘라 말하면서 “사회적 기업이 되기 위해 여러 가지로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