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조례 발의

쟁점이던 ‘집회의 자유’는 ‘학교규정’으로 절충

2011-09-09     이서현 기자

[매일일보] 서울시교육청이 학교내 학생의 집회에 대한 자유를 보장한다는 입장에서 한발 물러섰다. 교육청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학생인권조례 초안을 7일 발표했다.

총 6장 58개조(부칙 제외)로 구성된 초안은 제1조에서 ‘학생의 인권을 보장함으로써 모든 학생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실현을 목적으로 한다’고 돼 있다.

교육청은 9월 중으로 최종안을 확정해 20일 이상 입법 예고 기간을 거친 후 11월 서울시의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연내에 조례안이 통과되면 내년 3월부터는 각 학교에 서울학생인권조례가 발효된다.

학교장, 교직원, 학부모 등에 대한 조례 준수 의무와 함께
학생의 책무성도 명시…적용 범위에 유치원, 학원도 포함


이번 조례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집회의 자유를 인정하되 학교 규정으로 제한할 수 있다는 안을 1안으로 내세운 것이다. 이는 기존 교육청이 주장해 왔던 '학생의 학교 내 집회 자유를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한발 양보한 것이다.

제19조 4항 1안을 보면 학생은 집회의 자유를 가지되 학교 내 집회에 대해서는 교육상 목적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학교규정으로 시간, 장소, 방법을 제한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단 ‘학생은 정규 교과과정을 방해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집회를 열거나 이에 참여할 권리를 가진다’를 2안으로 넣어 집회 자유 가능성을 열어뒀다.

교육청 관계자는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 수렴 결과 등을 토대로 이달 중 최종안을 마련해 교육청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조례에는 학교장, 교직원, 학부모 등의 조례 준수 의무와 함께 학생의 책무성을 명시했다. 적용 범위는 학교 뿐 아니라 유치원, 학원도 포함했다.

‘체벌 금지’ 조항과 함께 ‘교육감 및 학교의 장은 교사의 수업권과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그에 필요한 지원을 해야 한다’고 적었다. 학교 뿐 아니라 유치원, 학원에서의 체벌도 금지했다. 교육감은 학교, 유치원 및 학원에서의 체벌을 방지하기 위해 지도·감독을 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복장, 두발 등 개성을 실현할 권리’와 ‘학생의 휴대폰을 비롯한 전자기기 소지’의 자율을 보장하되 학생이 제·개정에 참여한 학교규칙으로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학생회의 역할과 권리를 별도 조문으로 명시하고 교육청 및 학교의 교육정책에 학생의 참여와 의견 개진이 가능하도록 학생의회를 구성토록 하는 등 학생의 자치 활동을 강조했다.

양심·종교의 자유를 인정, 교육감은 입학이나 전학과 관련한 학교 배정에 있어 학생에게 특정 종교를 건학이념으로 하는 학교를 기피할 권리를 보장토록 노력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한상희 학생생활지도정책자문위원장은 “좀 더 다양한 의견을 받기 위해 일부 쟁점이 될 만한 사안에는 복수안을 마련했다”며 “현재 학생인권조례는 확정된 것이 아니니 얼마든지 의견을 제출해 달라”고 말했다.

교육청은 9월 중으로 학생인권조례 최종안을 확정해 20일 이상 입법 예고 기간을 거친 후 11월 서울시의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연내에 조례안이 통과되면 내년 3월부터는 각 학교에 서울학생인권조례가 발효된다.

학교생활교육혁신방안 시안도 공개했다. 이 시안은 학생인권조례 초안의 ‘교사의 수업권과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항을 구체화한 것이다.

생활지도가 어려운 학생에 대한 지원, 교사의 생활지도 권한 명시와 교권보호 지원, 학교의 생활교육 역량강화 지원, 학교 자치를 통한 학교문화 개선 등 4개 영역으로 구성돼 있다.

한 위원장은 “시의회에서 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안과 교육청안을 함께 두고 심의하게 될 것”이라며 “주민발의안에서 후퇴했다는 일각의 지적도 있으나 우리는 학교 현장 목소리를 들어 ‘최적’의 조례안을 만들고자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교총 “강력반대” vs. 전교조 “환영”
 
서울시교육청이 공개한 학생인권조례 초안에 대해 교원단체들은 성향에 따라 극과 극의 반응을 보였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이날 성명을 통해 “경기도교육청이 시행하고 있는 학생인권조례의 내용보다 한걸음 더 진전된 학생인권 존중의 내용들도 담고 있다”며 “학생인권조례 정착으로 교사와 학생이 서로 존중하는 학교 문화가 정착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학생의 책무를 별도로 규정해 타인의 인권도 소중하다는 인권의 상호성을 명시한 것이나 두발에 이어 복장까지 학생 의사에 반해 규제할 수 없도록 한 것 등은 학생들의 신체, 표현의 자유를 존중한 것으로 해석된다”며 “비록 ‘교육상 목적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로 한정했지만 학생들의 교내 집회의 자유를 허용한 것도 눈에 띈다”고 평가했다.

또 학생인권조례의 범위를 유치원과 학원까지 명시함으로써 이들 기관이 인권의 사각지대가 아님을 분명히 한 점과 지난해 체벌금지 조치에 이어 학원에서도 무분별하게 이루어지는 체벌과 폭행을 제어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는 점도 높이 평가했다.

반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교권추락, 학생 학습권 침해가 가속화될 것이라며 강력한 반대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교총은 “보편적 가치를 담은 인권을 조례로써 정하는 것은 법체계상 타당하지 않다”며 “초중등교육법시행령 등 상위법과 상충되는 내용이 있어 학교현장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가르치고 배우는 교육의 장소인 학교의 특성을 무시한 채 학사운영이나 기본적인 생활지도 영역마저 인권침해로 규정해 교육활동을 위축시키고 교육구성원 간 갈등과 반목만 가중시킬 것”이라며 “학교의 고유한 권한내지는 교칙을 넘어서 학생에게 과도한 자율권을 주는 것은 학교질서 붕괴, 교권을 침해할 개연성이 매우 크다”고 우려했다.

복장, 두발 자율화를 명시한 것에 대해서는 “학생 간 빈부격차 발생, 학생보호의 어려움 등 과거 복장 자율화에 따른 문제가 재현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집회의 자유에 대해서는 “통제 장치가 없고 학교가 정치장화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