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천적 없는 검사 지배적 수사생태계, 헌법 개정으로 바로잡아야

2018-10-12     삼산경찰서 수사지원팀 경사 김수진

[매일일보] 현행 헌법은 제12조 제3항에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인권보호를 위한 영장주의를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 조항에서는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라는 문구를 통해 미국, 독일, 프랑스나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을 규정하고 있다.

1948년 제정된 대한민국 최초의 헌법에는 신체의 자유에 관한 영장주의를 규정하면서 영장청구권자를 별도로 명시하지 않았으나, 1960년 5·16 직후 ‘국가재건최고회의’라는 초헌법적 기관이 먼저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해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을 규정하고, 이후 정부를 해산하고 추진한 제5차 개헌에서 같은 내용이 헌법에도 담기게 되었으며, 이로써 대한민국은 "검사의 할 일"을 헌법에 담고 있는 세계 유일의 국가가 되었다.

검사가 인권옹호기관으로서 추가로 영장청구 여부를 결정함으로써 인권유린의 폐해를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나, 영장주의의 핵심은 ‘법관에 의해’ 영장이 발부되는 것이므로 검사 독점이 인권 보장적이라는 근거는 없으며, 오히려 수사의 중요한 절차인 영장청구에 있어 특정 기관에 권한을 독점케 함으로써 권력분립이라는 헌법이념에 배치되고 있다.

더 나아가 영장청구권의 검사 독점이 수사에 있어 검사의 지배체제를 공고히 하고, 제 식구 감싸기 등 검찰조직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로 오남용 되는 사례를 자주 접할 수 있다.

실제로 경찰 등 수사기관이 신청한 영장에 대해 인권보호와는 무관하게 기각되어 경찰수사를 무력화하거나, 심지어 전관예우의 통로로 활용되어 사법 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는 특히 검찰 출신 변호사가 피의자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사건, 검사나 검찰 출신자가 관련된 범죄에 대한 경찰의 수사 등에서 주로 나타나고 있으며, 헌법에 규정된 독점적 영장청구권을 통해 우리 사법 시스템에는 천적 없는 검사 지배적 수사생태계가 형성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정치권에서는 계속하여 개헌 논의가 있을 것이고, 권력구조, 지방분권 등 개헌안에서 다뤄져야 할 주제가 광범위하겠지만, 독점적 영장청구권 폐지를 통한 견제와 균형 또한 심도 있게 논의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