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본부세관, 위장수출입 및 분식회계 등 악덕 수출입업자 적발

2천억원 위장수출입 및 분식회계로 519억원 재산국외도피 등

2012-09-14     김석 기자

[매일일보]  최근 홍콩의 유령회사와 위장 수출입을 통해 거액의 자금을 해외로 빼돌리고 분식회계 등을 통해 소액주주 7천명 등에게 4천억원의 피해를 입힌 코스닥 상장회사가 세관에 적발됐다.

상장폐지된 이 회사 전 대표는 동생여권을 도용해 마카오로 도피하는 등 전형적인 모럴 헤저드 사례로 주목된다.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세관장 천홍욱)은 상품가치가 없는 불량 실리콘 및 웨이퍼 등을 홍콩의 유령회사와 수출입하며 거액의 자금을 홍콩에 도피시킨 수출입업체 N사 전 대표 A씨 등 2명을 적발해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들은 관세법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유가증권 시장에서 태양광 관련 테마주가 큰 인기를 끌자 ’07년에 친인척 명의로 홍콩에 유령회사, 일명 페이퍼 컴퍼니(Paper Company) 3곳을 설립했다. 이후 ‘07년 2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175회에 걸쳐 이들 유령회사와 태양광용 웨이퍼 제조 원료인 실리콘과 이를 가공한 웨이퍼를 수출입하는 것처럼 위장했다.

그러나 실제 거래된 물품은 웨이퍼 제조에 적합하지 않은 저순도 실리콘과 플라스틱으로 만든 가짜 웨이퍼였다.

A씨는 이처럼 유령회사와 반복적으로 거래하는 일명 ‘뺑뺑이 무역’ 수법으로 2천억원대의 위장 수출입을 정상적인 무역거래로 분식회계 처리해 제무제표를 허위 공시하여 주가상승과 자금조달에 악용했다. 이 과정에서 불량 물품의 가격을 임의로 책정해 정상 물품의 가격인양 위장하여 수출입대금을 지급․수령함으로써 519억원의 거액을 유령회사의 홍콩 비밀계좌로 빼돌렸다.

세관에 따르면 N사는 태양광 발전용 웨이퍼를 생산하는 유망 녹색기업으로 주목받으며 한때 코스닥 시가총액 26위(4083억원)를 기록했다. 그러나 위장 수출입거래와 분식회계 사실이 드러나면서 17,900원까지 올랐던 주가가 100원대로 폭락하고 지난 2010년 8월에 상장폐지됐다.

이로 인해 7천명의 소액주주가 2천억원(1인당 평균 3천만원), 기타 2천억원 총 4천억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었다.

또, A씨는 보세공장을 운영하면서 ‘10년 3월부터 7월까지 총 34회에 걸쳐 52억원의 물품을 세관에 수입신고 없이 빼돌려 시중 판매하고, 수입원재료로 생산한 제품을 수출한 것처럼 꾸며 관세 등 7천만원의 세금도 환급받아 챙겼다.

조사결과 이같이 거액의 자금을 해외로 빼돌리고 수천명의 피해자를 양산한 A씨는 동생의 여권을 도용한 신분세탁을 통해 ‘10년 8월 마카오로 도피한 것으로 드러나 기업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상태임을 보여주고 있다.

세관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무역거래를 이용해 재산을 해외로 도피하고 의도적으로 상장회사를 폐지하는 악덕 업체가 상존할 개연성에 착안해 기획수사를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유가증권 시장에서 감사의견거절로 상장폐지된 업체들에 대한 수출입거래, 외환송금자료 분석, 유령회사 해외 현지 확인 등 1년여에 걸친 끈질긴 수사를 통해 이 같은 성과를 거둔 것이다.

세관은 ‘공정무역 확립을 통한 공정사회 구현’ 차원에서 해외로 도피한 A씨를 끝까지 추적해 법의 심판대에 세움으로써 기업의 모럴 헤저드에 경종을 울릴 방침이다. 또, 다른 업체가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재산도피 등을 자행하고 있다는 정․첩보를 입수하고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