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말 잘하면 백종원, 말 못하면 선동열
2018-10-14 송병형 기자
[매일일보 송병형 기자] 달변가를 만나면 꿀벙어리, 눌변가를 만나면 막무가내 호통. 다름 아닌 지난주 국정감사 이야기다.지난 12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중소벤처기업부 국정감사에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이사가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했다. 자영업자 대책을 업계 전문가에게 들어보자는 취지도 있었지만, 문어발식 확장 등 백 대표 본인을 둘러싼 논란도 추궁하자는 취지였다. 아마 방송 출연으로 유명세를 탄 것이 참고인 소환의 가장 큰 이유였을 것이다.프랜차이즈의 골목상권 침해에 대한 따가운 비판여론을 등에 업었다고 생각해서일까, 의원들은 방송으로 다져진 백 대표의 달변을 너무 쉽게 본 것 같다. “백종원 가게가 손님들 다 뺏어간다”는 한 의원의 지적에 백 대표의 달변이 불을 뿜었다. 백 대표는 “가맹점주들도 똑같은 자영업자”라며 “과외가 불법이거나 학원이 불법이면 제가 혼나야 맞는 거지만 (가맹점주) 본인이 독학이 안돼서 과거를 받거나 학원을 다니는 거랑 같은데 이게 뭐가 죄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또 “프랜차이즈 지점을 하는 게 죄를 지은 것이 아닌데도, 가맹점주들이 굉장히 위축돼 있다”며 “자유경쟁 시대에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를 모르겠다. 먹자골목하고 골목상권하고 자꾸 헷갈리시는데 (저희 프랜차이즈는) 골목상권 파괴가 아니다. 먹자골목에서 경쟁하는 것”이라고 했다.백 대표는 외식업에서 호텔업 진출이 ‘문어발식 확장’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도 당당했다. 그는 “단순한 개인적인 욕심 때문에 했다”며 “저는 옛날부터 왜 호텔 안에는 비싼 음식점, 외국음식점들만 있어야 하는지 불만이었다”고 했다. 호텔에서도 값싸고 서민적인 음식점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한 것인데 그것마저 트집을 잡느냐는 이야기였다.백 대표의 달변에 의원들은 별다른 반론을 펴지 못했다. 심지어 “백 대표에게 특강을 받았다”고 고백한 의원도 있었다.반면 그보다 앞서 10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선동열 한국 야구국가대표 전임감독은 눌변가였다. 자신을 향한 공격을 백 대표처럼 능수능란한 화법으로 넘기지도 못했고, 의원들의 빈틈을 찔러 말문을 막히게 할 줄도 몰랐다. 그저 체육인 특유의 굳은 표정으로 ‘나는 행정을 모르는 사람이라 그저 경기를 이기는 것만 생각했다’는 게 그가 할 수 있는 최대의 변명이었다.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은 그런 선 감독의 태도를 ‘불손하다’고 판단했나보다. 집에서 TV로 선수들을 살펴보는 안이한 근무에도 불구하고, 연봉을 2억원이나 받는, 그것도 판공비는 무제한으로 사용하는 ‘뻔뻔한 사람’으로 몰아갔다. “(청탁을 받고 뽑은 것이 아니라) 소신있게 (대표선수를) 뽑았다”는 선 감독의 말에도 “그래서 우승했다는 얘기하지 말라. 그 우승이 그렇게 어려운 거였다고 다들 생각하지 않는다”고 조롱했다.손 의원은 본래 야구계의 고질적인 병폐를 고발하고 싶었을 것이다. 국감 과정에서 손 의원은 구단주모임인 KBO가 야구계 대표기관인 KBSA 대신 감독 선임과 선수 선발은 물론 대표팀 감독의 연봉까지 지급하는 현실을 알렸다. 하지만, 그게 ‘경기에 이기는 것만 생각한다’는 선수 출신 감독을 적폐로 몰아가는 이유가 될 수 있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만약 선 감독이 달변에 정치감각도 갖추었다면 그렇게 호통을 칠 수 있었을지 손 의원에게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