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昌면담 전방위 노력…昌, 만남 거부
박근혜 누구손 들까…昌·李 동시 '러브콜'
2008-11-04 정치부
【매일일보닷컴】이회창 한나라당 전 총재의 출마가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이명박 후보 측은 이 전 총재의 출마를 막기위한 막판조율과 물밑작업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이 후보는 3일 오전 남산 국립극장 광장에서 열린 서울 선대위 출정식에 참석, 기자들과 만나 "이 전 총재를 만날 것이냐"라는 질문에 "이미 비서실장을 보냈지 않느냐. 계시면 찾아 뵈려고 한다"고 대답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염창동 당사에서 열린 직능정책본부 임명장 수여식에서는 이 전 총재를 겨냥 "우리의 길을 저지하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역사의 순리를 그르치는 것"이라며 "우리는 한 점의 흔들림도 없고 어느 누구도 우리를 흔들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어떤 어려움에도 승리하는 것이 역사의 순리"라면서 "당당히 한 걸음씩 국민에게 다가가 국민으로부터 신뢰와 인정을 받아 승리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나경원 대변인은 이와 관련 "이 후보는 이 전 총재를 직접 만나서 언론에 보도된 출마설에 대한 배경, 출마결심 여부 등에 대해 확인하고 여러가지 말씀을 나누실 것으로 보인다"면서 "일단 국민 모두가 걱정하는 이 전 총재의 대선출마와 관련된 것에 대해 이 전 총재의 진의를 알고 싶어 하신다"고 설명했다. 나 대변인은 또 "임태희 비서실장을 통해 만나고 싶다는 이야기를 드렸다"면서 "현재 이 전 총재의 소재가 불분명해서 이를 파악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 후보 측 이재오 최고위원도 기자들과 만나 "이 전 총재가 출마를 결심하기 전에 내가 꼭 만나뵙고 우리 이야기를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 측은 이처럼 이 전 총재 측에 전화접촉 등을 계속하면서 회동을 제의하고 있지만, 이 전 총재 측은 사실상 이 후보와의 만남을 거부하고 있다. 이 전 총재는 지난 2일 오후 "생각을 정리해 올라오겠다"며 지방으로 내려갔으며, 3일 부인 한인옥 여사와 함께 지방 모처에 머물며 향후 행보를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총재의 최측근인 이흥주 특보는 3일 "(이 전 총재가) 지방 어디에 가 계신지는 모르겠다"면서 "생각을 정리해 올라오겠다고 하셨는데 언제 오실지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재의 다른 한 측근은 "한 쪽에서는 2002년 대선 자금 수첩 등을 언급하며 자극하면서 다른 한 쪽에서는 만나자고 하는 것은 이중플레이"라며 "진정성이 없다. 이 후보 측의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고 불만을 표현했다. 박근혜 누구손 들까…昌·李 동시 '러브콜'
이처럼 이회창 한나라당 전 총재의 출마가 기정 사실화된 가운데 박근혜 전 대표 측이 향후 어떤 움직임을 보일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전 총재가 대선 출마 선언을 하고, 박 전 대표 측이 이를 지지할 경우 얼마 남지 않은 대통령선거의 구도가 새로 짜여질 수도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이 전 총재와 박 전 대표의 지지층이 지역, 성향 등에서 거의 겹치고 있고, 이명박 후보가 한나라당의 지지기반인 보수세력으로부터 완벽하게 인정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박 전 대표가 이 전 총재와 연대할 경우 보수세력이 양분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명박 후보와 이 전 총재 측은 모두 박 전 대표 측에 대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이에 대해 별다른 응답을 하지 않으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 전 대표 측 의원들의 입장은 이 전 총재의 출마는 절대 안 된다는 강경론과 이 전 총재의 출마에 호의적인 두 가지 부류로 나뉘고 있다. 박 전 대표의 경선 캠프에서 좌장 역할을 맡았던 김무성 의원은 지난 2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이 전 총재가 출마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라며 "예를 갖춘 대화를 통해 협상 노력을 먼저 해야 한다. 내가 좀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회창-박근혜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 시점에서 전혀 그런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다른 한 측근은 "박 전 대표가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는 이 후보의 국민적 평가에 달렸다"면서 "이 후보가 도저히 안 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어찌될지 알 수 없는 일"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박 전 대표의 최대 지지모임인 '박사모'도 지난달 29-30일 진행한 이 전 총재 지지여부 여론조사에서 78%가 출마 지지를 찬성했다. 한편 이명박 후보는 지난 2일 경남 진해 해군작전사령부 독도함 함상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표가 자신의 최측근인 이재오 최고위원의 "좌시하지 않겠다"는 발언에 대해 "오만의 극치"라고 맹비난한데 대해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말해 박 전 대표 달래기에 적극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회창 전 총재 측도 박 전 대표 측의 지원을 바라고 있다. 박 전 대표의 측근인 서청원 전 대표, 정인봉 전 의원 등은 최근 이 전 총재와 각각 만나 식사를 함께 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