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 보험사는 메기일까? 미꾸라지일까?

2018-10-17     박한나 기자

[매일일보 박한나 기자] 손해보험사의 순위는 매우 공고하다. 2위 싸움마저도 식상해 보일 정도로 변화가 없는 곳이었다. 잠잠하던 업계에 변화가 일어난 것은 한 보험사에 새로운 사장이 취임하고부터다. 증권 구조조정 전문 CEO 출신의 보험 CEO 취임은 우려와 기대를 한 번에 받았다. 취임 당시 장기적인 보험환경과는 맞지 않는다는 우려와 고여있는 보험업계에  파장을 줄 것이라는 기대를 함께 받으며 시작했다.

철저한 성과주의와 영업 우선 정책으로 조직을 개편한 이 보험사는 공격적인 영업방식으로 서서히 점유율을 높여갔다. 기존 질서를 완전히 무시하고 조직을 늘리고 비용을 쏟아 부어 타사의 시장을 잠식해나갔다. 오래 못 버틸 것이라는 시기 어린 평가가 이어졌지만 단기적으로 보인 성과는 놀라웠고 금융의 스티브 잡스, 메기 효과라는 칭찬이 나왔다.

금융당국 임원 출신을 공동사장으로 영입해 당국의 압력에 대비한 이 회사는 이후 수백명의 인력감축으로 절약한 고정비용은 고스란히 사업비에 투자했으며 타사 인력을 스카우트하고 노하우를 뽑아내 영업방식과 상품의 장점만을 빠르게 카피했다. 때로는 높은 시책으로, 시책이 막히면 인수기준 완화로, 면책감액기간 축소로 영업을 확장했고 인보험 시장에서 결국 독보적인 자리에 오르게 됐다.

손보사들은 돈으로 영업하는 방식, 타사는 배려치 않는 상도덕 없는 회사라는 비난을 하면서도 점유율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동일한 방법으로 경쟁해야 했다. 대형사 입장에서 중위권 회사에 실적을 역전당하는 것은 경영진의 실패를 의미했기 때문이다. 손보사들의 내일 없는 치킨게임은 그렇게 시작됐다.

이 경쟁에 브레이크는 없었다. 과도한 시책 방지도, 과도한 스카우트 금지 협약도, 리스크 관리를 요구하는 당국의 목소리도 모두 무시되었다. 이런 경쟁의 결과로 소비자들의 피해가 늘어갈지도 모른다는 우려감에 금감원에서는 더는 두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임원 출신 사장 덕에 제재나 검사가 통하지 않는다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손보사들은 서로 저쪽이 더 문제라고 비난하는 촌극을 시작했다. 이쯤 되면 상도덕이라는 것은 사라진 지 오래다.

보험의 특징은 리스크 관리를 위해 앞문과 뒷문 중 하나는 반드시 좁다는 것이다. 보험 가입을 보험소비자 모두 시켜주고 보험금도 청구하는 대로 모두 주기는 어렵다. 이 회사의 영업 확장 이후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까? 시책경쟁, 인수기준완화, 감액기간축소로 계약을 끌어 모은 결과 필연적으로 뒷문이 좁아졌다. 2015년 0.15%로 최저수준이었던 보험금 부지급률은 2018년 상반기 2.1%로 상승하며 가장 보험금을 안 주는 손해보험사에 올랐다. 국감에서 지적된 실손보험금 지급률 역시 50%대로 최하위에 그쳤다.

지금에 이르러 다시 생각해 본다. 이 보험사는 메기일까? 미꾸라지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