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프랜차이즈, 진정한 ‘외식업 학원’으로 거듭나려면

2019-10-22     안지예 기자
[매일일보 안지예 기자] “쉽게 말해 프랜차이즈는 외식업에 처음 뛰어드는 사람을 위한 ‘학원’ 같은 존재다. 누구 하나 장사를 알려주지 않는데 프랜차이즈는 본사에서 위생, 노동, 세무까지 어느 정도 코치해준다.”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지난 1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출석해 답변한 말의 일부다. 이날 백종원 대표는 프랜차이즈산업을 둘러싼 오해와 편견에 대해 적극 해명했고 본사와 점주가 함께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나름의 소신을 밝혔다.국회 출석 소식 자체만으로도 화제를 모았던 백 대표는 이번 국감에서 수많은 국회의원과 증인을 제치고 최고의 국감 스타로 떠올랐다. 애초에 중견 프랜차이즈 기업 대표에게 골목상권 살리기 방안을 묻는 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백 대표는 이를 보기 좋게 무너뜨리고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다. 단순히 방송에서 갈고 닦은 말솜씨 덕분이 아니라 외식프랜차이즈 시장의 현주소와 문제점을 정확히 짚어냈기 때문일 것이다.사실 프랜차이즈업계는 올해도 국감장의 ‘뜨거운 감자’로 예상됐지만 기대만큼 화제를 뿌리진 못했다. 올해 역시 이른바 ‘갑질’ 이슈가 여전한 상황에서 bhc치킨, 샘표, 편의점업계 등 국감장에 불려 나온 관련 증인만 해도 쟁쟁했다.지난해 워낙 프랜차이즈 갑질 후폭풍이 거셌던 이유도 있지만 점차 일반 소비자들의 인식이 변화해가는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프랜차이즈산업은 ‘악의 축’으로 몰리기 쉬웠다. 골목상권을 죽이는 것도 프랜차이즈고 최저임금 인상의 부담을 덜어줘야 하는 주체가 돼야 하는 것도 프랜차이즈 본사였다.이에 그동안 업계는 몸을 바짝 낮추고 각종 상생안을 내놓기에 바빴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이런 분위기가 이어졌지만 최저임금 인상 책임이 프랜차이즈 본사로 옮겨가자 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최저임금 인상의 책임을 가맹본사들에게 떠넘기지 말라”고 강력 반발했다.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감에서도 비슷한 질문이 나왔다. 한 국회의원이 “백 대표 가맹점이 ‘손님 다 뺏어간다’는 소상공인들의 목소리가 나온다”고 말하자 백 대표는 “가맹점을 잘 키워 가맹점 사장이 잘 벌게 해준 것뿐인데 뭐가 잘못된 것이냐”고 되물었다. 또한 잘 알려진 프랜차이즈는 ‘골목상권’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먹자골목’에 들어가 경쟁을 벌이고 있고 두 개념을 혼동해선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백 대표는 외식업계 문제점에 관한 질문에 “상생은 어떤 한쪽에서 양보하는 게 좋은 게 아니다. 같이 사는 거라고 생각한다”며 “본사는 좋은 식자재를 공급함으로써 분점과의 이득을 생각해야 하고 분점이 영업이익을 올리기 위한 고민을 함께 해야 한다”고 말했다.이 말 한마디에 프랜차이즈산업의 핵심이 모두 들어있다. 본사는 점주를 잘 벌게 해주고 점주는 ‘프랜차이즈 학원’에 들어온 이상 본사의 사업 노하우를 큰 틀 안에서 따르는 게 맞다. 지금도 프랜차이즈를 둘러싼 각종 잡음이 계속되고 있다. 프랜차이즈가 악의 축에서 외식 자영업자들의 진정한 학원으로 거듭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