昌, 대선 출마 선언…정국 '소용돌이'

15분간 대국민성명 통해..."이명박으로는 정권교체 힘들다"

2008-11-07     정치부

【매일일보닷컴】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오는 7일 오후 2시 자신의 사무실이 위치한 남대문로 단암빌딩 5층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무소속 대선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지방에 머물고 있는 이 전 총재는 이날 오전 상경해 출마선언을 한 후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무명용사탑과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찾아 정권창출의 의지를 다질 예정이다. 이 전 총재의 측근인 이흥주 특보는 이날 6일 오전 이 전 총재의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늘 오전 총재로부터 전화통보를 받았다"면서 "이 전 총재가 장고에 장고를 거듭해 결론을 정리했다며 회견 준비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 특보는 이어 "그동안 정계를 떠나 여러가지 어려운 시간을 보냈던 단암빌딩 내의 빈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고 장소 선정의 배경을 밝혔다. 이 전 총재가 6일 발표할 대국민성명은 약 15분 분량으로 이명박 후보의 정체성 및 도덕성에 대한 지적과 이 후보로는 정권교체가 힘들다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이흥주 특보는 "정치현장의 일선에 나서겠다는 결심이 메시지에 포함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고, 이채관 수행 보좌관은 "메시지는 언론의 예상을 크게 빗나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흥주 특보는 "이 전 총재는 혼자 기자회견장에 나가 혈혈단신 혼자 선 모습을 국민께 그대로 보여드릴 것"이라며 "보좌진도 (회견장에) 안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회견 전 국민중심당 심대평 후보 등을 만날 용의가 있나"라는 질문에는 "이 전 총재가 외롭게 고심한 것은 국민에게 드릴 말씀이 중요하기 때문"이라며 "발표 후 그런 문제를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채관 보좌관은 한나라당 탈당 시기에 대해서는 "출마선언 자체가 탈당을 의미하니 당연히 해야하지 않겠나"라고 답변했다. 이 전 총재는 빠르면 이번 주말께 선거대책위원회를 구성키로 했으며, 사무실, 차량, 경호 등에 대한 구상도 마친 것으로 보인다. 이채관 보좌관은 이와 관련 "여의도로 옮길 형편이 아니기 때문에 남대문 사무실을 그대로 이용할 가능성이 높고 승합차를 대여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보좌관은 경호 문제와 관련해서는 "무소속 후보는 경찰 경호 4명인데 유력 후보의 경우는 요청하면 추가로 더 내주게 돼 있다"면서 "2002년 당시 총재를 모셨던 경호팀 중 경호인력을 고를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이회창 불출마 촉구 결의    
 

한나라당이 이에 앞서 이회창 전 총재의 대선 출마선언을 앞두고 불출마를 촉구하는 긴급 결의대회를 가졌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강재섭 대표와 안상수 원내대표를 비롯한 현역의원 70여명이 모인 가운데 '이회창 전 총재 불출마 촉구 결의문'을  낭독했다. 이날 결의문을 낭독한 심재철 의원은 "한나라당은 (지난) 10년 동안 그토록 학수고대하던 좌파정권 종식과 정권교체를 목전에 두고 있다"면서 "한나라당에서 두번이나 대통령 후보로 나왔던 이회창 전 총재가 경선이 끝나고 후보등록이 임박한 시점에서 갑자기 출마한다니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심 의원은 또 "(이 전 총재는) 경선문화와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정계은퇴라는 국민과의 약속을 번복했다"며 "최소한의 원칙과 명분도 없이 출마하는 것은 국민의 정권교체의 염원을 짓밟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다시한번 국가의 원로로서 애당심을 발휘해 출마입장을 거두라"고 촉구했다. 박근혜 전 대표는 결의대회에 불참했다.

이명박, 昌 자택 방문 "통화라도 했으면…"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서빙고동에 있는 이회창 전 총재의 자택을 방문했지만 이 전 총재를 만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후보는 이날 7시께 주호영 부실장.박형준 대변인과 신동아 아파트에 도착해 이 전 총재를 만나 대선 불출마를 설득하려고 했으나 이 전 총재가 아직 서울로 오지 않은 것. 40여 분간 자택앞에 머물던 이 후보는 결국 준비해 간 편지만 놓고 돌아섰다.

이 후보는 편지에서 "존경하는 이 총재님, 며칠째 만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못만나게 되어 몇자 적습니다. 저의 부족한 탓이라 여겨지나 듣고 싶은 말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사전에 통화라도 하고 싶습니다.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2007년 11월7일 이명박"이라고 적었다고 박형준 대변인은 전했다.
 
昌측 "이명박, 昌 자택에 없는 것 알고 온 듯"    
 
이에 대해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측은 "이 후보가 이 전 총재 자택에 오셨다는데 안 계시는 것을 알고 온 것 같다"면서 "후보께서 여러 일정이 바쁘신데 이 전 총재를 만나지 못하고 간 것에 대해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재의 측근인 이흥주 특보는 이날 오전 남대문로 단암빌딩 이 전 총재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하고 "이 후보가 서신을 전달하고 갔는데, 서신은 이 전 총재를 만나는 즉시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이 특보는 "사전에 방문한다는 통보가 왔나"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통보는 없었다"면서 "통보가 있었으면 저라도 가서 맞이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정동영 "昌 출마, 이명박 위기에 처했다"  
 
한편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대선 후보는 이회창 전 총재의 대선출마 선언이 이날 오후로 예정된 것과 관련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겨냥, "경제 실용주의의 옷을 입고 대세를 몰던 후보가 위기에 처했다"며 "스스로의 부패와 모순이 더 큰 부패와 모순의 정치인을 초대했다"고 일갈했다.

정 후보는 이날 오전 종로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토론회' 연설문에서 "국민은 부패와 비리로 얼룩진, 이제 잊고 털어버리고 싶은 과거가 다시 현실로 나타나자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며 "그 당혹감은 머지 않아 분노와 청산이라는 민심의 대전환으로 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한 우물에서 나온 똑같은 물을 마셔도 독사는 독을 만들고 암소는 우유를 만들 듯이, 똑같은 말과 계획을 가져도 사람에 따라 그 결과는 달라진다"며 "다음 대통령의 자격 요건은 변화를 추동해 낼 능력과 이를 극대화 할 도덕성"이라고 이명박 후보에게 각을 세웠다. 그는 이어 "지도자에게 있어서 도덕성은 설득력의 원천이다. 부패와 결탁한 지도자, 부패 속에서 태어난 지도자, 부패와 한 몸인 지도자는 국민을 이끌 수 없다"며 "국민은 결국 선택의 순간 앞에서 지도자의 청사진 못지 않게 그가 걸어오고 살아온 길을 도덕의 잣대로 바라본다"고 못박았다. 정 후보는 아울러 "사람이 60세를 맞으면 60갑자를 한 바퀴 돌았다고 해서 '환갑을 맞았다'고 하는데 나라도 마찬가지다. 내년에 건국 60주년을 맞이해 지나간 60년을 돌아보고 새로운 60년의 이정표와 설계도를 고민하고 검토해서 실행해야 한다"며 "다음 5년은 건국 60주년을 돌아보며, 고칠 점은 고치고 새로 만들 것은 만들어서 대한민국을 새롭게 태어나게 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