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대대적인 개혁에 착수할 것”

7일 대선출마 공식 선언…“국민이 이명박 불안해한다”

2007-11-07     최봉석 기자

[매일일보닷컴]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7일 대선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 전 총재는 이날 오후 2시 자신의 사무실이 있는 남대문로 단암빌딩 5층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기 위해 이 길이 제가 가야할 길이라고 확신한다”며 출마를 선언했다.이 전 총재는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을 통해 “그동안 몸담았던 한나라당을 떠나 이번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고자 한다”면서 “이번에 반드시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는 먼저 “지금으로부터 5년 전 대선 패배 후 저는 국민 여러분께 엎드려 용서를 빌고, 정치에서 물러나겠다고 말씀을 드렸다”면서 “그런 제가 오늘은 스스로 국민 여러분께 다짐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을 말씀 드리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이 순간 제 인생에 있어 가장 처절하고 비장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면서 “국민에게 드렸던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데 대해 진심으로 엎드려 사죄드리고 용서를 빈다”고 말했다.

약속 못지켜 엎드려 사죄

그는 “지난 5년간 석고대죄하는 심정으로 정치를 떠나 있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고 당이라는 조직체제나 현실정치의 시야를 벗어나 좀 더 크게 이 나라의 미래를 보고 걱정을 하였다”면서 “지난 10년간은 정권의 무능과 독선으로 나라의 근간과 기초가 흔들리고 법질서가 실종됐기 때문에 반드시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고 출마의 당위성을 역설했다.그는 지난 10년에 대해, “법과 원칙을 지키는 일이 바보짓이 되었으며 거짓과 변칙이 유능한 것으로 통하는 세상이 되었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도 뿌리 채 흔들렸다”면서 “한미동맹은 존폐의 기로에 섰고, 경제는 동력을 잃고 일자리는 줄어들고 공교육은 붕괴되고 있는 등 이대로 간다면 우리에게는 더 이상 미래가 없다”고 말했다.이 전 총재는 한나라당과 관련, “한나라당의 후보가 정권교체를 향한 국민의 열망에 부응해주기를 간절히 바랐으나 당의 경선과정과 그 후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이러한 기대를 접을 수밖에 없었다”면서 “지금 국민은 한나라당 후보에 대해 매우 불안해하고 있다”고 이명박 후보를 겨낭했다.

“국민이 이명박 후보에 충분한 신뢰 못보내”

그는 “(국민이 이명박 후보에 대해) 충분한 신뢰를 보내지 못하고 있는데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정권교체 자체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면서 “정권 교체만 되면 된다, 대통령이 누가 되어도 나라는 저절로 바로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러한 생각은 환상이고 또 위태로운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경제만 살리면 된다고 하는데 국가의 기반이 흔들리는데 경제인들 제대로 될 리가 있느냐”면서 “기본을 경시하거나 원칙없이 인기에만 영합하려는 자세로는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전 총재는 또 “중요한 것은 국가정체성에 대한 뚜렷한 신념과 철학”이라면서 “그런데 이점에 대해 한나라당과 후보의 태도는 매우 불분명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북한의 핵실험으로 실패로 판명 난 햇볕정책을 고수하겠다는 후보의 대북관도 애매모호하기는 마찬가지”라면서 “이렇게 모호한 태도로는 다가오는 북핵재앙을 막을 수도,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정착도 기대할 수 없다. 이것이 바로 제가 출마를 결심하게 된 근본 이유”라고 밝혔다.그는 “저 이회창에게 기회를 준다면 잃어버린 10년의 시대를 반드시 끝낼 것”이라면서 “국가적 틀을 마련하기 위한 대대적인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가기강 바로 잡겠다”
“쇠파이프 휘두르면 공공의 적”

구체적으로 그는 △헌법개정을 포함한 과감한 정치개혁과 권력구조 개편 △대북정책 및 외교정책을 근본적으로 재정립 △무너진 한미동맹 복원 △국가기강을 바로 세우는 법치혁명 △교육혁명 추진 등을 주 공약으로 설명했다.그는 이와 관련 “시도 때도 없이 고속도로를 점거하고, 도심의 도로를 점령해 교통마비를 가져오는 일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대한민국 군인들을 공격하거나, 젊은 전경들에게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자들은 공공의 적으로 법에 따라 엄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또 “우리의 기업들이 마음껏 뛸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공만 하면 된다, 돈만 벌면 된다는 천민자본주의는 안된다”고 강조했다.이 전 총재는 “사회 곳곳의 갈등을 치유하고 분열을 봉합하는 화해와 통합의 시대를 열겠다”면서 “과거의 일은 그것으로 매듭짓고 과거가 미래의 발목을 잡는 일이 결코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그는 마지막으로 “저에게는 정당과 같은 조직의 울타리도 없고, 평생을 지켜왔던 개인적 명예와 자존심조차 다 버렸다”면서 “그럼에도 저는 이 험난한 가시밭길을 가고자 하는 이유는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아 무너진 이 나라를 바로 세우기 위해, 이 길이 제가 가야할 길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민이 거부하면 살신성인 결단”

그는 “두 차례의 대선에서 저를 위해 불철주야 뛰면서 헌신했던 동지들을 뒤로하고 떠난다”면서 “저로 인해 분노하고 상처받는 당원 동지들이 있다면 진심으로 용서를 구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만약 제가 선택한 길이 올바르지 않다는 국민적 판단이 분명해지면 저는 언제라도 국민의 뜻을 받들어 살신성인(殺身成仁)의 결단을 내릴 것”이라면서 “저에게는 남아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