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昌 ‘실탄’ 어떻게 마련하나
자금력이 ‘관건’…‘차떼기 정당’ 이미지 벗기 위해 ‘사재’ 모두 털까?
2007-11-08 최봉석 기자
정치권 일각 “2002년 대선 부정 대선잔금으로 선거비용 충당하나?”
昌측 “돈 없다. 선거 비용 지출을 최소화할 것” 일각, 창당 가능성도
[매일일보닷컴] 지지자들의 주장대로 결격 사유가 있었든 경륜이 부족했든 간에 지난 대선에서 두 번이나 ‘패배’한 쓰라린 경험을 갖고 있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결국 자신이 만든 한나라당을 탈당, 무소속으로 대선 3수에 도전했다.
이 전 총재는 7일 자신의 사무실이 있는 남대문로 단암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나라당을 떠나 이번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고자 한다”면서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기 위해 이 길이 제가 가야할 길”이라고 말했다.
이에 ‘발끈한’ 한나라당은 ‘대권병’ ‘대통령병’이라고 맹비난을 퍼붓고 있지만, 이 전 총재는 ‘고희’를 넘긴 적지 않은 나이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건 마지막 대권 도전을 통해 ‘재기를 도모하고 있을 것’이라는 점은 명약관화하다. 따라서 이왕 ‘강행’해버린 생애 세 번째 대권 도전을 그가 과연 어떤 ‘힘’을 원동력으로 발판삼아 대선에 임할지가 정치권을 비롯해 세간의 관심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이회창 전 총재는 출마선언을 통해 “지난 1996년 15대 총선을 앞두고 혈혈단신으로 정치에 뛰어들었고 11년이 지난 오늘 저는 그때와 마찬가지로 다시 혈혈단신으로 국민 여러분 앞에 섰다”면서 “저에게는 정당과 같은 조직의 울타리도 없다.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지난 1997년과 2002년 대선 도전 때는 당시 제1야당인 한나라당의 후보로서, 이른바 선거의 3대 요소인 자금력ㆍ조직ㆍ인맥에 대한 근심과 걱정이 없이 대선에 ‘올인’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당시와 처한 상황이 180도 다르다는 것을 이 전 총재도 피부로 느끼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이 전 총재는 이날 회견에서 ‘의지할 곳이 없는 외로운 홀몸’이라는 뜻의 ‘혈혈단신(孑孑單身)’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는데,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이 전 총재에 대한 동정심을 일으키기 위한 것”이라는 반응이지만, 한켠에서는 “이 전 총재에게 그동안 꼬리표처럼 붙어 다녔던 ‘가진 자’ ‘힘있는 자’ 의 이미지를 털어내기 위한 발언”이라는 주장도 나온다.그만큼 ‘잘 나갔던’ 이 전 총재에게 올해 대선은 출마 선언과 함께 험난한 여정이 시작된 것으로 자금력ㆍ조직(인맥) 등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 상황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왕 장고 끝에 ‘링’에 올라선 만큼 마냥 ‘산 넘어 산’이라는 볼멘소리만 되풀이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궁금해진다. 이 전 총재는 이번 대선을 어떤 ‘돈’으로 치를까.◇ 만만치 않은 선거자금 어떻게 = 이회창 전 총재는 출마선언에서 “제가 만들었고 총재를 지냈으며 10년 동안 저의 분신처럼 아끼고 사랑했던 한나라당을 떠난다”며 그동안 항간에서 제기돼왔던 ‘이회창 무소속 출마설(說)’이 거짓이 아닌 사실임을 보여줬다.
그러나 무소속으로서 대선 출마는 이 전 총재의 표현대로 ‘험난한 가시밭길’이 될 것이 뻔하다. 정치전문가들은 “무소속으로 출마시 가장 어려운 것 중의 하나는 선거자금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무소속으로 출마는 국고 지원을 못 받기 때문에 도대체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선거비용을 충당하려는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지사. 일반 선거와 달리 대선에는 적어도 수십억, 많게는 수백억원에 달하는 비용이 소요된다. 이 전 총재는 대선을 위한 정치자금 모금과정에서 ‘차떼기 정당’이라는 오명을 한나라당에 안겨준 뒤 정치 일선에서 물러난 ‘올드보이’인 까닭에, 이번 대선에서는 시쳇말로 “도와달라”는 말을 꺼낼 처지가 아니다. 자칫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다가 더 큰 겨울을 맞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생애 마지막 도전인 만큼 ‘사재를 몽땅 털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일단 지금은 어느 정도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이 전 총재가 지난 2002년 대선 때 신고한 재산은 12억8천500만원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정도 비용으로는 지지율 1위를 내달리고 있는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를 대적하는데 역부족이다. 지난 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선 예비후보로 등록한 이 전 총재는 대선 후보로 정식 등록하기 위해 오는 25, 26일 사이에 선관위에 기탁금 5억원부터 내야 한다.이런 까닭에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의혹 가운데 하나가 지난 대선에서 쓰고 남은 대선 잔금의 유무(有無)다.민주당 이인제 후보 측 유종필 대변인은 이와 관련 “2002년 대선 당시 부정 대선자금의 잔금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이번에 그 잔금으로 선거비용을 충당하려는 것은 아닌지 해명하라”고 이 전 총재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이에 대해 이 전 총재 한 측근은 이 같은 주장을 의식한 듯 “돈이 없다. 캠프를 마련할 비용도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측근도 “단기필마로 나섰기 때문에 선거 비용 지출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소속인 만큼 정당과 국고 지원이 없는 점을 감안, 불필요한 선거비용 지출을 막겠다는 뜻이다.현행 선거법에 따르면, 무소속 출마시 정당 후보들과 달리 선거전 국고보조금을 받지 못하고 후원금을 모금할 방법도 없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무소속 출마시 100% 자기 개인 돈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이런 까닭에 이 전 총재 측 캠프 안팎에서는 선거비용을 만들기 위해 창당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있는 실정이다. 창당을 할 경우 소속 의원의 수에 따라 법정 선거보조비용이 조금이라도 나오기 때문이다. 또 대선기간 후원금을 일절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당비 등으로 대선을 치러야 한다’는 현실적 안목으로 사안에 접근할 경우 역시 이 전 총재가 정당을 만들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되고 있다.이처럼 창당을 ‘완료’하게 될 때까지는 시간적 여유가 어느 정도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긴 하지만,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정치권 일각에서 “창당 주역이 도리어 당에 총부리를 겨누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어 ‘제2의 창당’보다는 국민중심당 등 기존 군소정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더 방점을 두는 분위기도 연출되고 있다. 이와 관련 국민중심당 권선택 사무총장은 지난 8일 대전시 중구 부사동 한 음식점에서 핵심 당직자 30여 명과 간담회를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국민중심당 심대평 대선후보와 이회창 전 총재와의 회동시점과 관련, “곧 만날 것으로 안다”며 “국민중심당과 연대를 위한 기본적인 여건을 갖추고 있는 만큼 만나면 많은 의견접근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