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한국GM 4천억 지원 취소…속내는?

2018-10-23     송정훈 기자

[매일일보 송정훈 기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지난 22일 국정감사에서 올해 말로 예정된 한국GM에 대한 약 4000억원의 추가 자금지원도 철회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GM이 법인분할을 강행한 데 대해 취소소송을 검토한데 이어 강력한 후속조치로 지원 취소 카드를 내민 것이다.

이 회장은 정무위원회 국감에서 "법인분할이 강행되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가처분 (신청을) 내는 것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으며 (추가 지원을) 정책적 판단에 따라 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이 한국GM에 출자하기로 한 8100억원 중 절반은 지난 6월 집행했으며 나머지는 올해 말까지 집행하게 돼 있다.

이처럼 이 회장이 한국GM에 강경 대응하는 이유는 △지난 4월 법인분할 알고도 ‘비토권’에 의지해 소극적 대응한데 대한 책임론에서 우선 벗어나자는 의도 △8000억원이란 국민 혈세 투입에 대한 부담으로 지원금을 절반이라도 줄여보자는 취지 △향후 한국GM 경영정상화 과정에서 2대 주주의 역할론 찾겠다는 계산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우선 한국GM이 이른바 홀로 주주총회를 개최, 법인을 둘로 나누는 과정에서 2대 주주인 산은이 일방적으로 끌려다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GM은 생산 및 연구개발법인 분할을 위해 노조 등 이해관계자의 반대에도 이번 안건을 일방적으로 추진했고 지난 9월 7일 산은은 한국GM을 상대로 회사분할을 안건으로 하는 주주총회 개최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지만 기각 당한 바 있다. 즉 산은이 법인분할 계획을 6개월 전에 듣고도 뒤통수를 맞았다는 여론에 비토권을 내세워 책임을 전가하겠다는 의도가 내포돼 있다.

또한 산은은 이미 여러 차례 혈세를 투입해 제대로 성공한 사례가 많지 않아 이번 한국GM도 혈세만 퍼 붓고 ‘먹튀’를 당했다는 오명을 씻고자 그나마 4000억원이라도 아껴 부담을 최소한 했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앞서 국감 자료에 따르면 산은이 보유한 대우조선해양 지분가치(68.6%)는 5800만원으로 추산되며 17%를 갖고 있는 한국GM지분은 0원으로 드러났다. 동부제철, STX조선해양, 포스텍, 우림건설, 한일건설 등 수많은 곳에 투자를 했지만 결국 혈세만 투입하는 일명 밑 빠진 독에 물 붓는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2009년부터 2017년까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분식회계로 징계를 받은 36개 기업에 무려 8조원을 투입했다.

특히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과 같이 한국지엠의 법인 분할과 관련해 “산은이 한국GM의 2대 주주로서 제대로된 역할을 하지 못했다”라는 등의 지적이 일면서 이번 추가 지원금을 놓고 한국GM에 압박카드로 사용하겠다는 의도도 읽혀진다.

그러나 8000억원 출연금이 한국GM이 10년간 국내서 더 생산하겠다는 조건이어서 4000억원 받고 ‘먹튀’할 경우 전방위 책임론에 이 회장 자유롭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산은이 한국GM 문제 해결을 위해 새로운 방법을 찾아 적극적으로 시도해야 하는데 추가지원금만 갖고 압박을 가한다고 제대로 사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법인분할 건이 본안소송으로 가더라도 통상 2~3년 걸려 실효성 없는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