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꺼내든 유류세 인하 카드 / 역진성 논란에 정부 “가처분 소득은 저소득에 효과 커”
2019-10-24 김나현 기자
[매일일보 김나현 기자] 정부가 다음달 6일부터 6개월간 한시적으로 유류세를 인하한다. 국제유가 급등세로 어려움을 겪는 영세 자영업자·서민의 부담을 덜어 내수활성화를 도모하는 소비부양책의 일환이다. 그러나 제도시행 전부터 고소득층이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역진성’을 두고 실효성 논란이 나오고 있다.정부는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어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지원방안’을 논의했다. 유류세 인하시기는 다음달 6일부터 내년 5월 6일까지다. 유류세 인하는 현행 교통에너지환경세법에 의해 최대 30%까지 가감할 수 있는 탄력세율이 적용됐다.정부 추산 결과 리터당 휘발유는 123원, 경유는 87원, LPG·부탄은 30원씩 가격이 내릴 전망이다. 이 같은 세율 인하가 가격에 전면 반영될 경우 10월 셋째 주 기준으로 리터당 △휘발유 1686원→1563원 △경유 1490원→1403원 △LPG·부탄 934원 →904원으로 떨어지게 된다.10년 만에 시행된 유류세 인하의 비율은 역대 최대수준이다. 지난 2000년에는 휘발유·경유를 각각 5%, 12%인하했고, 2008년에는 휘발유·경유·LPG 부탄 유류세를 10% 낮췄다. 다만 2008년에는 유류세 인하와 함께 국제 유가가 급등해 정책 체감 효과가 적었다. 정부는 향후 2008년과 같이 유가가 단기간에 급등할 가능성이 적다는 전망에 따라 이번 유류세 인하 효과가 이전보다는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유류세 인하에 약 2조원의 세수 감소분을 예상했다.이번 유류세 인하폭은 당초 시장에서 예상됐던 10%를 웃돌았다. 이에 고형권 기재부 1차관은 “(위기 때인) 2008년 사용했던 정책인데 정부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결과”라며 “유류세 인하 수준은 체감할 정도여야 한다고 판단해 예상보다 좀 더 많은 15%로 결정했다”고 했다.정부는 유류세 인하로 서민 부담 경감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자동차 등록대수는 2253만대이고 이중 2500cc미만이 84%다. 연료소비량이 많은 화물차 중 영세자영업자가 운영하는 1톤 이하 트럭은 80%를 차지한다.그러나 유류세 인하의 ‘역진성’으로 서민층보다는 고소득층에 대한 혜택이 클 것이라는 지적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고 차관은 “유류세 인하가 역진적인 측면이 있다. 그런데 비율로 보면 가처분 소득은 저소득자일수록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라면서 “소득에 따라 유류세를 환급해주는 것이 가장 좋지만 해당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최소 6개월이 걸린다”고 했다.한편 정부는 유류세 인하분이 유류 가격에 즉각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향후 모니터링을 강화할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일별 가격보고제도’를 통해 주유소와 충전소 가격에 유류세 인하분이 적시에 반영되는지 살피고, 공정거래위원회는 정유사와 주유소 간 가격 담합 여부도 모니터링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