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적자’ 저가항공사 신설바람 ‘왜’?

수익노선 없는 저가항공시장에 3번주자 ‘영남에어’ 등장…알려진 대기 항공사만 3곳

2008-11-09     류세나 기자

건교부 “국내선 운항 3년 뒤 국제선 면허허용 검토중”…“무조건 허용하진 않을 것”
한성한공 “당장이라도 국제선 취항가능”…영남에어 “알짜배기 국제선 취항이 목표”

제주항공과 한성한공에 이은 저가항공사 영남에어가 내년 2월께 정식 취항하게 됨에 따라 본격적인 저가항공 시대가 열릴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제주항공과 한성항공이 각각 국내선 사업을 실시하고 있지만 국토면적이 크지 않은데다가 KTX의 개통으로 서울 지방간 접근성이 더욱 높아져 항공사의 수익을 올리기 힘든 구조임에 틀림없다. 애경그룹의 자회사인 제주항공조차 만성적인 적자로 제주노선을 제외한 국내노선을 폐지했을 정도. 그렇다면 수익률을 내기는 커녕 오히려 적자를 내고 있는 저가항공사가 계속해서 설립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5일 건설교통부는 영남에어가 부정기항공 운송사업 면허를 취득, 내년 2월 정식 취항하게 된다고 밝혔다. 제주항공과 한성한공에 이은 세 번째 저가항공사가 탄생하게 된 것.

이와 관련 건설교통부측은 “항공기도 도입했고 자본금과 보험처리도 다 돼있어 영남에어에 부정기 면허를 발급했다”며 “안전운항 절차 때문에 올해 안에 취항하기는 어렵고 내년 초에는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영남에어’라는 또 하나의 국내 저가항공사가 등장함에 따라 국내 황금노선이라 불리는 제주노선의 출혈경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저가항공사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국외상황과 달리 국토가 협소한 우리나라는 KTX 등 교통수단의 발달로 전국이 일일생활권 범주에 들어왔기 때문에 제주노선을 제외하면 수익을 낼 뾰족한 혜안이 없는 상태. 전국 단위의 항공사가 되겠다고 출범한 제주항공은 지난해 8월 김포-양양 노선을 개설해 1일 2회 운항했지만 적자가 20억원에 달하자 지난 7월 운항을 중지했다. 현재 제주항공은 김포-제주?김해-제주 노선, 한성항공 또한 김포-제주?청주-제주 등 두 항공사 모두 그나마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제주노선에만 집중하고 있다.  이와 관련 아시아나항공 강주안 사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국내에서 저가항공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내놨다. 강 사장은 “국내노선의 경우 모두 1시간권이라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다. 소형기종을 띄워 연료비 등을 절약한다고 하지만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저가항공사들은 대형항공사들이 쓰지 않는 주변 공항을 싸게 이용해 수익을 내야하는데 국내는 대체공항이 미비해 대형항공사와 똑같은 이용료를 내고 활주로를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만성적자, 3년만 참자(?)

이렇듯 불리한 수익구조에도 불구하고 저가항공사 설립바람은 영남에어 그치지 않을 기세다. 영남에어가 본격적인 운항준비에 들어간 데 이어 중부항공과 부산국제항공은 법인설립을 마치고 사업신청 준비중에 있다. 인천시도 저가항공사 설립을 위해 싱가포르 타이거항공과 협상을 벌이고 있고, 국내 굴지의 대형항공사인 대한항공도 기존 고객을 저가항공사에 뺏기지 않겠다며 2∼3년 내 저가항공 자회사를 설립한다는 방침이어 향후 국내 저가항공사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국내 저가항공사들이 적자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지속하고 또 설립 인가를 기다리는 항공사들이 줄을 서고 있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그 이유는 바로 향후 3년 정도만 국내선을 운항하면 국제선 면허를 받아 알짜 수익 노선인 중국과 일본, 동남아에 취항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건설교통부는 저가항공사 중 3년 이상 국내선 운항을 한 경우, 국제선 면허를 내주기로 내부 방침을 정하고 12월초 한국교통연구원의 연구용역결과를 토대로 저가항공사의 국제선 취항기준을 최종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바람 때문에 제주항공은 만성 적자를 감수하면서 국제선 면허 취득 시기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영남에어를 비롯한 신설을 기다리는 저가항공사들의 목적 또한 국제노선 운항인 것. 실제로 영남에어측은 최근 부정기항공 운송사업 면허를 취득하며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국내선을 발판으로 국제선을 개척해 부산을 연고로 하는 최고의 항공사를 만드는 것”이라고 밝힌바있다.

건교부 “국제선 면허 얕보지마”

3년 이상 국내선을 운항한 저가항공사에 국제선 취항이 허용될 경우 한성항공은 이르면 2008년 8월, 제주항공은 2009년 6월에는 국제선 취항이 가능해진다. 한성항공측은 “조종사 등 필요인력을 확충해놓은 만큼 면허만 나오면 당장이라도 국제선 취항이 가능하다”며 “먼저 한일노선에 취항하고 이어 황금노선인 한중노선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제주항공은 초기에는 일본 관광객을 상대로 한달에 한 두 번 정도 전세기를 운항하는 부정기선 형태로 국제선을 운항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건교부 관계자는 “저가 항공사 설립은 환영하지만 엄격한 안전 관리를 통해 기준에 미달하는 곳은 과감히 퇴출시킬 것”이라며 “국제선 면허 또한 신설 항공사 설립 후 3년 뒤에 무조건 받을 수 있다는 허황된 생각은 버려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물론 저가항공사들의 등장이 출혈경쟁만을 불러오는 것은 아니다. 대형항공사 운임의 70%가량 저렴한 저가항공사는 대형항공사가 커버하지 못하는 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 또한 비용절감을 통한 항공료 인하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충분한 자금력이나 준비성을 갖추지 못한 저가항공사 난립은 출혈경쟁과 항공 전문인력의 부족으로 안전에 문제점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