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비리 좁혀오는 수사망, 파장 어디까지
삼성 비자금 검찰 수사 착수…진실공방은 여전
2007-11-12 권민경 기자
참여연대·민변 “삼성에 시간 벌어줘선 안 돼 수사 촉구”
대선후보들 삼성 비리 의혹 이슈화, 청와대도 예의 주시
삼성그룹 전 법무팀장이었던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선언’으로 불거진 삼성 비자금 문제에 대해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됐다. 삼성 측은 여전히 김 변호사가 제기한 비자금 의혹이 ‘근거가 없다’며 반박하고 있지만 검찰 수사가 시작된 것을 비롯해 금융감독원도 조사할 뜻이 있음을 밝혔고 참여연대와 민변 등도 고발장을 접수하고 관련 수사를 촉구했다. 심지어 대선 후보들도 삼성 비자금 문제를 이슈화 시키고 있고, 청와대까지 조사 상황에 예의 주시하겠다고 밝혀 그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관심이 쏠려 있다. 이와 함께 김 변호사를 대신해 1차 기자회견을 갖고 삼성그룹의 불법행위를 폭로했던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역시 별도로 향후 대응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져 삼성 비리 의혹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어 사태는 계속 확대될 전망이다.
지난 8일 대검찰청은 참여연대와 민변(민주화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측에서 고발한 삼성비자금 사건 수사를 서울중앙지검에 내려 보냈다. 이로써 김 변호사의 폭로 이후 20여일 만에, 참여연대와 민변이 고발장을 접수한 지 삼일 만에 삼성 관련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서울지검은 수사 방식과 범위 등에 대해 아직까지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재계에서는 일단 수사의 방향이 가지 정도로 압축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불법 차명계좌 개설과 법조계를 비롯한 정, 관계 상대 비자금 조성, 이건희 회장 일가의 지배권 승계를 위한 불법 행위와 이를 은폐하기 위한 그룹 차원의 조직적인 움직임 등이 그 것이다.참여연대, 이건희 회장 외 3인 고발, 검찰 고민 깊어져
그러나 검찰 측에 비자금 관련 수사의 공이 넘어갔다고는 해도, 과연 검찰이 얼마만큼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수사에 속도를 낼 것인지는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당초 검찰 측에서는 김 변호사가 언급한 ‘떡값 검사 리스트’를 제출하기 전까지는 수사에 착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떡값 검사 명단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수사에 들어갈 경우, 자칫 수사팀 내부 혹은 결재 라인에 관련 인물이 포함되는 껄끄러운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참여연대와 민변은 지난 6일 이건희 회장과 이학수 부회장, 김인주 사장 등을 피고발인으로 한 고발장을 대검찰청에 접수하며 수사를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참여연대 측 한 관계자는 “지금 시점에서 명단을 공개하면 삼성을 비롯해 비리에 관련된 인사들이 수사도 시작되기 전부터 하나하나 대응책을 마련할 시간만 벌어주게 될 것”이라며 “뇌물 받은 검사 명단은 수사가 진행되면 자연스레 밝혀질 것이고 그 과정에서 검찰 스스로 해당 검사에 대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고발장이 접수된 뒤에도 “리스트를 우선 달라”며 수사에 미적지근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어쨌든 3일 만에 서울지검에 사건을 내려 보내 일단 수사에 착수했다. 한편 서울지검으로 사건이 보내진 것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말들이 많기는 하다. 김 변호사는 지난 9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대검 측이 서울지검에 사건을 보낸 것은 수사 의지가 약하거나 없는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서울지검에서 수사를 하면 최소한 부장, 차장, 지검장, 대검 중수부장 등 4단계 이상의 결재를 거쳐야 하는 등 복잡해지기 때문에 대검의 독립된 수사팀에서 수사를 해주길 희망했다”고 말했다. 앞서 민변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에서도 “결재라인이 복잡해지면 그 과정에서 정보가 새어 나갈 위험도 크다”고 주장한 바 있다.비자금 의혹과 지배권 승계 불법 행위에 수사 초점 맞춰질 듯
그런가하면 금융감독원에서도 김 변호사가 밝힌 삼성의 차명계좌 의혹에 대해 조사에 착수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
권민경 기자 <kyoung@sisa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