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테러주의’ 초비상!

경찰 “이회창 공기총으로 쏘겠다” 협박범 검거

2008-11-14     최봉석 기자

[매일일보닷컴] 무소속 이회창 대선 예비후보가 공기총을 통한 살해 협박에 이어 직접 유권자와 만나는 거리에서 달걀 세례까지 받은 것으로 드러나 대선을 한 달 여 앞둔 상황에서 대선주자들에 대한 ‘테러’가 대선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회창 후보는 지난 13일 대구지역 기자간담회를 마친 뒤 대구시 서문시장을 방문하던 도중 한나라당 당원으로 추정되는 30대 중반의 한 남성으로부터 달걀 세례를 받았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대구 서문시장 상인을 비롯해 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과 악수를 나누며 지지를 호소했는데, 시장 내 ‘만남의 광장’ 상가 건물 안에 들어설 때 한 남성이 이 후보와 2미터 거리에서 손에 들고 있던 날달걀 2개를 이 후보 얼굴을 향해 던졌다.달걀은 이 후보 오른쪽 이마를 스치고 지나가 뒤편 유리판에 맞고 튀었으며, 큰 상처는 입지 않았으나 이로 인해 이 후보의 머리 일부와 윗도리 등쪽이 달걀 파편에 맞았고 결국 이 후보는 수행원들의 보호로 시장을 빠져나와 다음 행선지로 이동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달걀을 투척한 남성은 현장에서 곧바로 붙잡혀 대구지방경찰청 중부경찰서로 이송됐다.

대선주자들에 대한 경호 문제가 재삼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이유는 앞서 13일엔 이회창 후보를 ‘공기총으로 쏘겠다’고 협박한 40대가 경찰에 붙잡혔기 때문.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이날 성모씨(45)를 공직선거위반 혐의로 붙잡았는데, 경찰에 따르면 성씨는 지난 12일 오후 1시10분께 자신의 휴대전화로 이 후보의 대선 캠프인 서울 남대문구 단암빌딩 21층 105호에 전화를 걸어 “이 후보가 대선에 출마하면 공기총으로 쏘겠다”며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성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결과 공기총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성씨가 약 8분간 통화하면서 ‘사살’, ‘죽이겠다’라는 표현을 5차례 반복하며 협박했다”고 말했다.

경찰조사에서 성씨는 “한나라당에서 대통령 후보로 이명박씨가 출마했는데 이 전 총재가 대선에 출마하게 되면 지지 세력이 분열돼 정권교체가 어려워질 것을 우려해 협박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상황이 이렇자 대선주자들에 대한 ‘테러주의보’가 발령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정치권 안팎에서 불거지고 있다.한 정치권 인사는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지난해 5.31 지방선거 기간 유세 도중 한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얼굴을 베이는 테러를 당한 ‘전례’가 있었다”면서 “지방선거와 대선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할 때 대선주자들에 대한 테러위협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그렇다면 왜 이회창 후보에게만 이렇게 집중적으로 테러가 잇따르는 것일까. 이는 일단 경호팀의 ‘인력’ 구성면에서 타 대선후보들에 비해 이 후보가 열악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먼저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는 현재 17명의 경찰 인력이 수행 경호와 자택 경호를 맡고 있으나 이달 말부터 ‘사설 경호팀’ 9명이 추가로 배치될 것으로 알려졌다.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대선후보측 경호팀은 현재 경찰 12명만으로 구성돼 있으며 지난달 15일 후보 확정 이후 부인 민혜경씨에도 4명의 경호팀이 배치된 상태다. 정 후보 역시 후보 등록 이후에는 경호팀을 8명 가량 증원해 근접 경호를 한층 강화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이인제 민주당 대선 후보도 현재 10명 내외의 경찰 경호인력이 배치돼 있고,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선후보 역시 7명의 경찰 경호를 받고 있다.이와 반대로 이회창 후보의 경우, 무소속인 까닭에 현재로서는 경찰의 공식 경호를 받지는 못하는 상황. 테러위협에 확실히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무소속 후보의 경우 대선 후보로 공식 등록하는 오는 25~26일 이후가 되야, 경찰의 경호 인력 제공을 비로소 받을 수 있다.경찰관 직무집행법과 경찰청 경호규칙의 요인경호 규정에 따르면, 대선주자들은 주요 정당 대선후보의 요청이 있을 경우 경호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결국 이회창 후보의 경우 경찰로부터 경호 인력을 제공받지 못해 자체적으로 경호 인력을 고용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이와 관련 이 후보 측 관계자는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후보 경호팀장을 지낸 유외수씨 등 자원봉사자 6명으로 자체 경호팀을 운영 중”이라면서 “총재의 테러 위협이 커진 뒤 경찰에 요청 10여 명의 사복 경찰 경호 인력을 지원받은 상태”라고 말했다.